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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아이와 함께 한 느림보 산행, 노성산 산행

by 여.울.목 2015. 6. 29.

금요일 신나게 술 나발을 불어서 그런지 도저히 토요일을 잡을 수가 없었다. 수요일부터 이어진 술자리로 몸이 내 것이 아니었다.

일요일 새벽같이 어디 산에라도 떠나볼까 하던 내 계획은 여전한 피곤함에 방바닥을 뒹굴다가 어정쩡하게 9시를 넘기고 만다.

그러니 이제는 가까운 계룡산이나 찾아볼 요량으로 어떤 코스를 고를지 생각 중인데, 딸아이가 지나가는 말로, "아! 소풍 가고 싶다."고 일부러 들으라고 혼잣말을 한다.


아들 녀석은 시험이 코앞이라고 엄마에게 잡혀 헤어나질 못하니, 녀석 공부하면서 흥얼거리거나 칭얼대는 딸아이에게 자꾸 번갯불을 쏘아댈까 봐 아예 내가 데리고 나가는 것이 어떨까 내뱉었더니, 금새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편의점에서 간식과 삼각 김밥을 고르는 선택권을 주었더니 집 나설 때보다 한껏 흥에 겨워 있다. 6천원 하고도 얼마의 돈만으로 주식과 간식, 마실 물 채비를 마친다.


아이가 따라나선다는 말에 어느 산을 가야할지 한참을, 아니지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몇 십번을 이산저산 이름을 굴려가면서 적당한 난이도의 작대기를 그어대느라 머리가 띵~ 할 정도였다.

집에서 그리 멀지않고 높거나 험하지 않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산.

언젠가 충남도청 홈페이지 충남100대 명산에 오른 노성산성이 있는 노성산이 생각났다.


근처에 명재고택도 있어 산행을 마무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 조상의 터전을 함께 둘러볼 생각으로 찾아간다네.


 

내비게이션에서 논산 애향공원, 애향탑을 찾으면 된다.

애향공원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나무그늘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구나. 공원 내에 이런저런 운동시설과 나무그네가 있어 한 번씩 만저보고 올라 타보느리 얼마간 산행을 나설 생각을 않는다. 그냥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 가야하나~ ㅎ. 그래도 녀석 순순히 뙤악 볕에서도 아빠를 따라 나선다.

 



애향탑 원점회귀의 4km정도의 산행


 
언제나 처음 찾는 동네의 산은 들머리가 문제다
. 도립공원 이하의 산에서는 바라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이정표 앞에서 얼쩔거리는데 내려오시는 어르신 분들이 산딸기가 많아서 반바지 입고 힘들어 할텐데...” 하신다그럼 편안한 길을 좀 안내해 주시지 ㅠㅠ
따라나선 아이를 생각해서 조금 더 숫기를 내서 조근조금 어르신들께 물었어야 했는데
, 아이와 함께 하기엔 껄끄러운 코스에 들어서고 말았다.

사람의 손길로 등산로 정비한 흔적은 확연하지만, 어제내린 비와 더불어 번식력 강한 잡풀이 길을 점령해버렸다. 길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나나 아이나 반바지를 입고 선선한 그늘이 드리워진 길을 생각하고 왔는데 이건 뭐냐? 아이의 여린 살이 풀잎에 에일까봐 걱정이 앞선다.

 

↑ 애향공원에 세워져 있는 노성산 등산지도
현위치에서 왼쪽편(서쪽)으로 파랑색 실선이 임도로 되어 있는 그늘진 산책코스다.
우리는 오른쪽(북동쪽) 붉은 실선을 따라 옥래봉으로 향해 능선을 타고 노성산으로 다름질했다.


잡풀이 우거져 종아리를 쓸 정도면 아이를 안고 올라갔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숲은 내 어릴 적의 그런듬성듬성한 숲과 달리 어느덧 넝쿨식물들이 드세게 떠들어대고 있는 정글과도 같다.
그래도 수풀이 얌전해지는 길이 나오면 스스로 내려달라고 한다. 기특한 녀석.^^*


이제 내 경험상 조금만 가면 어설픈 계곡지대 안고 있는 산기슭을 벗어날 것 같다
. 대신 산비탈이 마지막으로 정성을 다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비팔길은 나무로 틀을 만들고 흙을 다진 계단으로 징그럽게도 넝쿨이 갈 길을 가로막고 있다. 어쩌냐 아이를 업고서는 한 20여 미터를 올랐는데, 요 녀석 어느새 이렇게 자랐는지 도저히 더 버티기 힘들것 같다. 30여 미터나 올랐을까 능선길과 비슷한 산등성이 나오자마자 어깨를 가벼히 한다.

↑ 수풀이 우거진 산기슭을 씩씩하게 잘도 오른다.


그로부터는 얼마간 내 몸에 부하가 걸렸는지 땀구멍이 열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한다
.

그래도 이렇게 땀을 흘리고 나니 며칠 내 쌓인 독이 빠져나가는듯하니 시원스럽기도 하다.

여기저기 우거진 수풀 때문에 앉지도 못하고 그늘 아래서 서서 물을 나누어 마시고 땀을 닦아준다. 땀이 송글송글 맺힌 아이의 이마를 보니 내가 괜한 짓을 했는지 자꾸 걱정이 든다.


