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산 앞에 겸손하자
집에서 07:15 출발
09:50 산행시작 - 11:20 삼마골재 - 11:50 삼도봉(점심 30분) - 13:15 석기봉 -14:35 민주지산 정상 - 16:00 원점회귀
집에 18:00에 도착
2010.10.17. (일)
나, 내 친구, 임씨 이렇게 3명
전나무숲 갈림길-삼마골재-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 7km
민주지산-전나무숲 갈림길 3.4km
주차장에서 전나무숲까지의 거리까지 치면 약 13km 정도를 걸었다.
아침 일찍 이다. 아직 코~ 자고 있는 아들을 억지로 깨워 눈을 마주친다. 아빠가 차라도 놓고 갈 터이니 엄마랑 편하게 다녀라.
그래도 아침 7시 출발이면 빠른 걸음으로 집에까지 오는 시간을 당겨볼 수 있으리라.
0950 전나무 숲
산세가 좋다. 이렇게 깊이 들어오는 바람에 사람들의 접근도 그리 많지 않았을 거다. 길을 헤매다 만난 동네 아저씨의 정체모를 사투리가 정겹다.
주차장은 덩그러니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차장을 벗어나는 어귀에 커다란 산행개념도가 세워져 있다. 이쯤이야~ 다들 삼마골재~민주지산, 그리고 여차하면 각기봉까지 달음질치자고 결의를 한다.
<산행개념도>
다들 건너 뛴 아침식사를 해결하느라 식당에서 감자전과 막걸리에 목을 축이느라 근 40여분을 허비했다.
전나무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가면 비교적 완만한 길을 따라 오른다. 오른 쪽으로 가면, "지름길"이라고 써 있는 것처럼 빠르게 오를 수는 있지만 고생을 많이 할 거란다.
점점 기어 올라오는 술기운은 전나무 숲을 지나면서 말끔히 사라진다. 매끈하게 잘 빠진 나무 사이로 아침 해가 안개를 헤집고는 물끄러미 고개를 내민다. 정말 좋다.
<전나무숲 사진>
전나무 숲을 빠져 나오면서 이제 물한계곡을 끼고는 오른다. 비교적 완만하면서 오프로드 차량이 지날 정도의 얌전한길이 꽤 이어진다. 여름이었다면 계곡과 헤어지기 싫어했을 텐데, 가을을 느끼려다보니 녀석에게 외도를 하고 만다.
<쓰레기 줍는 고운 손, 절대 설정 아님, 친구의 산에 대한 자세가 새삼 놀랍다>
1120 삼마골재
제법 등산로 같은 경사길을 만난다. 땀이 얼굴을 타고 흐르메 숲을 벗어나니 삼마골재다. 억새가 쨍쨍한 햇볕을 받아 더욱 풍성해 보인다.
이제부터는 오르막이다. 그래도 오르면서 민주지산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기에 가뿐한 느낌이다. 힘들지만 맛을 느낀다. 삼도봉인줄 알고 열심히 오른 봉우리. 정상이 좁아 단풍구경을 짧게 끊고는 뒷사람들을 자리를 비켜 준다.
이거 다시 여름이 왔나? 가끔씩 더운 기운이 확확 불어 닥친다.
<삼마골재 사진, 이제 바야흐로 본격적인 오르막 내리막이 시작된다>
1150 삼도봉
왜 삼도봉인지 알아?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삼도의 경계란다. 3도의 화합비가 정상에 서 있다. 오고가는 등산로도 삼도방향마다 나 있다.
점심을 먹느라 한 30분을 보냈다. 배가 너무 부르다.
근데 생각보다 민주지산이 가깝게 보인다. 이 동네 사람같은 아저씨도 저 산이 민주지산이라고 맞짱구를 쳐 준다.
<삼도봉 너머로 석기봉이다. 저게 민주지산 주봉인줄 알았다>
유난히도 쫑긋 솟은 저 산. 맞다 민주지산일 게다. 산의 풍세하며 저 정도 높이라면 맞다. 잘하면 능선 다 돌 수도 있겠다. ---라는 허황됨을 품다.
1315 석기봉
능선이라고 하기엔 높고 낮음이 심하다. 그래도 정상이 바로 앞이다. 바로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멋진 바위 봉우리... 정말 녀석도 멋지지만 녀석의 등에서 바라보는 삼도의 풍경이 일품이다.
<민주지산에서 바라본 저 뾰족한 산이 석기봉이다. 거기서 여기까지 한참을 걸었다>
아~ 그런데 여기가 민주지산 정상이 아니란다. 저기 보이는 좀 우둔해 보이는 저 봉우리가 민주지산이다.
석기봉 주변엔 길은 밧줄 많다. 그만큼 경치도 좋다. 바위가 많아 뷰포인트가 제대로다.
그렇게 석기봉을 피해 내려와 산줄기를 제대로 맞춰 민주지산을 보니....
허걱! 너무 멀다. 아니 멀기도 하거니와 푸~욱 꺼졌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
민주지산 내가 왜 깐봤을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임씨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함께 온 친구도 나도 산을 너무 쉽게 봤다.
한 시간 하고도 20분을 꼬박 걸었다. 민주지산... 삼도가 함께 해서 서로 떠밀어 그런가 중간에 이정표도 별로 없다. 나무에 가려 풍경도 안 보이고 능선이라고 하기엔 높고 낮음의 정도가 심하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엔 뭔가 조금 부족하긴 부족하다.
공주둘레산 가막산을 지나 우금치로 향하는 능선 같은 느낌이랄까?
1435 민주지산 정상
하산길을 확인하고 마지막 1백여 미터를 힘껏 올라간다. 간만에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본다. 멀리 각호산의 모습이 보인다. 주봉인 민주지산 봉우리보다는 저 각호산과 삼도봉이 더 매력적이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아침에 먹다 남은 동동주 한 잔씩 정상주 건배!
<정상에서 바라본 각호산의 모습>
민주지산에게는 미안하지만 능선 코스를 좀 짜부시켜 뭉쳐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없어 그냥 민주지산 정상만 올랐다면 이 산이 왜 100대 명산의 하나인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기만 했을 게다.
좀 더 시간을 가졌다면, 1박을 해서 민주지산 능선을 온전히 돌아도 좋을 것 같다. 언제나 힘들면 물한 계곡으로 다시 내려올 지름길이 있다.
1600 원점회귀
아! 근데 그 지름길 장난이 아니다. 내내 돌맹이로 포장아닌 포장이 된 급경사길이다. 내 무릎이 많이 고생했다.
해 지기 전에 내려와서 다행이다.
집 근처에 오니 오후 6시다. 삼겹살에 소주 캬~ 죽인다.
근데 술 잘 먹고는 집에 가서 짜증을 받아줘야 할 내가 짜증을 피우고 말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들 때문에 내가 실수하고 있다는 걸 금새 알아차리긴 했지만.., 미안하다는 내 문자 한통으로 풀리지 않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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