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오봉산 산행이야기
오랜만의 산행다운 산행이라는 설렘 때문인가? 은근한 스트레스 때문인가?
새벽 5시를 전후해서 눈이 떠지고 만다.
도시락을 준비한다는 마눌님의 부스럭 소리에 계속 누워있을 수 없다.
정확하게 05:21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함께 산행을 할 수 없다는 전화다. 목소리는 멀쩡한데 일이 있어서 참석을 못한단다.
더군다나 같은 동기 한 녀석과 함께 그렇다네.
미리 전화를 준 것은 고맙다만 괜히 심기가 불편해진다.
오랜만이다. 이런 스트레스.
차는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아직 음성이고 아직 원주 휴게소다.
어찌어찌 10시 반을 훌쩍 넘긴 시간에야 산행을 시작한다.
단체 사진을 찍는 시간도 참지 못한 한 무리는 역쉬나... 유람선을 타러 나선다. ㅋ
산행은 청평사를 잠시 빗겨 능선을 따라 오봉 봉우리들을 올랐다가 청평사로 원점 아닌 원점회귀를 하는 코스다.
단체라다 보니 1인 당 1,500원이라는 입장료도 만만치 않다.
1,500원 어치 땀을 더 흘리게 하려는 셈인가? ㅎ 시작부터 경사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처음은 친절하게 만들어진 데크 계단을 따라 다들 씩씩하게 올라서는데,
능선에 다다르자 드디어 암릉구간이 시작된다.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닥치는 바위 급경사는 오르는 길도 헷갈리게 할만 한데
다행히 황토 빛깔 밧줄이 쉬지 않고 길안내를 한다.
다섯 달만에 찾은 산이다. 얼마동안 숨죽이고 있던 근육이 꿈틀거리며 기뻐하는 것 같더만,
이내 땀구멍이 열리면서 얕은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고단한 암릉구간이라 걷는 거리에 비해 체력소모가 많다.
588봉에 오르자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당초 계획을 파하고, 배후령 갈림길을 지나기 전에 하산하자는 의견이다.
가만히 둘러보니 반대편 산은 육산인데,
1번 무전기 왈 나무에 가려 여기처럼 조망도 없고 뱀이 많이 출몰한단다.
뱀... 내 심기를 거스린다. 산행 욕심을 쏙 들어가게 하는 단어다.
그래도 맘은 몸의 피곤함보다는 이왕 온 김에 계획대로 능선을 돌고 싶은가보다.
ㅋㅋ 하지만 그 욕심도 이내 육체의 피곤함에 두 손을 들고 만다.
배후령에 쏟아낸 수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상반된 방향으로 산행을 하는 바람에 구멍바위는 한참 줄을 서야만 했다. 참을성 없는 난 그냥 바위를 타고 오르는데 순간 괜한 짓을 했나... 쫄밋쫄밋한 기분이 든다. ㅎ
금방 손에 닿을 것 같던 오봉산 봉우리.
구멍바위를 지나며 남은 체력을 쥐어짜다보니 맘이 약해진다.
오봉산 정상에서 일행을 기다리다보니 배후령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다.
산은 순식간에 장터가 되고 만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함께 온 일행과 하산을 서두른다.
배후령 갈림길 전에 청평사로 빠지는 길을 찾아 내려서는 것이다.
아~ 그런데 그 길이 지도에는 있더만 의미해서 그냥 지나치고 만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Locus를 들여다보며 갈림길까지 다시 되돌아 왔다만,
내려서는 길이 너무 희미하다. 잠시 망설이는 동안 일행이 모두 도착.
지난 적상산에서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많은 인원을 몰고 또 헤매는 위험보다는 안전함을 우선하기로 한다.
당초 계획과는 다르고 또 다르게 배후령으로 하산한다.
틀어진 계획이라 다들 뭔가 찝찝해하고 아쉬워해야 하는데,
어찌된 것인지 다들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고인다.
나도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에 맘이 평온해진다.
20년 전 찾았던 청평사를 다시 보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때가 때 인만큼 몸을 아끼자.
푸~하하---
오후 8시 반이 훨 넘어서야 공주에 들어선다.
새벽바람에 전화했던 녀석이 뭔가 미안한 맘이 들어선지 때 맞춰 전화를 하네.
“맥주 한잔 할까?”
“No!“
오랜만의 산행이 주는 피곤함이 나를 이불 속으로 이끌고 만다.
'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금학생태공원 주미산1 <2시간 반> (0) | 2019.06.23 |
---|---|
2019 초여름 장군봉에 서다 (1) | 2019.06.23 |
춘 마곡사 (0) | 2019.04.22 |
인제 자작나무숲, 원대봉 (0) | 2019.01.19 |
2019 새해맞이 (0) | 2019.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