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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강화 마니산 산행이야기

by 여.울.목 2016. 8. 6.

강화 마니산

우리나라 제1의 생기처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 강화도.


이 강화도의 최고봉인 마니산, 

마니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塹星壇, 한자를 있는 그대로 생각해본다면 별구덩이제단? ㅋ

하늘의 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 아닐런지.

그래서 지금도 참성단에서는 제산를 지내고 있고, 전국체전 때면 성화를 채화하는 건 아닐까.


해발 472.1m의 작은산 마니산은 아무리 봐도 동네 뒷산 같은데... 

산 능선부터 환하게 보이는 서해바다는 맘을 탁 트이게 하고, 아찔하게 불규칙한듯 일정하게 쌓여있는 바위 능선은 내내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게 만든다.


인터넷에서 찾아 본 마니산의 대표적인 등산로는 아래와 같다.

주로 국민관광단지가 있는 상방리 매표소를 기점으로 작성이 되어 있다.


계단로(왕복) 4.8km 2:30 상방리 매표소 → 1004계단(개미허리, 할딱고개) → 정상

단군로~함허동천 6.4km 3:00 상방리매표소 → 단군로 → 정상 → 바위능선 →함허동천로 → 함허동천 매표소

단군로~정수사 5.3km 3:30 상방리 매표소 → 단군로 → 정상 → 정수사로(암릉구간) → 정수사 매표소

단군로~계단로 6km 3:00 상방리 매표소 → 단군로 → 정상 → 계단로 → 상방리 매표소

단군로(왕복) 7.2km 3:30 상방리 매표소 → 정상


내가 택한 코스는 단군로~정수사 코스의 역방향 코스다.


그런데 실제 거리는 조금 차이가 난다. 자료에는 5.3km인데, 실제 정수사 매표소에서 상방리 매표소까지는 4.5km정도 된다.

사실 단군로~함허동천 코스가 가장 일반적인 코스 같다.

오르는 것은 알싸하게, 내리막은 완만하게...

그런데 올라보니 함허동천 단군로가 가장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암반 능선을 오르는 것 보다 내려서는 것이 더 위험할 것이기 땜이다.


아무튼 내가 아래 코스를 택한 이유는,

1. 등산화를 놓고 왔기에... 내려설 때 미끄러지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계단로 선택

2. 폭염에 가장 짧으면서도 마니산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능선코스를 타기 위해 선택


산행에 사용한 앱은 Locus Pro


정수사 매표소-마니산-계단로-마니산국민관광단지(상방리 매표소) 4.46km 2:00 (2.2km/h)

 

2016-08-04_12-41-59_마니산.gpx

 


 


휴가를 냈다

휴가 첫날 민족의 정기가 어려 있다는 마니산부터 찾기로 했다.

휴가철이라 그나마 한산한 서울시내를 가로질러 200여 km를 달려왔다.

기나긴 운전의 후유증과 빽빽 울려대는 폭역주의보 경고문자에도 불구하고 마니산에 오르려는 마음에 점심을 먹고는 씩씩하게 산으로 향한다.

아차!!!

그런데, 결정적으로 등산화를 놓고 온 것이다.

차가 막힐까봐 일찌감치 나온다고 식구들과 함께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오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등산화를 놓고 온것이여~ ㅠㅠ

다행히 차 안에 놓여있던 한 켤레의 운동화가 희망의 불씨를 살린다.

 

 

2,000원

내가 이 더위에 혼자 오른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가족들이 이것저것 챙겨준다.

막내 녀석만 시원한 차 안에서 혼자 뭔가를 하면서 아빠가 배낭을 들쳐메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매표소가 보인다.

여기 강화도의 특징! 뭐든 되면 다 돈을 받는 다는 것이다.

어른 기준으로 700원부터 3,000원까지, 3군데 이상 관람하면 15%정도 할인을 해주는데 여기는 해당도 안 되거니와 처음 오는 사람이 어디어디를 갈것인지 정해놓고 다니기도 참~ 애마하니... 강화군, 돈독이 올른 것인가?

인건비는 건지는지 모르겠다.

요금안내표의 요지는, "여기는 국립공원이 아니라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해 돈을 받아야겠다"이다.

그런데 어째 매표원이 없다. 다행? ㅋㅋㅋ

등산화가 아니라 그런지 첫 발걸음은 가볍다.

혹여나 관리인이 다시 나타날까 얄팍한 마음에 발걸음을 제촉하는데, 막내녀석이 울음을 터트렸나보다. 막내의 울음소리보다는 "너는 왜 울어?"하는 마눌님의 앙칼진 목소리가 산골짜기를 파고든다. ㅎ

 



400미터

400미터를 올라왔다. 

이 폭염에 딱 1km를 세이브 했다. 다행이다. ㅎ


그런데 이 산 아무래도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이다. 氣를 느끼기 보다는 골짜기를 오르는 내내 뭔 지릿한 소변 냄새 같은 악취가 은근하게 베어 있다.

