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지도, 파란색 실선이 내가 내려올 때 지난 길이다.>
2010.11.21.(일)
*오고가는 길(편도 115km, 2시간)
공주 옥룡동-당암3거리-청원IC-증평IC-쌍곡계곡-용추계곡-대야산(벌바위 마을)
*산행 (원점회귀 총 12km, 휴식 포함 4시간 소요)
가은읍 완장리 11:30대야산 간이주차장-(돌마당식당)-(무당소)-용추폭포-망속대-12:00월영대(갈림길)-다래골-12:10떡바위-삼거리 이정표(사기굴)-12:45밀재-거북바위-코끼리바위-대문바위-농바위-버섯바위-중대봉 갈림길-대야산-피아골-건폭-월영대(갈림길)-15:30간이주차장
주차장 280m, 대야산 정상 931m 수직이동 651m
처음엔 선운산이나 장안산을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거리를 따져보니 대야산이 더 가까운 것이다. 산도 산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도 많은 작용을 한다. 2.5일 분의 기름이 소모되었다.
일요일 아침이다. 사실 금요일, 토요일 연이은 음주 탓이 크겠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식사도 포기할 수 없기에 처음 계획보다 1시간 30분이나 늦게 출발을 한다. 늦었어도 아이들과 안식구의 웃음 띤 배웅을 받으며 나서는 행복감은 어느 무엇에 비할 바가 없을 것이다.
<멀리 대야산이 보인다>
2시간, 길긴 길다. 대부분 막힘없이 뻗어난 도로를 거쳐 증평을 스쳐 괴산을 지나니 편도 1차선이 시작된다. 바로 쌍곡계곡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제 길은 구불구불, 최근 찾았던 민주지산이나 운장산처럼 자동차가 없었다면 걸어서 큰 산 근처에 접근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가는 길 오는 길에 경치 때문에 차를 안 세울 수 없었다. 운장산 가는 길엔 호수의 찬란함이 있었다면, 이 길은 멋지게 우뚝 서있는 산세가 참 좋다.
돌아오는 길에 알았는데, 주차장이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 주차장에서 등산로까지 길도 나 있고, 속으로 주차장도 없는 곳이라고 얼마나 궁시렁거렸는지 모른다.
<용추계곡, 하트모양의 웅덩이 보이나요?>
이곳이 예전 KBS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을 찍었던 곳이란다. 누군가 도망치다가 목을 베였던 장면이 기억나는데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다. 드라마 촬영을 해서 그런지 이곳까지는 사람들이 많다. 하트모양의 움푹 파인 소(沼)가 인상적이다. 인터넷의 다른 자료를 보니 물이 많을 때는 정말로 장관이었다. 지금도 괜찮지만.
이제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밀재를 지나 능선을 타는 길이요, 오른쪽은 피아골을 지나 반듯하게 대야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밀재를 통해 능선을 타기로 한다. 좀 고민은 했지만 언제나 계획대로 실천하는 버릇을 들여야 하지 않나... 사실 대부분 그렇게 밀재를 통해 올라 피아골로 내려온다고 한다.
<산죽길>
이곳도 운장산에는 못 미치지만 산죽이 극성(?)이다. 극성이란 말을 썼지만 싫지 않다. 운장산 산죽은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벅찰 만큼 빼곡히 그 군락이 큰 반면, 이곳은 산죽이 길따라 드문드문 나 있다.
용추계곡과 갈림길이 있는 월영대를 지나 떡바위까지는 무난한 등산로다.
계곡을 오를 땐 비취빛 맑은 물에 눈이 즐겁고, 능선을 타면 수려한 풍경에 심신이 편한데 능선까지 오르는 길은 황량한 숲이다. 겨우살이 준비를 끝낸 앙상한 나무와 수북한 낙엽 뿐이다. 이런 삭막함을 지나야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무엇과도 마찮가지 같다. 비로소 사기굴이라는 이정표를 지나자 가파른 길이 마지막 발악을 한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데 어딨는지 모르겠다. 알고보니 사기굴 이정표에서도 잠시 머뭇거린 갈림길, 오른쪽으로 오르면 밀재를 거치지 않고 대문바위, 코끼리바위로 향한다. 나?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
밀재... 너른 쉼터라고 해야 할까? 왜 밀재인지 왜 떡바위인지 설명이 있었으면 참 재미있었을 터인데... 하지만 이 등산로는 비법정등산로다. 그런 친절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밀재에서 잠시 숨을 돌리나 했더니 코기리 바위까지 엄청난 비탈길이다. 어느새 코호흡도 포기하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의 값어치는 바위 위에 서면 바로 느낄 수 있다. 거북등같이 생겨서 거북바위라고 하는 것 같은데, 거북바위는 여기보다는 좀 지나서 저기 같은데.
