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덕지게 들러붙은 감기가 한 주 동안 날 희롱한다.
주말 동안 쉬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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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단톡방,
‘불참’이란 낱말을 끄적이고 싶은데 용기 내지 못하는 사이 선수를 빼앗긴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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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룡산,
산사山寺를 품지 않은 탓인지 소석문 들머리부터 자비 상실.
무작정 오르막이다.
골산骨山 곳곳에 박아놓은 ‘디귿’자 스텐 호치키스심과 로프 땜시 스틱은 장식품이다.
덕분에 체력 소모는 곱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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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남면 바람이 칼지다.
코가 맵다. 통증이 골까지 때린다.
최악이다.
갈림길마다 - 집에 가고 싶다.
땀구멍이 열려 재킷을 벗고 싶은데 감기 걱정에 어물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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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천연 진통제!
여긴, 조물주가 계시다면 그분이 빚은 봄 동산이다.
동봉에서 만족치 않고 서봉 그 너머까지 마취시킨다.
날 좋았으면 분홍의 매력이 더했겠지만,
이런 경치를 한가롭게 즐길 수 있는 건 이런 날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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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 지나 이름 모를 암봉 비켜 475봉을 지나 작천소령까지 약 2.5km
애교스런 육산肉山을 만난다.
억새와 동백 군락이 지난 길과 사뭇 다르다.
다들 수줍게 스틱을 뽑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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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천소령,
앞에 보이는 더 뾰족스런 주작 능선에 입맛을 다시기엔 몸뚱이가 메롱이다.
비雨 핑계로 계획된 경로를 벗어나 당당하게 임도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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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이자 최고의 산행.
빠~알간 버스에 오를 무렵 푸석푸석한 남도 땅에 단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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