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22.(토)
예산향교-안락산-토성산-관모산-금오산-예산군문예회관(주차장 원점)
9.5km | 3:20 | 2.8km/H
새벽에 내린 소낙눈이 세상을 살포시 감싸안았다.
덕분에 갈등이 심해진다.
산행 기획 때부터 가야산을 갈지 여기에 갈지 갈팡지팡했는데 잠잠하던 욕심이 다시 떠오른다.
과욕을 억누른다. 하지만 그 ‘억누름’에 숨겨진 자만심은 어찌하랴.
0.7km 예산군문예회관에 주차하고 예산향교 뒤편으로 ‘안락산’ 이정표를 따라 올라
3.7km(향교부터 3km) 시간 관계상 안락산을 등지고 토왕산을 거쳐 관모산~금오산으로 내려오려는 길이다.
5.7km(왕복 2km) 실제 어영부영 토왕봉 갈림길에 다다르니 요놈의 욕심에 안락산 표지석까지 보려 길을 나선다. 2km를 더 걸었을 뿐인데 가진 에너지 대부분을 쏟아낸 것 같다.
7.3km 관모산 하이라이트와
8.8km 금오산 전망으로 맘을 달래고
9.5km 하산, 원점회귀
요약하자면, 향천리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산행이다.
금오산과 관모산을 둘러보고 향천사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합리적인 산행이라는 생각
춥다.
예산향교까지 가는 길이 고즈넉하다.
눈덮힌 하얀 돌담이 일품인 한옥이 정겨워 걸음을 멈춰 사진에 담아본다.
예산향교에서 잠시 멈칫… 언제나 생각지 않은 곳에서 헤맨다.
차분하게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찾아 들머리 마무리를 한다.
아침을 먹었는데 출발부터 배고프다.
산행 마디에 제대로 쉬며 칼로리를 채우려는데, 토왕산까지 꽤 멀다.
동네 뒷산이라 가볍게 오르내리려 초코바 몇 개만 챙겨왔다.
미끌미끌, 반갑던 눈이 이번 산행의 복병이다.
토성봉(438m) 삼거리~안락산(440m)
힐끔 보이는 용굴산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등산로는 일부러 가파른 토성봉길을 비켜 나선형으로 산기슭을 파고든다.
앞서간 사람 발자국이 안락산으로 향하네! 이거이 왠 자존심? ㅋㅋ
괜한 걸음질을 하고 만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이유가 있다.
안락산까지 왕복 2km,
녹다 얼기를 반복한 길에 눈까지 쌓여 있어 오름오름 가파름에 조심성 있게 움직이니 체력 소모가 장난 아니다.
결국 내리막에서 뒤로 벌러덩~ 게으름을 후회하며 아이젠을 꺼낸다. ㅠㅠ
경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봉우리마다 무성한 나무로 시야 확보가 어렵다.
겨울이니 나무 사이로 풍경을 가늠해 본다만, 여름철 이후론 엄두 낼 코스가 아니다.
무더운 정글 같던 무성산 능선길이 떠오른다.
낮은 산이지만 크고 작은 봉우리가 뾰족하고 육산이라 무성한 나무에 조망점도 없다.
정상석 찍고 무심히 되돌아선다.
토성산~관모산
토성산(441m)은 이 중 가장 높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지만 무덕스럽지 않다.
길도 잘 정비되어 있어 군데군데 빙판길에도 아이젠을 벗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역시나 조망을 기대할 수 없다.
눈으론 어느 정도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이 보이는데 사진에 잘 담기질 않는다.
그나마 능선이란 기분을 즐기기 좋은 구간이다.
용굴산과 향천사로 나뉘는 길에선 고민하지 않는다.
이제 배낭에 먹을 게 없다.
관모산(407m)은 관리들이 썼던 관모와 같이 생겨서 불린 것 같다.
퇴근길 나를 현혹했던 산 모양새였다.
전반적 형태로는 국사봉으로도 불릴만하다.
아무튼 그간 쌓인 피로가 싹 풀리는 조망이다.
지나온 길~예당평야~들판을 지나 가야산~예당호 너머 임존산까지 죄다 보인다.
금오산(247m)
1.3km 정도 내려온다. 꽤 길게 내려선다.
이 산에 와서 처음 사람을 만난다.
금오산 정상을 내려서면 암릉 구간을 따라 철계단이 이어진다.
예산읍 구도심과 금오대로가 시원하게 시야를 채운다.
오후 3시를 넘겼다.
안락산을 넘보지 말 것을 그랬나?
너른 주차장 덩그러니 남겨진 차에 차갑게 식은 등짝을 기대고 집으로 향한다.
오건영 단장의 금(Gold) 이야기를 4~5번 되감아 들었다.
이정표를 보다 깜박, 후회스런 일들 생각에 스스로 다독거리다 깜박,
--- 왜 자꾸 후회스런 일들이 떠오르는지…
--- 왜 자꾸 인정하고 말아야 할 일들을 되씹는지…
--- 아버지 생각도 난다.
정리되지 않고 그냥 목적지에 되돌아오고 시간이 되어 얼버무리는 산행처럼,
이렇게 토요일이 하루하루가 지나는 것 같아서?
후회를 담은 아쉬움인지 아직 받아들이기 싫은 초라한 미래의 나를 인정하기 싫어서인지.
잡념 가득한 산행이었다.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나 보다.
집에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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