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45 고속터미널 지하철 7호선
0945 도봉산역 1호선 환승 출발
1015 양주역에서 건너편 플랫폼으로 이동 → 덕정역, 하마터면 되돌아갈 뻔
1045 덕정역 앞 시내버스 25-1번
1130 감악산 도착
1143 산행 시작
1530 시내버스 25-1번 출발~덕정역
1620 덕정역 출발~1호선~7호선선
기억 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
언제 간 것 같은데 기록이 없다. 꿈이라도 꾼 걸까? 어디 비슷한 곳 갔던 것을 감악산으로 착각하는 걸까?
2019년, 직장에 충성하느라 산악회 버스에 오르질 못했다.
시간을 당겨와 - 감악산 정상에 성모상 있더라. 다녀갔다는 기억이 맞는 거 같다. 지친 발걸음에도 일행 후미를 무작정 기다리느니~ 호기롭게 눈 앞 봉우리까지 다녀왔다.
아무튼, 산악회에서 간 곳 또 갈리는 만무하니 스스로 갈 길을 찾는다.
지난해부터 그런 산 몇 곳을 찍어 겨누고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파주 감악산이다.
아무리 카운트해봐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 갈까? 말까? 몇 번 망설이다 해를 넘겼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땀 냄새 덜 내려면 - 지금 지나면 또 하세월이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지 모른다.
하루 휴가냈다.
0640 차를 타려 새벽을 밝힌다. 아내가 빼꼼히 문열고 나와 무반응에도 배웅한다.
0810 서울고속터미널
서울사람들 출퇴근에 방해될까 시차를 벌리려 밥을 먹기로 한다. 오무라이스.
금요일, 시간이 금이다. 출퇴근 차림의 인파에 쭉정이처럼 배낭을 메고 들어선다.
7호선
부러 콩나물 한 시루를 보냈다.
배낭을 앞으로 메고 - 몇 역을 지나니 자리가 난다.
1호선
도봉산역에서의 배낭은 낯설지 않다.
미세먼지 때문에 도봉산이 뿌옇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계획했던 일정이라 물릴 수 없다.
1호선 전동차는 기차 같다. 낡았다. 기차는 낡았다?
양주역, 여기서 뭘 갈아 타란다. 음악을 듣느라 - 환승역인가보다 했지.
그런데 잠시 정차하는 수준이 아닌거야. 5분이 훨씬 지나고 인천행 기차라는 방송이 나온다.
후다닥 뛰쳐 나와 건너편 플랫폼으로 향한다.
모르는 길에선 주변 소리도 잘 들어야 하겠다. ㅎㅎ
서울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사람들도 하나 둘 사라진다.
덩그러니 기차 한 량에 혼자 남았다.
이런 저런 생각이 스친다.
지난 몇 년,
쉼표를 찍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건 나만의 바람이었다.
내려 놓는다 말로는 찌꺼리면서도 1년을 스스로 창피해 하고
결국 반대편에 있는 욕심 때문에 1년을 속앓이 하다 보냈다.
이도 저도 아닌 곳에서 또 1년 던져져 내려 놓으려했던 나, 욕심피우는 나,
같은 나인데 오늘의 나는 다르다.
편도 5시간을 바퀴 위에서 몸을 기대고 있다.
어쩌다 남겨진 이 공간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일들을 떠올렸다 지웠다 한다.
오늘 여기 온 것도 욕심이다. 선한 욕심인지 뭔지 모르지만 그런 다중이가 나다.
인정하자. 보통 사람이다.
언제 깊이 내 쓰임새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는지 모른다.
내 쓰임새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 내 선한 욕심을 채우련다.
금요일, 금쪽 같은 시간을 버스와 기차 바퀴 위에 올려놓고 어깨 힘을 빼본다.
25-1번 버스. 다른 버스와 달리 경유차다.
오르락 내리락 또 한 시간을 달린다.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다.
군데군데 군부대가 있다는 거 빼곤 사람 사는 동네 다 비슷하다.
군부대를 지나니 울 아들 생각이 나네.
녀석 얼굴이나 보러 갈것을 괜한 내 욕심을 피우는 건 아닌가?
꾸역꾸역 버스는 감악산까지 다다른다.
나 혼자 왔다. 내가 -찾아-내려야 한다. 누가 내려주지 않는다.
2025.03.21.(금)
(주차장) 출렁다리- 악귀봉523m-형소봉630m-장군봉658m-임꺽정봉640m-정상675m-까치봉-범륜사-출렁다리(주차장)
7.5km | 3:07 | 2.4km/H
산행 초반 허접함에 실망하지 말고, 정상부 능선의 절경에 만족하면 된다.
바위사이로 검은빛과 푸른빛이 함께 나온다 해서 감악, 감색바위산이라고 했다네.
주변이 평야지대라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조선 명종 때 임꺽정이 장군봉 아래 굴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산 곳곳에 지금도 군사시설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출렁다리 - 건너며 바라보이는 풍경이 그닥 풍요롭지 않다.
출렁다리를 지나 포장길을 지나 등산로로 접어든다.
이거이 뭐냐~ 급조한 듯한 등산로와 군데군데 군용 참호 흔적.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이 드니 실망스럽다.
어쩐다냐 기왕 온 건데 오르자.
실망은 잠시,
얼결에 마주한 악귀봉 멋진 풍경이 멀리서 온 나를 달래준다.
파주 감악산의 백미다.
악귀봉~장군봉~형소봉~감악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암릉 구간.
얼떨결에 마주한 악귀봉에서 감악산 정상이 힐긋보인다.
형소봉 가는 길 통천문,
풍경 멋지긴 한데, 자칫 뛰어들었다 간 벼랑으로 떨어질라.
안전시설이나 경고 문구라도 있으면 좋겠더라.
악귀봉부터 임꺽정봉 구간은 조심해야 한다.
암릉 구간에 로프나 난간을 잡아야 안전할 정도로 오르내리기가 급하다.
악귀봉까지 이정표가 거의 없더만,
정상부엔 남발이다.
형소봉에서 보이는 장군봉과 임꺽정봉은 명칭 그대로 분위기가 한껏이다.
장군봉을 스치듯 지나 조심조심 임꺽정봉에 오르니,
위험 구간통제로 벼랑 아래 석굴은 찾아 갈 수는 없더군.
감악산 정상,
우왁스럭 기상 시설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감악산비 옆으로 … 바로 옆 봉우리 언젠가 본듯한 성모마리아상.
언젠가 왔었는데 언제인지 모르겠다. ㅋㅋㅋ
3분 거리에 있는데 집에 갈 일에 시치미 뚝 떼고 하산 시작한다.
하산길
북 편 능선이 보인다.
히끗히끗 내 머리 새치인양 아직 녹지않은 눈이 남아 응달에 숨어 있다.
까치봉을 마지막으로 풍경은 산자락에 숨고만다.
계곡길 따라 범륜사 지나 하산길은 능선 오르기 전만큼이나 무미건조하다.
힘든 전화를 해야 한다.
30년만이다.
모임이 있다며 만나자는 전화 - 오늘이 그날이다.
내려갈 버스 예매시간은 이미 약속시간을 어기고 있다.
물리적으로 더 당길 수 없다.
참석불가 전화를 해야 하건만,
그래도 비겁함을 택한다.
서울사람들 퇴근길에 갇혔다. ㅠㅠ
시원한 김치말이국수 말아먹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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