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흘산 산행이야기
새재주차장-제1관문-해국사-대궐터-주봉-영봉-꽃밭서들-제2관문-새재주차장(원점회귀) 14.33km 4:07 (2.1km/h)
한 달이다.
9월 8일 산행이야기를 이제서야 끼적거린다.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앞으로 두 달 동안은 무슨 일이 있을까?
무얼 바라보고 무얼 생각하면서 사는지 모르겠다.
주흘산에 대한 환상이 깨진 산행이었다고나 할까?
친구녀석이 겨울 주봉에서 느꼈던 감흥을 하도 찬란하게 말해서 기를 쓰고 따라 나선 산행이었다.
그러네... 9월 8일도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일을 뒤로 하고 산행을 했다.
땀을 푹신 흘리고 참 좋았지만,
뒤풀이 식당을 찾아 선정하고, 산악회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도 또 다른 일거리더만 ㅋ
2018-09-08_09-07-20_주흘산_003.gpx
아무튼,
결국 산행은 원점산행이 되고 말았다.
원래 1관문을 지나 주흘산을 거쳐 나와 2관문, 3관문을 지나 고사리주차장에서 마무리짓기로 했는데,
촛점이 '산행'에 맞춰지답니 관문 2개를 지나는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산행 일정을 잡은 1번 무전기는 조금 서운해하는 눈치다.
▼ 우리가 계획했던 원래 산행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다.
산행하기 딱 좋은 날이다.
사극을 보면 시대를 불문하고 등장하는 성곽
여성의 신체부위를 닮았다는 폭포다.
최근에 비가 와서 그런지 물줄이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가을이면 참 이쁜 단풍이 들것 같다.
폭포 바로 위인데,
여기로 오르려면 비~잉 돌아서 올라야 한다.
아래에서는 폭포소리가 들리고,
시야에는 멋드러진 소나무가지 사이로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900미터 후반 고지까지 이어지는 오르막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주봉 바로 밑에서 그 가파름이 악을 쓰며 기를 쓰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대궐터(?)라는 약수가 나오는 곳부터 이어지는 데크계단길이 압권이다.
좀 쉬고 오르면 좋으련만,
뒤에서 쫒아오는 발자국소리에 경쟁심이 발동해서 멈추지 않고 오른다.
엄청난 인내와 체력이 요구되는 계단이다.
주봉에서 바라본 문경시가지
친구 녀석이 그리 큰 감흥을 맞았다는 포인트다.
참 멋지다.
이 포인트 근처에서 점심 전을 편다.
그리고...
그리고는 끝이다.
주봉부터 영봉까지의 능선길 중 간간히 보이는 멋진 풍경이 있으면
산행 리듬이 깨지더라도 마음이던 카메라던 담아두어야 한다.
아무것도 남은게 없다. ㅎ
다고지게 맘먹고 부봉까지 가보고는 싶지만,
단체 산행에서 또다시 욕심을 부리다가는 지난 달 꼴이 날 것 같더군.
영봉을 지나서부터는 지루하고 지루한 내리막 길이다.
어찌나 지루하던지 좀 쉬어가고 싶다.
다행히 어제까지 내린 비로 계곡이 풍성하다.
계곡을 만나서부터는 내리막길도 완만한 길로 이어진다.
이 시간에 올라오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가려면 한참인데 이제 시작이네?'하며
의아해 하는데,
요놈의 길이 끝이 없다.
지루함이 계속된다.
그나마 가끔씩 너덜지대에서 볼거리도 만나고,
골짜기 나무 사이로 가고파했던 부봉 능선도 보인다.
그래도 지루하다.
이제 제2관문에서 다시 1관문을 지나 원점회귀하려고 한다.
지루하다.
계속 평지 같은 길을 걷고 또 걷는다.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
아님 감흥이 다 식고 난 다음에 글을 써서 그런가?
며칠 전 같이 산행을 몇 번 했던 또 다른 친구가 사망했다.
대둔산의 암벽을 타다 추락했다고 한다.
일에 치여 아니 일에 묶여 아무것도 못한 나...
그래서 맘이 더 심란한가보다.
친구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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