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7. 일요일이다.
어제 출근을 했던지라.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니 해야만 한다는...
그래도 주말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
그런데 녀석들이 휴일을 단잠으로 채우려고만 한다.
내 안에 있던 이런저런 짜증덩어리들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창피스러워서 생각도 싫겠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이 자꾸 뭉쳐진다.
일을 하는데 생긴 충격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한테는 작은 서운함을 뭉쳐 화를 내고 싶은가보다.
그래도 화를 내면 안된다는 학습효과에
늦은 아주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무 말도 않고 배낭을 싼다.
이런 나에 대해서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서운하기도.
화약고 같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막내녀석
다른 때 같으면 이쁘다고 눈웃음이라도 지어주었을 텐데
녀석이 그걸 바라는지 옆에 서성거리며 시야에서 벗어니지 않는다.
그러다 그만 찾는 옷이 나타나지 않아 발로 빨래더미를 살짝 걷어차며 좋지 않은 감탄사를 내 뱉는다.
후다닥!
그제서야 눈치를 챘는지 막내가 뛰쳐나간다.
이런 내 작은 움직임에 혼비백산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이상하게... 괜히 화가 더 난다.
감정 조절이 도저히 되질 않는다.
아무말도 않고 배낭을 메고 장군봉으로 향한다.
장군봉은 이동거리가 짧아도 체력소모가 많은 구간이다.
산행 내내 마음이 무겁다.
한 주 내내 있었던 마음의 무게를 땀방울에 담어 떨어뜨린 것 같은데,
가족들에게 무언의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 온 것 같아...
제일 끝까지 단잠을 잔 큰 놈이 본인 때문에 아빠가 화가 난 거라고 생각했는지
톡을 보내왔다. 아침 늦게 먹었으니까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린댄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다.
팥빙수 두 덩이를 사가지고 집에 들어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잘 안 나온다.
이야기 하지 않길 잘했다.
화가 난 건 가족 때문이 아니라는 말조차 말이다.
아~
내가 다 이겨내야 할 일들이다. 지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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