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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북악산(백악산) 산행 + 북촌, 인사동

by 여.울.목 2015. 5. 31.

소백산을 찾을 요량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을 쉬운 코스로 보내고 나야 비로봉까지 올라갔다 천문대서 만나자는 계획이었지만 더운 날씨에 긴 시간 동안 산 속에서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서울 한양도성 탐방이다.

 

평상시 같으면 늦잠이라는 풍요 속에서 거만한 몸짓을 하고 있을 시간에 깨우지도 않았는데 6시 반이 조금 넘었는데 일어나는 아이들이 참 신기하다.

07:20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간다. 부족한 잠을 채우기에는 다들 나름대로의 기대와 설렘이 있는지 계속 조잘거리며 몸을 움직여댄다.



고속터미널에서 아침을 마치고 지하철 3호선에 올라타 12개 역을 지나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온다.

이제 초록색 지선버스에 올라 타야한다. 지금까지는 낯익은 교통수단과 풍경이지만 버스에는 좀 약하다. 종로구청에서 안내해준 대로 7212, 1020, 7022번 버스를 기다린다. 세 대 모두 6분에서 9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라 기다림이 시골동네와는 차원이 다르다.

 

>종로구청 한양도성 안내 사이트

http://tour.jongno.go.kr/tour/main/contents.do?menuNo=110429


>지난 북악산(백악산) 산행 후기

http://yyh911.tistory.com/78

서울성곽을 20117월부터 고시하여 한양도성으로 이름 지어 브랜드화 한 것 같다.

한양도성은 인왕산338m, 북악산(백악산)342m, 낙산125m, 남산262m의 능선을 따라 쌓은 성곽으로 18.6km나 된다.

우리가족이 걸을 길은 창의문-혜화문구간 4.7km(3시간 소요) 창의문 안내소 - 말바위 안내소’ 2.2km(1시간 40)와 삼청공원까지 가는 1.3km까지 3.5km이고, 2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안내에도 그렇고 원래 내리는 곳도 창의문의 다른 이름인 자하문고개라는 곳이다. 다음 내릴 역을 알리는 방송이 나와서 벨을 자신 있게 누르고 아이들을 몰고 내리는 문 앞에 섰는데, 버스 기사아저씨께서 친절하게도 산에 가는 길이냐면서 묻는다. 버스승강장 표지판도 없는 자하문고개 그러니까 창의문 바로 턱밑에서 내려준다. 버스로는 금방이지만 걸어 오려했으면 10분 정도는 소비했을 거리다. 안내방송이 잘못 세팅된 건지 뭔지... 아는 체하던 아빠 체면이 영~


 

4대문 사이에 편리한 왕래를 위해 만들어 놓은 4소문 중의 하나인 창의문은 조선 태조51396년에 다른 문들과 함께 축조됐으며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건물이라고 설명되어 잇다. 창의문 밖 형세가 지네의 모양이라 문루 천장에 천적인 닭의 수중격인 봉황을 그렸다고 하는데 방문증 받느라 확인은 못하고 돌아섰다.

한양도성 중 신분확인이 필요한 유일한 구간을 지난다.

안내소에서 인적사항을 기재한 신청서를 1인당 1매를 작성해서 내어주니 방문증을 하나씩 준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주민등록번호 대신 생년월일을 쓰지만, 그래도 신분증은 꼭 지참해야 한다. 게다가 아이들은 신분증이 없어도 주민번호 뒷자리 번호를 알고 있어야 한다.

>꽤 가파른 탐방길

> 마블링 잘 된 맛깔나는 북한산이 떡허니 지켜주고 있구나
 

한양성곽 밖으로 왜 철조망이 세워져 있는지 설명을 해주려고 하니 작은 녀석은 건성으로 듣는 척 하다가 그냥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빠의 객기에 듣는 모양은 취하는데, 알아듣기는 했는지...시작부터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작은아이가 시작부터 폴짝폴짝 뛰어 저만치 앞서간다. 녀석이 응석을 부릴까봐 한창 걱정했는데, 오르는 길이 가팔라도 시멘트콘크리트와 방부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헤매지 않고 잘도 올라간다. 잡아 세워도 까불거리면서 올라가는 녀석이 얄미워서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만 큰아이와 마눌님과의 거리도 유지하랴 기를 쓰고 올라가서 헉헉 거리면서 아이를 혼낸다는 것이 더 유치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요 녀석 불안하거나 힘들면 잠시 멈추어 거리를 좁히고 다시 폴짝폴짝. 이제 북악산(백악산) 정상부근 언덕에 가까워지자 박차를 가해서 녀석을 따라 잡는다. 나도 참~ 아이같이 녀석의 팔을 툭 치고 지나간다. 지금 생각해도 참 유치하다. 그래도 녀석 덕에 큰 아이도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뭐가 어쩌고저쩌고 투덜거렸을 텐데 꾸~욱 참고 바로 뒤따라 오른다.

