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아골 산행 이야기
2018.10.13. 13.8km 5:14(2.6km/h)
성삼재-노고단고개-피아골사거리-피아골-연곡사주차장
지리산 능선부는 벌써 서리가내려 사그러들었고,
피아골 단풍 절정은 1주일은 더 있어야 할듯!
요즘 몸이 따듯한 이부자리를 더 원한다.
정말 푹 쉬고 싶은 토요일이다.
어쩌다 산악회 참석이 책임감으로 더 채워지고 만것 같다. 그렇게 잠이 깬다.
이런날 하루 종일 방구석에서 뒹굴거리고 싶다.
천은사의 땅을 지나가려면 1인 당 1600원이라는 통행세를 내야한다.
국가에서도 어쩔 수 없어하는 현대판 산적이라는... 누리꾼들의 말에 동의한다.
17명을 태운 버스. 그래도 시간을 아끼려 통행료를 낼 작심을 했건만
버스 기사님이 알아서(?) 삼원계곡 쪽으로 차를 몰고 올라간다.
몇 번 왔다고 성삼재에서의 풍경이 낯설지 않다.
파란 하늘을 보니 그래도 잘 왔다는 생각에 옅은 미소를 머금게 된다.
산행에 참석한다는 사람들이 자꾸 줄어든다.
어제만해도 못 온다는 연락이 서너 통이나 되었다.
나마저 못간다고 말도 꺼낼 수도 없는 상황.
1번 무전기까지 불참했다.
무전기를 배낭 끈에 매단다.
앞서 가야할 일과 뒤따라가며 챙겨야할 일을 함게 맡은 느낌이었다.
과장된 어조의 투덜거림이 다들 그리운가보다
나보다는 녀석이 더 필요한 시간이다.
입장료 어쩌구해도 지리산을 찾기 가장 쉬운 곳이라 그런지 1,000미터 넘는 고지인데도 성삼재는 장날 같다.
노고단 휴게소에 들러서야 노고단이 예약제로 탐방객을 받는 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님?
아니면 뭐 하나라도 일거리 만들어서 일자리를 늘리려는 속셈인지 ㅋ
그냥 들어설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바일로 탐방신청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건 뭔 상황인지...
다들 누군가 앱을 설치하고 탐방예약을 해주기만 바라는듯한 분위기다.
그냥 가련다. ㅎ
노고단 고갯길에서 바라본 지리산 줄기다.
노고단 꼭대기는 수풀이 없어 봉긋 솟은 돌탑이 참 인상적이다.
가는 길은 천왕봉 가는 코스다.
다들 지난 주 태풍으로 이루지 못한 지리산 종주에 아쉬움이 많은가 보다.
노고단까지 잠시의 오르막을 지난 후로 "능선"이 주는 매력에 다들 자만심까지 가져보는 것 같다.
하늘 빛이 너무 곱다.
순탄하게 산행이 이어진다.
피아골 삼거리 근처에 다다르자 단풍이 군데군데 보인다.
서리를 맞아 폭삭 사그러든 잎을 보면서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만 이내 맘이 들뜬다.
피아골 삼거리에서 점심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내리막 길을 걷는다.
내려서는 내내 쉬엄쉬엄 단풍을 감상하자는 것이 이번 산행의 목적인데...
성격 급하신 분들 앞 다투어 내달리신다.
이놈의 무전기를 어찌하냐 앞으로 나서야하는데 분위기는 영 그게 아니다.
나도 쉬 발걸음을 던지고 싶지 않다.
다행이다.
내려서는 길은 삼거리부터 피아골 대피소까지 만만치 않다.
다들 이 길로 오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서 이제 시작한 단풍에 빠져든다.
단풍은 딱 1주일만 더 있다 오면 풍년일 것 같다.
피아골 대피소 앞 봉우리의 단풍치마가 참 곱다.
대피소를 깃점으로 기나긴 계곡길이 이어진다.
한 6km 남짓 걸어야 한다.
처음 얼마간은 군데군데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시원한 계곡길을 걷는다만,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돌덩이 길에 이제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더라.
지칠무렵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그 길도 1.5km 이상 이어진다.
지친다.
아침부터 지쳤다.
괜히 단풍사진 담아야겠다는 욕심에 둘러맨 카메라가 나를 짖눌렀다.
피아골부터는 아예 배낭에 고히 접어두고 걷고 걷기만했다.
연곡사 스님들이 피(기장)을 심어 피아골이 되었다는...
어찌보면 쉬엄쉬엄 낭만을 즐길많나 계곡길인데
아무래도 일상에 너무 지쳤다. 그 지침이 여기까지 이어진다.
아무 욕심 없이 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나보다.
도둑놈들은 여기에도 있다.
연곡사 주차장에 우리 버스가 들어오는데 이것저것 해서 7,500원이나 물었다고 한다.
어른 기준 2,000원이나 물어야 한다.
칼 안 든 강도...
짙은 색 구름이 맑은 하늘을 덮어버리려고 한다.
다음 주부터 단풍 제철이라 그런지 주변 상가와 주차장이 썰렁하다.
뒤풀이는 인월 흑돼지.
이동 중에 깊은 잠에 빠졌다. 이러긴 처음이다.
근데, 술을 과하게 마셨다. 공주에 도착해서 2차가 문제였나보다.
매일 마시다시피하는 술인데도
그렇게 그런 술자리의 술이 고팠는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알고싶지 않던 속사정을 알고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구나.
힘든 일요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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