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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두타산 눈길 산행_2011.03.26.

by 여.울.목 2014. 9. 1.

두타산 눈길 산행
201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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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괜히 친근하게 들렸다. 라디오에서 여행작가가 바다-해발 시작점부터 시작되는 지라 힘들다고, 하지만 올라가며 바다가 보이기에 멋진 산이라고 소개를 한다.

거기다가 계곡이름이 무릉계곡이란다. 무릉도원.

가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또 다른 편견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운다.

낭만

낭만이 가득한 산 두...

 

~!

몸살감기가 화요일에 급습했다. 오한으로 끙끙 앓았다. 미치겠다. 이런 몸으로 산엘 가야 하나?

웬만하면 견디는 내가 그날 아침엔 병원을 찾았다. 어떻게든 가야 한다.

 

감기약기운이 한 주 내내 나를 골린다.

감기약을 먹고 여행에 나선다. 어째 고생길이 훤할 것 같다.

 

장장 4시간 넘는 차량이동. 종탁아 고생 많다.

어렵게 도착한 동해시, 다들 가벼운 배낭을 채워야 할지라 눈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간다. 이 사람들 이렇게 준비가 없으니...

괜히 커다란 내 배낭이 걱정스럽다. 가련한 내 두 어께여!

 

생각보다 그럴듯한 여관이다. 그래도 안에 들어가니 오래된 시설이라 문틈으로는 꽃샘칼바람이 제대로 들어온다.

 

그렇게 어색한 하룻밤을 자는 둥 마는 둥 아침 6시에 맞춰진 누군가의 알람에 눈을 뜨고 만다.

 

가볍게 흩뿌려진 눈... 이라고 다들 그러더라. 혹시 모르니까 아이젠이나 잘 챙겨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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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씨지만 무릉계곡의 맑고 풍부한 물줄기를 보니 맘이 뻥 뚫리는 것 같다.

허걱~ 꽤 긴 평지 같은 산책로를 지나 갈림길에서 선두 두 명이 이 길이 맞냐고 물어본다.

이제 본격 산행 시작이다. 두타산성으로 향하는 길이다.

아이젠을 꺼내야 한다.

 

두타산성

어디냐?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이런 절벽위에 돌로 쌓아 만든 산성. 이런 높이에 쌓은지라 비바람에 그냥 온전하게 있을 리가 만무겠지.

 

갈수록 눈이 많아진다. 한창 침엽수림을 오르다보니 위에서 한 아저씨께서 내려오신다. 길이 막혀 갈수 없다고... 순간 정원이와 성룡이의 입가에 흐르는 미소. 후미로 쳐저 오는 재룡에게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눈이 엄청 쌓여 장비 없이는 도저히 앞을 헤치고 나갈 수 없다고 한다. 자기 말고도 두 명이 길을 뚫어 보려다가 삼거리에서 되돌아 올거라고 했다나?

 

점점 눈이 깊어진다. 이미 발목 깊이는 기본이고 무릎까지 빠지는 곳도 많다. 스틱을 엄한 곳에 놓았다간 푸~욱 빠져 중심 잃기 십상이다.

 

눈이 잘 다져져서 푹신했던 지난 태백산이나 계룡산과는 달리, 뭐랄까 그래 에베레스트산 등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난 그 눈! 힘든 눈이다.

하늘은 파랗고 날은 참 좋은데 무척 힘들다. 점점 대궐터 삼거리에 다가갈수록 도저히 못갈 것 같다는 생각에 다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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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자리를 잡고 한 시간이나 앉아 오찬을 즐긴다.

다들 산행을 포기한 지라 편안하게 꾸려온 짐을 뱃속으로 넣어 줄이려 나름 고분분투.

 

점심을 먹고 점심 자리를 정리하며 저기 앞에 보이는 두타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내 몸뚱이 상태보다도 수백기로미터를 4시간 이상 차를 몰고와 하룻밤을 지내고 여기에서 되돌아 가야한다니 한숨이 절로 나오더라.

 

그놈의 스패츠 하나 살 걸 그랬나?

 

재룡, 등산화에 스틱에 30만원이나 투자했다며 어울리지 않게 계속 가야한다고 중얼거린다.

그래 가자. 발이 다 젖어도 춥지 않기에 충분이 견딜 수 있다.

 

앞에 이 동네 등산이 두명이 길을 뚫고 그 뒤로 서울에서 온 부부가 따라가고 종탁이가 스패츠를 차고 길을 넓힌다. 그런데 재룡, 겁에 질려 되돌아 온다.

정말 무릎까지 차는 눈길이다.

 

재룡, 성룡, 정원은 그냥 되돌아 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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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의 감기 때문에... 그래도 짐을 줄인 배낭, 그래도 이런 눈길에 중심잡기란 참 어렵다. 거친 오르막길에 두껍게 쌓이 눈 때문에 앞사람의 발자국을 그대롤 밟아도 그냥 쭉~ 미끄러져 빠져들기 일수다. 그래 비료포대 있으면 내려올 때 발길 질 한 번이면 한 큐에 하산가능할 것 같다.

 

사진 찍은 걸 보니 내 상태가 영 아니었나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피곤함이 삼겹 오겹으로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 있다.

 

바로 앞에 보이던 그 산 1시간하고도 30분 동안이나 전투를 한 후에야 올랐다.

체력... 아 참~. 힘들다.

가끔씩 보이는 리본 때문에 이곳이 등산로가 맞는가보다 하면서 안심을 하다가도, 저쪽에 있는 리본을 볼 때는 엉뚱한 곳에 눈길을 만들며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에 인상도 찌푸려 본다.

 

이를 악물다.

 

그래도 정상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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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뒤로 가려했던 청옥산이 보인다.

 

이 동네에 사신다는 노련한 등산객 두분들도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며 점심 전을 펴고는 민생고 해결 뒤에 온 길 되돌아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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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하산이 더 힘든 것 같다. 이미 두 발은 흥건히 젖은 것 같다.

내려오는 것이 눈에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렇게 그 삼거리까지 미끄러져 내려왔다.

 

차안... 추웠다. 이러다 감기가 더해지는 건 아닌지.

~! 그런데 하산길부터 자꾸 내일(일요일) 출근을 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몸도 마음도 편하지 않구나.

 

그래도 삼겹살 파티에 운전하느라 중고생한 종탁이의 노고를 달래고 쓴 소주로 다음엔 가까운 곳으로 다시 가자는 긍정을 얻어내니 한결 맘이 좋다.

 

일요일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다음 주 한 주 내내 일에 쫓겨다녔다.

 

산행 사진도 1주나 지나서야 올린다.

 

뭔가 뒤죽박죽이다...

 

아쉬움만 남는 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