매일 숙제로 줄넘기를 하느라 고생을 하더니 효능을 보는 것 같다. 백악산(북악산) 정상(342m)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오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좁디좁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왜 그러고 있었니? 그냥 재밌으라고요... ㅎ 엄마 기다리기 지루함에


> 백악마루에서 인왕산을 서쪽에 있는 인왕산을 바라봅니다.
 

물 한 모금씩 마시고 사진 찍고도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마눌님. 고개까지 나가서 서성대도 오지 않기에 전화를 했더니 정상으로 오는 표지판을 보지도 못하고 숙정문 쪽 가는 길만 물어물어 벌써 암문 이라고 한다.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선다. 조금 성질을 부렸더니 앞으로 더 이상 나서지 않는 둘째 아이. 내가 너무 심했나?

1.21사태 소나무를 지나면서 아이들이 왜 소나무에 총을 쐈냐는 말에, 무장공비들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해치려고 이곳에 와서 총싸움이 벌어져서 그랬다고 대충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알아는 들었는지 반신반의 했는데, 집에 오니 큰 녀석 통일글짓기 숙제가 있었다는데 때 맞춰 방문을 잘해서 좋은 소재를 찾은 것 같다.


세종로와 이순신 장군 동상, 경복궁이 한 눈에 들어오는 마루에서는 사복 군인들이 사진 찍는 위치를 꽤 민감하게 터치를 한다. 먼 곳 남산부터 이어지는 한양의 한 복판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에게 경복궁과 광화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어도 별 관심이 없네. 다행히 지난여름에 찾았던 광화문광장의 이순신장군의 동상 앞에서의 물놀이를 이야기했더니 바로 과심을 보이며 댓구를 한다.

>이 구간 중 유일하게 성곽 밖으로 난 탐방로

 

암문에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한 마눌님을 만난다. 그리 많이 떨어진 것 같으면 전화라도 할 것이지... 서로 서운한 마음을 곡장 벤치에 앉아 가식을 먹으며 풀어 놓는다.

>말발굽처럽 북으로 뛰쳐 나온 곡장 언저리에서 지나온 길을 바라봅니다.



숙정문까지 계속 내리막길이다
. 이제야 가족이 함께 움직여서 그런지 기운을 차린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역할극을 하면서 뛰다가 멈춰 나무 뒤에 숨었다가 다시 다름질 치며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머금는다.






>숙정문 밖은 부티가 절절 흐르는 평창동 주택지구

숙정문은 4대문의 형식을 맞추고자 만든 문이란다. 연산군 때 자리를 조금 옮겨 다시 세웠다고 하는데, 사람이 다니도록 만든 문이 아니라 평상시에는 굳게 닫아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양에 가뭄이 들었을 때에는 숙정문을 열고 숭례문을 닫았다는 풍속이 있었다네.

풍수 지리적으로 음기가 강한 곳으로 조선 후기 학자 홍석모의 동국세기에는 정월 대보름 전에 민가의 부녀자들이 세 번 숙정문에 가서 놀면 그 해의 재액을 면할 수 있다는 풍속이 전하고 있고, 반대로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숙정문을 열어 놓으면 장안 여자들이 음란해지므로 항시 문을 닫아두게 했다는 속설을 전하고 있다. 반대되는 것 같으면서도 음기가 강한 지역이라 그리도 해석을 하는가 보다.

남대문인 숭례문이 예를 숭상한다는 이름에 비해 북대문은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이 두 번째 걸음인데도 내려가는 숙정문에서 바로 내려가려니 사복군인이 말바위 쪽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안내를 해준다. ~ 마눌님과 아그들이 킥킥대면 웃어댄다. 요놈들~...

>말바위 앞에서, 말바위는 말 같이 생겨서가 아니고 말을 묶어 놓고 쉬어가는 곳이라서 '말바위'라고 했다네... 우리 딸아이가 말 모양을 기대했는데 아니라고 실망하네요
 

삼청공원에서 쉬면서 화장실에서 땀을 씻어내고 옷도 갈아입어 힘이 날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금새 지친다. 북촌한옥마을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금융연수원을 지나 돌계단길을 올라 북촌마을에 올라서니 아이들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다. 덥긴 덥지... 북촌 팔경을 다 보여주고 싶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줘야지.

북촌11길을 지나 내려와 헌법재판소를 거쳐 안국역까지 뜨거운 태양 아래 서울 도심을 걷는다. 인상을 북북 쓰고 있는 녀석들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그냥 오늘 투어를 접을까도 생각이 든다.

그래도 녀석들이 인사동 골목에 들어서자 갑자기 생기가 돈다. 뭔가 색다른 멋이 느껴지는 거리가 맘에 든다네.



 

우선 주린 배를 채우고 여기저기 골목을 다녀보자고 했는데, 인사동 두부마을에서 한상 거하게 먹고 나더니 갑자기 더 불어난 인파에 식곤증 때문에 대충 큰 길만 훑어보고는 1시간이나 일찍 귀로를 택한다.

>인사동 두부마을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