바위에도 이끼가 많이 어려 있는 것이 음침하다는 느낌?

400m를 올랐는데 벌써 팔뚝에서도 땀을 펌프질하고 있다.



함허동천에서 올라오려면 1.4km를 올라와야 한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함허동천과 만나는 능선 시작점에서부터는 널직널직한 바위덩어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뙤악볕만 내리 찔 줄 알았는데 참나무가 엉기성기 바위덩어리 사이에 서 있는 덕에 그늘 아래로 산행을 할 수 있다.





바위능선

드디어 뷰포인트에 다달았다.

탁 트인 전망, 바다가 보인다.

뿌연 박무가 끼었지만 바다가 보이고, 

녹색으로 가득찬 들과 짙은 초록으로 옷을 입은 산이 정겹게 어우러져 있다.

아~ 이 맛에 이런 더위에도 산을 찾는 것이지.




뷰포인트에 다달았다는 것은 이 코소에서 드디어 바위덩이리들이 즐비한 능선에 다달았다는 것이다.

웬만하면 밧줄 넘어서 바위를 기어오르고 싶지만 오늘은 참는다. 운동화를 신었기 때문이지.

여기 바위들은 거대한 바위 한 덩어리이기 보다는 커다란 여러개의 바위 덩어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세여서 손과 발을 틈에 넣고 충분히 오를만하다만, 자칫 미끄리지면 크게 다칠 것이 뻔한 위험한 구간이기도 하다.


위험이란 표지판을 우회하는 데크로 만들어진 코스를 걸어올라가다 보니 유난히도 많은 매미들이 날아다닌다.

요 녀석, 금방 날아와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는대도 도망가지 않고 참나무에 그냥 붙어 있다.



우회해서 온 바위 봉우리가 아래 바위 덩어리들의 집합체이다.

꾸역꾸역 오르고 내릴 수는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이 구간 통털어서 가장 위험한 부분일 것이다.

그냥 보기에도 바위가 안정적으로 놓여있지 않다.



이제 앞으로 가야할 암릉구간이다.

여기부터는 오르고 내릴만한 구간이다.

하지만 이런 바위구간을 계속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체력이 소모되는지 잘 안다.

그늘도 없는 바위 위를 등산화도 없이 오르다보니,

땀으로 범벅이 된 손등인데도 등산 장갑을 꼭 끼고서는

네 발 짐승이 되고 말아야 한다. 


바위 틈새마다 노랗고 하얀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다.

금방이라도 말라 죽을 것 같은 환경이데도 연두빛 줄기에 노랗고 탐스런 꽃을 피우고 있다.



지금까지 지나온 바위능선과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다시 올라서야 할 바위능선





生氣處

바위를 오르고 내리는 즐거움?

산을 오르내리는 데 있어 내게는 재미 있는 과정이다.

그 즐거움을 너무나 느꼈는지 더위를 먹은 탓인지 조금씩 힘이 빠진다. ㅠ




함허동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의 361m의 고지에 올라서면 

지나왔던 능선과 지나야 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점심 때 먹은 곡기가 빠져나간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허기진 것도 아닌데

자꾸 힘이 빠진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안내판

우리나라에서 좋은 氣가 나오는 곳이 십여 군에 이쓴데 그 중에 강화도 마니산을 대표적인 제1의 생기처로 뽑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디... 난 왜...

폭염 속에 바위 능선을 오르느라 기를 쓰고 똥줄 타듯이 신경을 모았기 때문에 이리 피곤한 건가?

이상하게도 전국 제1의 생기처라는 안내판을 본 후로 자꾸만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런~ 기를 받으러 왔는데 기를 쓰고 가는거 아닌가? ㅎㅎ



아폴로 16호 달착륙 후 유난히 상서로운 기운이 뻗치는 곳이 보이길래 사진을 찍어 두었다는데, 지구에 귀환해서 알아보니 강화도 마니산 일대였다고...

(마니산 국민관광단지 안내판, 2001.3.비평과 전망-황종국 글)

기가 세기는 센가보다.

내가 이렇게 기 타령을 하고 있는 걸 보니.



361고지에서 멀리 서해바다를 바라보고,




북쪽으로, 이제 마니산 정상도 바라보인다.



361고개에서 비스듬하게 바위 능선을 타고 내려서야 다시 마니산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

어딘가 신이 있다면 고만고만한 바위덩이를 모아 조경을 해 놓은 것처럼 능선을 따라 바윗길이 이어진다.



숨도 고를 겸 다시한번 바다도 바라보고...


361고지에서 비스듬하게 내려와 다시 마음을 다잡고는

오르막길에 들어서야 한다.

그런데 요놈의 기 때문인지 기에 끌려 자꾸 바위에 걸터 앉고만 싶다.

자꾸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이 좀 쉬어가라는 징조다.


