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금... 음주의 향연을 겪고 나니 산행날 아침이 두렵다. 갈까? 말까? 아이들까지 가지 말라고 가세를 하니 몸이 더 흔들린다. 맨발 산행이라... 그래도 피톤치드를 들이 마시며 숙취를 풀 수 있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배낭을 챙긴다.
‘가벼운 산행’과 초복 ‘보양식’ 홍보 덕은 아니겠지? 평달에 비해 반가운 얼굴이 많이 보인다. 우리 회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산행이 이런 것인가? 아무러면 어떠니 보고 싶던 낯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계족산을 찾아드는 골목은 한가한 시골길만 같더니, 어느새 길 좌우로 산을 찾은 차량의 주차행렬이 대단하군. 소주병 라벨지와 지역방송국의 캠페인이 만들어 낸 - 산뜻하기만 한 - 이미지와 달리 실제 황톳길은 말 그대로 흙으로 만들어진 길 그 자체다. 비가 오면 비에 젖어 질퍽거리고 서로의 무관심으로 남겨진 돌멩이는 어김없이 발바닥에 찌릿한 통증을 가져다준다.
2007.02.10.만 하더라도 자갈길 임도가 삭막하기만 하더니, 그새 숲도 우거졌고 무엇보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흙길과 상수도 시설이 곳곳에 있어 야유회를 갖기엔 참 좋은 코스다. PET병에 담아온 소곡주로 추위를 달래보던 때가 벌써 7년이나 지났네... 그러고 보니 얼마 있으면 sanjoa 10주년 되겠다.
산행 전반부, 남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내겐 정말로 힘든 시간... 알콜이 땀으로 나오는 것은 좋다만 이제 슬슬 배가 아파오며 노크를 한다. 미치겠다. 이제 식은땀이 바통을 이어 온 몸을 적신다. 자연발효 푸세식 화장실. 어느덧 인분냄새도 날벌레도 개의치 않고 집중-집중 한다. 좀 살 것 같다. 맨발로 그럭저럭 10km를 넘게 걸으니 임도 삼거리가 나온다. 다들 이렇게 맨발 산책으로 코스 한 바퀴를 몽땅 돌아볼 량인가? 초복기념 점심 식사를 위해 불가피하게 예정에 없던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 얼마는 오르막과 심하게 파헤친 간벌로 활활 타오르는 열기에 땀방울을 정신없이 쏟아야 했다. 능선 나무그늘 사이를 지나면서 비로서 닫칠 줄 몰랐던 땀구멍이 좀 진정한다. 생각보다 능선을 수월하게 달음질친다.
계족산성이다. 7년 만에 찾은 이 곳, 돈들인 티가 팍팍 난다. 세월과 더불어 자연스럽던 성곽은 모두 허물고, 어떤 동네의 돌인지 생뚱맞은 돌덩이로 성곽을 완벽하게(?) 복원해 놓고 있더군.
그나마 산성 언덕 풀밭과 얼마 안 되는 나무 몇 그루가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멀리 동쪽으로는 대청호가 수위가 낮아져 드러난 허리살은 빈정대는 듯하고, 서남~북쪽까지는 온통 회색 콘크리트 세상이다. 공산성에 비하면 - 돈 들인 티 빼고는 – 별 나은 게 없는 것 같다.
무항생제 부여산 양식 장어가 초복 점심상을 장식한다. 맨발산행 대가는 어김없이 O2린으로 푸짐하게 보답을 하니 그야말로 낮술세상이다. 대낮인데도 그대들 얼굴이 부자연스럽지 않게 보인다. 게다가 간만에 찾은 궁동에서 젊은이들을 보며 활기를 찾아 생맥주를 들이키고, 공주에선 맛깔난 까치네 멸치국수와 소주로 속을 달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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