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기말고사를 빌미로 24일 하루종일 같이 놀아달라고해서 기획한 휴가였다.
탁구치고, 농구 한 판, 영화 한 편, 청년다방 떡볶이...
그런데 녀석이 그만 독감에 걸려 두문불출해야 한단다.
어쩌냐.
집에서 딱히 할 일도 없어 새해에 기 좀 충전하려 혼자 기도터를 찾기로 한다.
다행히 걱정했던 한파는 햇볕을 이기지 못하더만,
기도터는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고 찾는 이 드무니
우회로까지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녹슨 철조망이지만 최소한의 준법정신이 발길을 돌리게 한다. 솔직히 CCTV가 무섭더군 ㅎ
언제쯤에나 천황봉이 충청인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올 수 있을까?
자물쇠 굳게 채워진 철문 앞에서 투덜대며 주문을 외어보지만, 역시나 공염불이다.
기? 기도는 또 뭐여~
폰을 두적거리다보니 '타미플루'가 어쩌구저쩌구...
하산 내내 녀석 생각에 않던 전화질만 해댄다.
그것 참...
그걸 너무 멀리서 찾았나?
나만큼 큰 덩치에게 아빠 미소 보내고,
세탁기 돌리고, 뺄래 널고 개고, 둘째 하굣길 마중나가고
... 낮잠때리며 낯설었던 휴가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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