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고속버스: 공주~서울고속터미널
도시철도: 7호선 고속터미널~상봉 | 경춘선 상봉~평내호평(갈 때)/마석(올 때)
<상봉역: 다들 산으로 숨어들어가려고... | 아파트 숲 사이로 진짜 숲-천마산이 보인다>
남양주시 한 가운데 812m의 높이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달마가 어깨를 활짝 펴고 있는 모양과 같다고, 산세가 험하고 서울과 가까워서 임꺽정이 활동의 본거지로 삼았다고 한다. 산맥을 보아하니 천마산을 가운데로 놓고는 남과 북으로 길게 산맥이 늘어졌는데, 그중 잘록한 허리가 마치고개인데 아마도 여기서 어지간히 산적들이 날뛰었을 것 같다.
실제 바라본 산은 산적이 활동했다는 곳이라고 생각하기엔 여기저기 길이 잘 뚫려 있고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그냥 그런 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경춘선 평내호평역에서 내려, 버스 타는 기다림의 시간이나 30여분 걷는 것이나 그게 그거일거 같아 그냥 걷기로 했다. 10여분을 걸으니 도심에서 금방 벗어난다. 천마산 부근엔 아직도 여기저기 아파트 공사장이 널려져 있다. 더군다나 천마산 호평동입구는 지도에서와는 전혀달리 아파트단지가 숲의 턱 밑까지 쳐들어와 있었다. 버스를 탈 것을... 내려 찌는 태양아래 걷는 이는 나뿐이다. 역에서 나와 3km정도를 25분 동안 열심히 걸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천천히 승용차에서 내려 슬슬 몸을 푸는데 내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다. 왠지 공평한 게임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괜히 미안한 마음만 든다. 계곡을 따라 자리를 잡고 물놀이를 하는 가족을 보니 나도 내 세깽이들이 생각난다. 8월만이라도 이 짓을 접어야겠는 생각이 든다.
<전나무 군락지 | 꺽정바위 근처 기암>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는 오를만하다.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아까 헤어졌던 콘크리트 포장 임도를 만난다. 임도는 차량이 이동해야 하니 산허리를 커다랗게 돌아야 한다. 다시 임도와 헤어져 시원한 숲길을 택한다. 전나무 숲을 만난다. 아름드리 전나무를 보니 기분이 좋다. 사람들도 나무 아래 벤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갑자기 가파르다 싶더니 헤어졌던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올라온 사람들이 줄을 이어 올라오고 있다. 좀 돌아오더라도 편하게 오는 게 좋은가? 하지만 그늘 한 점 없는 콘크리트 길 보다는 숲길이 나은데 사람들 참 이상하다. 이런 곳에 서울시교육청 학생수련원이 자리 잡고 있다. 천마의 집인가 보다.
<꺽정바위 전망대에서 왼쪽: 남양주 ~ 오른쪽: 철마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천마산 정상까지 1.5km는 지금까지 하고는 달리 그 모습을 확 바꾸어 험한 산세를 보여준다. 곳곳에 기암도 있고 가파른 계단도 이어진다. 숨이 턱턱 막힌다. 하지만 계단을 다 젖히고 나니 탁 트인 전경이 보인다. 땀 흘린 보람이 있다. 천마산 정상에서 내가 내달리려는 쪽의 바위 봉우리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스럽다.
<천마산 정상>
<천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쪽 봉우리 | 천마산 정상을 지나쳐 바라본 전경, 호랑나비도 만났다>
점심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배랭이고개에서 전을 풀 양으로 길을 나선다. 잘 하면 계획보다 1시간 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이젠 모두 내리막이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이냐 천마산 정상에서 바라보던 봉우리까지 가는데 길이 없다. 아까 그 내리막으로 한참 돌아 배랭이고개로 가야하는데 봉우리에 올라보려는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언 듯 가곡리(보광사)방향은 정식 등산로가 아니라는 푯말이 보였는데 그리로 가야 계획된 산행길인데, 오른쪽으로 꺽어 한참을 내려가도 GPS를 확인해 보니 길은 길인데 점선으로 된 길이다. 다시 돌아가기보다는 이 점선을 따라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따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지도의 이런 점선은 약초 캐는 사람들이나 다니는 길인지라 띄엄띄엄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어렵게 찾은 능선 산행길도 잠시 이젠 거의 수직에 가까운 내리막이다. 그래도 오름이 아니니 다행이다. 하지만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이런 길을 누가 오르락내리락 하는가보다. 가곡리 쪽에서 가는 최단 거리로는 확실한 듯하다. 지겹고 힘든 내리막이 끝날 무렵 가곡리가 보인다만, 앞에 넝쿨숲이 펼쳐진다. 그래서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놈의 넝쿨. 마치 정글을 헤매는 것 같다. 두려움까지도 몰려든다.
드디어 앞에 임도가 보인다. 하지만 이제 소나기가 내 발목을 잡는다. 비를 피해 전나무 아래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제 이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금방이겠지.’ 언제나 이런 예감은 여지없이 빗나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이놈의 임도가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천마산의 350선을 따라 비~잉 돌아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용단을 내려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물티슈로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부분을 모두 닦아냈건만, 용기가 필요했다. 이놈의 임도를 만들면서 사람들이 예전 등산로를 다니지 않아 온통 풀숲이다. 풀이 머금은 빗물을 내 두 다리로 모두 쓸고 같다. 지금도 따끔거리는 것이 아마 풀독과 여길 지나면서 흘린 땀 땜시 생긴 땀띠일 게다.
<위: 소나기가 여전히 천마산 정상을 간지럽히고 있다 | 아래: 하산길 계곡, 누군가 기도 도량을 만들어 놓았다>
큰골까지 오는 버스는 1시간 이상마다 오기에 가곡리에서도 한참을 걸어 내려와야 한다. 그래도 힘에 부쳐 큰골 버스정류장에서 요기를 하려는데 비가 또 내린다. 참~ 처량하네. 처마 밑에 앉아 아침에 사온 김밥 한 덩이를 입에 넣는데 쉰 냄새가 역하게 밀려든다. 버릴 수밖에. 힘차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보며 김빠진 맥주 한 캔으로 쓰린 속을 달랜다.
마석역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릴 쯤에 또다시 소나기가 줄기차게 내린다. 짧은 거린데도 옷은 또 젖고 만다. 다행히 마석역 화장실은 널찍하다. 젖은 옷을 모두 갈아입고 전철을 기다리며 플랫폼에서 집사람이 싸준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랜다.
대중교통?
정해진 시간 내에 몸을 싣지 못하면 다음 교통수단 이용에도 차질을 빗는다. 어디 들어가서 따끈한 밥 한톨 먹기도 힘들다. 참~ 불편하다. 불쌍하다. 톱니바퀴 같아서, 더군다나 주말이라 다음 차를 기약하기가 어렵거든.
이러면서도 이렇게 다니는 이유는 뭐다냐?
그래도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면 견딜만하겠지? 힘내자!
산은 생각 외로 좋았는데, 길 잃고 헤매는데 소나기를 세 번이나 만나는 바람에 꼴이 말이 아니다. 주중에 음주와 않던 볼링에 봉사활동 한다고 쭈그리고 앉아 풀 뽑고 어쩌고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몸뚱이도 제멋대로 였다.
ㅋ 그래도 다음번 산행지 들춰보는 이 재미는 아무나 모를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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