<대문바위 위에서, 바람이 세다>
조금 더 용을 쓰고 올라 두 개의 커다란 바위 기둥을(대문바위) 지나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센 바람을 맞으며 점심을 해결한다. 아 근데 이 바위 위 바람이 너무 차고 세다. 거기를 지나니 온화하기만 하다.
정말 거북같은 바위다.
그리고 농바위와 버섯바위를 지나는데 웬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왁자지껄 밥상을 펼치고 있어 녀석을 자세히 느끼지도 못하고 수줍은 발걸음을 돌린다.
그리곤 돌아가는 편한 길을 놔 두고 부러 바위를 오르내린다. 왜? 정말 경치 끝내주니까. 여기서 보이는 저 대야산 정산! 높아 보이는 곳이 아니라 오른 편이다. 높은 곳은 더 높은지 모르지만 사람이 서 있을 공간이 없다.
사실 바로 옆에 대야산이 있다. 그 두 봉우리를 건너는데 상당히 위험하더라. 적어도 나한테는 왜 내게는 바위길만 보이는 걸까? 조심조심 오르고 나면 아래로 돌아오는 길이 있다.
<대야산에서 바라본 지아온 능선길>
대야산 정상에서 술 대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친구, 약올리냐며 노발대발이다. 누군가는 뭐하러 그 고생하냐고 하것지만 그래도 부러워하는 사람, 나랑 비슷한 류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엷은 미소가 지어진다.
금새 정상은 나를 따르던 사람들로 북적댄다. 도저히 시끄럽고... 솔직히 인증샷을 찍기 어려워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멀리 보이는 산들도 참 좋~다.
사람들이 올라오면서 얼굴이 노랗다. 밧줄을 타고 올라왔다고 한다. 내가 내려가야할 길인가보다. 정말 밧줄이다. 거의 수직의 절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왜 저런 곳에 밧줄까지 걸어 놓고 궁상을 떨까? 깍아지른 봉우리의 절벽을 내려와 그 비슷한 내리막은 등산스틱보다는 두 손으로 나무를 잡고 내려가는 편이 훨 낫다.
아 근데, 나보다 조금 일찍 출발한 두 명의 여자 등산객, 밧줄을 걱정하더만 나보다 산을 잘 타는지 보이지 않네?
역시나, 계획된 산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집에 와서 등산지도를 다시 보니 아래로 돌아 바로 피아골을 지나 월영대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촛대재를 지나 계곡을 한참이나 지나니 갈라져 오르는 길을 만난다. 저 길이 왜 있나? 왜 헷갈리게... 지금 생각하니 그쪽으로 오르고 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월영대에서 가야산 정산으로 갈 때 밧불을 타려면 오른쪽으로 촛대재를 지나 오르면 되고, 그냥 가려면 왼쪽으로 계곡을 따라 오르면 된다. 이정표 좀 놔 주면 안 되나?
이제 아까 지난 길이 나온다.
밧줄길이나 일부 바위 길을 빼면 전반적으로 그리 험하지 않은 산이다. 산의 규모가 조금 더 컸다면 유명세가 더 컷을 수려한 경관을 가진 산이다.
오는 길 왜 이렇게 막히냐? 해는 져서 집이 그리운데 얼마 안되는 편도 1차선 도로 위에서 시간만 마냥 죽이고 있다 보니 짜증이 제대로더라. 그 편도 구간을 나오니 막힘없는 귀로가 이어진다.
막히는 구간은 정확히 317번 지방도를 나와 좌회전 후 34번국도로 접어들어, 괴산 시내 외곽도로까지 이어지는 편도 1차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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