소년이 온다
2014/05/19, 2024/11/19
한강
㈜창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알게 된 작가이고 작품이다.
시끄런 언론 덕에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알 수밖에 없다.
맘 한 켠 묵직함? 또 다른 쪽엔 그 권력이 장악한 시간 동안 익숙해져야만 했던 편견 또한 찌꺼기처럼 남아 - 그 무게에 책 표지를 넘기기 힘들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소설의 소재는 ‘참혹함’이었다.
불쌍한 아이들을 등장시킨 공익광고에 얼른 채널을 돌리고 싶은 거부감? 그런 역 감정이 걱정되었다.
그런데,
참… 이러니, 유명한 작가다.
떠올리기 싫은 장면이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참혹함을 느끼면서도 자꾸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있다.
‘너’라는 대명사로 낯섦과 친숙함을 양날로 후벼 든다.
단호함과 엄숙함은 따옴표 같은 문장부호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너를 이야기하면서 뿌린 씨앗 같은 주변 인물들이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들어선다.
니가 주인공이 아닌 듯 죽은 자에서 산 자의 삶을 풀어 놓는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 죽은 자들의 가족이 겪는 아픔은 어느 다큐에서나 볼 수 있지만,
작가의 힘은 진부함을 떨치게 한다.
남은 자들이 대부분 그 악몽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다. 때론 용기자의 과정도 묘사하고 서술한다.
이야기는 다시 소년을 주인공으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소년이 온다.
그렇게 소년은 떠난다.
소설 내내 틀 잡고 있는 - 세련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 작가의 기교가 일품이다.
한강 덕분에 518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 나이와 성장 배경을 봄에 직접 겪은 사실은 아닐진데
책 쓰는 과정에서 동화되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를 펼 수 있겠어.
더군다나,
2024.12.3. 다시 누군가 그 아픈 전철을 밟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태극기와 애국가
-특별하게 잔인한 군인들,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기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
-흠칫 잠이 얇아질 때마다 윤의 메일에서 반복된 단어들이 커서처럼 눈부시게 깜박인다. 증언, 의미, 기억, 미래를 위해...
-대부분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 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518 개요를 다시 읽어 보았다.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의 의의는 물론이고,
나와 우리들…이 살아가는데에도
정도와 대상, 경로는 다르지만 그렇게들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은 다른 듯 비슷하구나.
나만 그리움을, 공상을, 망상을, 희망을 품거나 떨치려고 때론 나 또는 그 무엇과 협상하고 타협하느라 고생하는게 아니구나.
그게 무슨 도구를 잘 써 알리는지 각자 살아온 개성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의 차이구나.
역사적 참상 읽으며 내 맘을 다독거린다. 위로한다.
아이러니? 이런 걸 위해서 책 읽는게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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