바위에 걸터앉아 땀을 훔치며 주변을 둘러보니,

어라~ 이거이 바위가 모두 쭈글쭈글하다. ㅋ

엄청난 암력에 눌렸다가 힘의 균형이 조금 뒤틀려서 와자작 부서져 내린것 같다.

그러니까 '엄마손 파이'라는 과자 같이 바위들이 압력을 받아 결을 이루어 있다가 힘의 방향이 틀어져 몽땅 부러져 고만고만한 크기로 마니산 전체를 뒤 덮은 것 같다.


이런걸 편마암이라고 하는데

화강암이나 퇴적암 등이 열과 압력을 받아 변한 암석으로 강도에 방향성이 있어서 석재, 골재로 부적합하다고 한다.


아~ 언제나 정상이 나올라나

몸도 마음도 이미 더위에 두손두발 다 들고 항복하고 싶을 즈음

쉴만한 곳이 나온다.

한 3m정도의 높이의 바위에 누군가 직사각형의 흠집을 낸 것이다.


'참성단중수비'란다.

그럼 참성단이 바로 요 근처에 있다는 말씀! 아~ 거의 다왔다....


참성단중수비의 내용을 안내문의 글을 인용해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참성단을 다시 쌓은 사실을 기록한 것인데, 암벽에 50*105cm 테두리 안에 글자를 세겨 넣었다.

1~7행까지 각 30자, 8행은 28자, 9행은 12자로 250자가 되겠음

조선시대 강화유수(섬 고을에 비해 꽤 높은 종2품의 높은 관직) 최석항이 숙종 43년(1717) 봄 순시하다 참성단의 많은 부분이 무너진것을 보고 선두포 별장과 전등사 총섭승에게 중수를 명해 공사를 마쳤다는 기록이다.


강화가 나라의 방패가 되는 중요한 고이며, 나라에서제사를 드리는 명산이기에 참성단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니 다시 일으키고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도 썼다고 한다.


참성단의 보수와 개축은 여러 차례 이러어졌다는데, 인조 때의 보수는 역사서에 기록이 되어 있으나, 숙종 때의 중수는 이 중수비를 통해서만 확인된다고 한다.


그러니, 요즘 말로 중앙지에 올릴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방비를 써서 말끔하고 튼튼하게 다시 고쳐세웠다는 뜻 아닐까 생각된다.




참성대

중수비문 해설글을 읽고 조금만 더 기를 쓰니 바로 헬기장이 나온다.

드니어 마니산 정상에 다다른 것이다.


다른 산은 표지석이 있건만,

여긴 참성단에 밀려 산의 정상표시는 나무기둥으로 대신하고 있다만,

이게 더 운치 있어보인다.



아~ 그런데 이 뭔 불길한 예감...

정으로 돌을 쫗아대는 망치소리가 들린다.

숙종 때 중수 한 이후로 또 다시 싸아 올리고 있는 것이여?

공사중이라 혹시 못 올라가게 막는 것은 아닌지...



2,000원 안 내고 왔다고 내심 흐뭇하게 생각했는데, 이거이 뭔 날벼락이냐...
11월 14일까지 공사란다.

그럼 10월달 전국체전 채화는 우쩔라고 그러는지 ㅎㅎㅎ

단군로 쪽으로 좀 돌아볼까 하다가 정 떨어져서 그냥 하산길에 접어든다.



강화도는 섬인데도 곡창지대가 많다.

그래서 고려시대에는 이곳으로 궁을 옮겨와 몽고에 항쟁을 하고,

조선시대에는 행궁을 짓고 정묘호란 때 피해왔었나보다.



계단로다.

등산화를 신지 않은 이유로 내려서는데 확실한 이 코스를 택했다.

직사각형 모양의 직육면체 화강암 덩어리로 1004개의 계단을 만들었다는 거임?



지루한 계단을 내려와 마니산 기도원이라는 곳까지만 산길이고,

거기서부터는 이런 아스팔트 포장길이다.

이런 포장길을 1km 내려서면 산행이 종료된다.


포장길 내내 계곡이 끼어 있는데,

명상이라고 하기에는 산의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계곡이 영~



마니산을 포함한 1박 2일의 강화도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강화도가 스스로 자랑을 하듯이 국방의 요충지이며 단군의 정기가 흐르는 생기처임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동북아시아가 힘의 균형을 맞추느라 요동칠 때마다 개경과 한양의 입구라는 이유로 강화도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을지 상상이 간다.

궁성을 쌓는다 산성을 쌓는다 전쟁물자를 대고 전쟁에 참여도 했어야 했을 것이다.


가난하고 약한 나라가 얼마나 백성들을 아프고 힘들게 했는지 강화도를 돌아보면서 다시 생각해본다.


그나저나 입장료는 왜 그리 기를 쓰고 받으시는지...ㅎ

사실 입장료에 비해 볼 수 있는 콘텐츠는 빈약하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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