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동두천시와 포천시를 동-서로 경계하고 있는데 주요 봉우리는 동두천시에 앉아 있다.
<고속버스>공주터미널-서울고속터미널- <지하철>7호선-도봉산역-1호선-소요산역
이동수단을 기준으로 볼 때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지만, 버스를 1:30분 정도 타고 지하철로 7호선과 1호선을 번갈아 50분씩 타야한다. 환승할 때 기다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도시철도만 2시간을 잡아야 한다.
<그래도 공주에서 출할 때 아침 하늘은 참~ 맑았다>
그러니 산 탄 시간보다 전동차 탄 시간이 훨씬 길다. 참 멀더군.
여유 있게 계획을 잡았지만, 기다림과 내 계획의 착오로 실제 예상 시간보다 30분이나 초과해서 산행을 시작했다. 게다가 동네 뒷산 같다는 친구의 말을 잊지도 않고서는 입구에서 바로 왼쪽 오솔길로 들어간다. 오는 길에 초과한 시간을 생각하면 편한 길로 잽싸게 돌아 나와야하는데 이놈의 욕심... 그래도 그 똥고집 때문에 이렇게 산을 타는 것이여.
<도봉산역에서... 도봉산의 웅장한 자태를 보고 가서 더 실망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동네뒷산 같다지만 오르막은 오르막이다. 지도의 등고선이 보여주는 완만함에 기대를 했건만 산은 여지없이 배신을 때린다. 금방 비가 오려는지 날벌레들이 땅바닥을 기듯 낮고 불규칙한 비행을 한다. 해는 안 떠서 좋은데 비가 내릴 것 같아 걱정이다. 높은 습도 때문에 땀이 쉴 틈 없이 쏟아진다. 쉴만한 장소 곳곳엔 동네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하백운대를 얼마 남기지 않고 가파른 오르막 직전 목에 자리를 잡은 두 노인분의 대화가 참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1/3, 그 다음에 1/2, 그리고 한 알... 먹어야 한다.” ㅋㅋ 백발이 성성하신 두 분께서 원초적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그래도 산을 자주 다녀서 그러신지 앉아계신 폼이 의연하시네.
기상청 슈퍼컴이 어찌되었다더니... 18시 이후로 내린다는 비가 11시 즈음에 주르륵~ 시원하게 내린다. 날벌레들의 육감이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다.
경치를 볼만한 장소에 ‘대(臺)’라는 말을 붙인다. 소요산에는 총 5개의 대가 있는데 어느 하나 볼만한 경치를 보여주지 못한다. 기껏해야 의상대에 올라야 동두천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올 뿐 그다지 매력적인 산은 못되는 것 같다.
<나무 사이로 좌: 나한대 의상대, 우: 나한대에서 본 의상대>
기대와 실망을 계속하며 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를 지나친다. 상백운대를 지나면서는 바위의 결이 45도내지 직각으로 세워져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넘어져 다치기 쉬운 구간이다. ‘칼바위 암릉’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그 모양이 ‘암릉’이라는 표현을 하기엔 허접하다. 치악산의 사다리모양 병창이나 계룡산의 자연 성릉과 같은 맛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더군다나 상백운대를 지나면 한참 내리막이고, 나한대를 오를 때는 새로운 산을 오르는 기분인데, 대부분 그 정도 고생하면 ‘대’자 붙은 곳에서 시원한 조망을 선사해서 산꾼들에게 땀의 진가를 느끼게 해주는데, 그저 답답할 뿐이네... 의상대도 또 다른 산을 오르는 기분. 그나마 소요산 최고봉이라고 그 중 제일 낫구나. 이제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고 의상대 한 켠 바위에 걸터앉았는데 이것 참~ 음식물쓰레기통이라도 옆에 있는 것 같다. 고시레 수준이 결코 아니다. 이건 산에 대한 테러다 인간들아!
그래도 동두천시민들은 의상대와 공주봉 전망대에서 시내 전경을 보면서 다행히 감탄을 한다.
계곡 곳곳은 빗방울이 제법 내리는데도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물놀이에 한창이다.
<그래도 동두천 시내는 한 눈에 들어온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돌탑 - 사람들의 정성이 촘촘히 엮여 비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
전동차 시간을 맞추느라 화장실 들를 틈도 없이 소요산역으로 내달린다.
시간차를 맞추느라 전동차 안에서 공주행 버스를 30분 늦춘다.
그래, 명산은 명산이다. 내려오다 보니 원효대사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곳이라네. 근대 솔직히 100대 명산 안에 넣기는 좀 그렇다.
계룡의 품이 그리운 하루였다. 땀은 왜 그리 많이 나고 힘은 힘대로 드는지 원~
앞으로 경기도 산을 찾을 땐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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