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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변산, 관음봉~세봉

by 여.울.목 2025. 3. 16.

2025.03.15.(토)
내소사 주차장-관음봉-세봉-세봉삼거리-주차장(원점)
6.7km(내소사 관람 포함)
2:45  |  2.4kn/H

 

이런 아침마다 하는 생각-휴일 중 하루를 낭비하는 건 아닐까?
왜냐면, 일요일엔 뭔가 알차게 보내야 할 거 같은데 쉼이 필요할 뿐이니 맘은 언제나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산조아다.
그러지 않으렸는데 감정에 치우쳐 모임 복귀 심정을 단톡방에 남기고 말았다.
(표면적으론) 아무런 반응이 없다. 후회막심이다. ㅎㅎ
괜한바보 같은-떠날 때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슬픔이가 다정한 손을 내민다. ㅋㅋ
맘 편한 주변인으로 여겨지고 그냥 그러고 싶은데,
여긴 참석하는 것만으로 적극적인 개입이 되고만 형상이다.
변한 게 거의 없다.
그래서 하자는 대로 하련다.
사무실에서나 여기에서나 어디까지 참견해야 할지 모르겠다.

왠지 모를 열등감을 차분히 다스리려 해도 이렇게 저렇게 자꾸 끄집어져 나온다.
차곡차곡 싸인 녀석들을 하나하나 풀어내려는데 가끔 불을 지피는 일이 생기곤 한다.
원인은 그게 아닌 걸 알지만 어쩐다냐 내 찌질한 감정을 막판까지 숨길 순 없다.

 

가시지 않은 감기, 보내드리지 못해 차 안 얼마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앞자리 소곤소곤에 옆자리 젊은 친구에게 미안타.

 

비가 내린다.
이 정도면 산행을 접어야 할 판이다.
배낭 챙길 때 옷 한 벌 더 챙기려다 만 것이 후회다.
기어오른 기온 탓에 땀 닦을 헤어밴드를 챙기고 모자를 버리고 온 것도 후회다.
편의점 다회용 우의를 받아 들고 특템했다고 억지웃음지으며 내소사 일주문에 들어선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20082
1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산조아에 울 아들을 데리고 왔었지.
관음봉을 지나 하산하는 길.
데크와 계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아이를 업고 밧줄 타고 내려온 기억이 난다.
아이가 내 목을 감싼 손을 놓으면 정말 큰 일이다.
아비의 진심을 담아 많이 힘들어도 꼭 잡고 있어야 한다.” - 녀석에게 다짐을 받고 줄을 탔었다.
이제 컸다고 내 편이 되어주는 울 아들.

벌통봉 옆구리를 지나 한 시간 쯤 2.3km 정도 관음봉 삼거리에 들어선다.
오름에 물 빠진 개펄을 품은 바다 풍경에 시름을 접어본다.
관음봉과 관음봉이 거느린 봉우리가 사람이 직접 오르기 어려워, 비겁하지만 뒤통수로 돌아 오른다.
덕분에 산중에서 직소보에 담긴 이색적인 풍경을 다시 맛본다.
관음봉 정상까지 3km 정도 걸었다.
잿빛 하늘이라 아쉽지만 비 그쳐 사방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
관음봉에서 세봉~세봉삼거리까지 다소 거친 능선이다.
관음봉을 벗어나자 칼바람이 몰아친다.
등산 자켓을 다시 꺼내 입었더니 세봉 오름에 땀구멍이 활짝 열린다.

전형적인 골산(骨山)이다.
정상부는 바람까지 세차니 나무가 뿌리내린 것이 신기할 정도다.
세봉삼거리를 지나면서 다른 각도에서 보는 관음봉의 모습이 재밌다.

 

이 산에서 만난 사람들 오가며 대부분 먼저 인사를 건네준다.
~한 마음을 풀어내며 다시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술기운이 오르니 꽁~한 마음을 풀어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만,
술이 깨니 도로묵이다.
내친김에 마셔버린 술 때문에 일요일엔 궂은 날씨에 차 찾으러 오느라 땀 뺐다.

 

2025-03-15_변산_관음봉.gpx
0.3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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