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2023/04/21
클레어 키건
허진
다산북스
소설을 읽은 느낌…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색채가 선명한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옮긴이의 말로 요약을 대신할 수 있으리라.
뜨겁다 못해 달달 달궈진 여름을 보낸 우리와 달리
소설 속 주인공은 찬란한 여름을 보냈다고 한다.
아마 올해 예년처럼 여름을 보냈다면
신선하게 다가왔을 법한 책 겉표지 광고 문구다.
‘양동이와 그 안에 물에 반사된 소녀의 모습’이라는 이미지에서
창작의 동기를 얻었다고 한다.
출간 후 소설의 내용은 아일랜드 교과과정에 포함되었고
2022년에는 「말없는 소녀」란 제목으로 영화로 제작되니
파급력 있어 보인다.
이런 이야기는 책을 다 읽고
옮긴이의 글이나 표지에 적힌 작가 소개글에서 얻은 지식이다.
여유롭지 못한 다자녀 집안의 한 소녀는 먼 친척 부부에 맡겨져 여름을 보낸다.
그리고 막내 동생의 출산 소식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이게 줄거리다.
정떨어지는 아버지와 빠듯한 살림에 육아로 힘든 어머니,
그리고 언니들과 동생 틈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소녀.
소설은, 아니 책이 얇다.
책 두께만큼이나 얄팍한 알량 가진 내겐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이다. ㅎㅎ
내가 돈만 생각하고 무식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 걸 어쩌냐.
단편보다 긴 소설이다.
그러다 보니 충분히 전- 후-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옮긴이는 그게 매력이라고 한다.
독자들이 상상으로 채워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는 집에서 느낄 수 없던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
그게 부부에게 있던 어떤 사람을 대신하는 대체 감정일지 모른다.
그 어떤 사람에 대한 존재했었음을 알게 된 소녀.
소녀는 그 부부의 감정을 이해했기에 일정 부분 침묵하는지 모른다.
아빠와 사뭇 다른 아저씨의 말과 행동은 소녀의 침묵에 더욱 친절하게 답하는 것 같다.
그들의 쓸쓸한 삶의 비밀을 알기 전부터 일관된 관심과 사랑이
소녀에게 믿음의 근간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의 의도야 어쨌든.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소설이다.
내 어릴적과 비슷한 시절 아일랜드(1981년)란 점에서 또 다른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얇은 책에 주머니가 아쉬워 한다. ㅋㅋㅋ
아빠는 왜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없이,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을까? <21>
이 말에 foster라는 단어를 직역하곤 소설적 무한 상상을 펼치기도 했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30>
나도 아이들의 아빠로서… 소녀는, 아님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어머니에 대한 감정만큼이나 아버지, 아빠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나보다.
“불쌍하기도 하지.” 아주머니가 속삭인다. “네가 내 딸이라면 절대 모르는 사람 집에 맡기지 않을 텐데.” <34>
책을 다 읽고 난 후, 작가 의도와 달리 난 이 소설 주인공이 입양되어 「빨강머리 앤」이라도 될 것 같다는 소설적 오해를 하게 되었다.
“저기서는 네가 날 업고 왔나 보다.” 아저씨가 말한다. <74>
바닷가 모래밭을 아저씨가 업고 왔는데 – 아저씬 소녀로부터 우리로 치면 부정(夫情) 같은 걸 표현한 것 같다. 아이는 바닷가 이후로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보통의 부모처럼 믿고 따르기 시작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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