다행이다. 애향공원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옥리봉에 다다르니 이정표와 함께 능선길이 옥재봉을 지나 노성산성 코앞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은 능선 숲길을 따라 잡풀도 없이 말끔한 길이 시원한 그늘을 따라 완만하게 나 있다. 우리가 차를 놓고 온 애향공원과 연결되는 다른 등산로가 여러번 이 길과 만난다. 그 길들이 모두 아이와 함께 온 길보다 얌전해보이니 아이도 나도 내려갈 때는 다른 길로 돌아서 가자고 서로를 위로를 한다.
이젠 아이도 힘이 나는지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재잘댄다. 끝말잇기와 연상게임을 하면서 힘든 줄 모르고 산행을 즐긴다.

옥재봉을 지나 이제 노성산성 정상부근 막바지는 꽤 비탈이 있는데도 녀석의 흥이 깨지지 않으니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가파름 위에는 노성산성 성곽터가 보인다. 성곽터에 다다르니 정상부근인데도 제법 널찍한 공간이 나온다. 지금은 헬기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예전에 무슨 건물이라도 들어썼을 모양새다.

 

이제 노래 부르기도 재잘거리기도 힘이 드는지 점심을 달랜다. 사실 한 200여 미터만 더 가면 정상인데, 그래도 녀석의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아 점심상을 차린다. 벤치에 앉아 삼각 김밥이며 엄마가 싸준 간식이며 남김없이 해치우고는 만족스런 웃음을 짓네.



 

노성산성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테뇌식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찾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공주 무성산 홍길동 산성보다도 그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 정상부의 능선을 따라 둘러 쌓은 백제시대의 산성 터라고 한다. 동으로 계룡산, 남쪽으로는 논산을 북쪽으로는 공주, 서쪽으로는 부여가 한 눈에 보이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나무에 가려 조망도 없으니 여기가 정상인가? 싶다. 아이는 계속 정자 아래 운동시설에 온통 관심이 가 있어 내려가 놀자고 봬는 바람에 정상 부근을 둘러볼 시간도 없거니와 정비한 흔적도 가꾼 정성도 찾아 볼 수도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백제와 신라가 대치했던 중요한 방어선이었다고 한다.


노성산성(안내문 내용)


사적 제
393/ 노성면 송당리 산1-1 / 백제시대

 

이 산성은 노성산 348m의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테뫼식 산성이며, 공주-논산-연산을 통하하는 주요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돌을 네모나게 다듬어 쌓아 올렸고, 성 둘레는 894m이며 남아 있는 성의 높이는 서벽 4.2m, 남벽 6.8m이다. 남문의 터가 드러나 있고 성내의 우물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으며 동서편 계단식의 대지는 건물지로 보인다. 성벽 북쪽 정상부에는 둘레 205m인 토루가 축조되어 있는데, 그 내부가 장대지로 여겨진다. 동벽 중간부분에 있는 둘레 50m의 사다리꼴의 석축은 봉수대로 파악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성내에 봉수대가 황화산과 월성산으로 잇는다고 되어 있다. 성내에는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기편과 기와편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까지 사용되었던 성이었음을 알 수 있고, 석축의 일부는 조선시대에 고쳐 쌓은 곳도 있으나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산성으로 여겨진다.


아이와 함께 하산길로 잡은 길은 어찌 이리 말끔한지, 올라올 때 그 산기슭과 등성이에 비하면 아스팔트길이다. 그런 길도 금강대도 노성본원을 지나면 임도로 이어지니 어찌 이 길을 모르고 저 거친 길로 아이를 내몰았는지 미안스럽기만 하다.

금강대도 노성산문 사이로 나오니 최근에 복원한 듯 보이는 성곽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너른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간간히 아까 오름에 만났던 애향탑에서 올라왔던 등산길 여럿이 갈라지는 곳이 보인다.


↑ 금강대도 노성산문, 왼쪽에는 三神岩 이라는 글자가, 오른쪽에는 七星岩이라고 음각되어 있다.




↑↓ 내려오는 길에 만난 일부 복원된 노성산성 성곽, 네모난 돌의 색깔이 위아래 확연하게 차이 난다.


 

하산길.
등산길이라기 보다는 산보를 할 수 있는 얌전한 길을 걷다보니 아이의 이야기도 한 수준을 더해간다
.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며 나도 잘 모르는 숲에 대한 어려운 단어를 말하고 설명해준다.

간혹 덧셈뺄셈이나 지켜야할 규범을 어겼다고 몰아세울 때 자신의 주장을 또박또박 이야기하라고 그리 멍석을 깔아주어도 울먹이고 자꾸만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던 아이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도 없구나.

↑ 차량 한 대 넉넉히 다닐만큼 널찍한 산행로, 오른쪽 향토지압로로 가면 애향탑과 거리가 멀어짐... 조심!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내가 조바심내며 알기를 바라는 것들을 알 수 있을 텐데
내 눈높이로만 아이를 바라보고 그만큼의 결과를 기대했던 것 같으니
아까 올라올 때보다 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

↑ 녀석, 집에 가자고 해도 유격훈련하느라 여념이 없다. ㅋ

 

이제 집에 가서 씻고, 공부하고 있는 오빠와 엄마와 함께 팥빙수 먹고는 아빠와 함께 낮잠 자고 싶다는 아이의 소원...

아빠가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라 반갑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