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2021.3.22.
벤 윌슨
매경출판(주)
박수철
667쪽 분량의 양장 제본 책이다. 빼곡하게 도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이 두꺼운 이유만은 아닐 텐데 내 손때도 함께 책에 남겨져 있다. 읽을 짬도 없던 날이 더 많았지만 뭔 생각으로 들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그래,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책과는 다른 내 이야기지만, 상반기 끝 무렵에 다다를수록 버거웠던 내 생활을 되돌아보니 눈물겨웠다는 생각. ㅎ
다 일고 난 후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야 책 이야기를 끄적거려본다.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의 진행자가 추천한 책이다.
그의 에피소드에서 자연스럽게 소개되었다. 설정이었는지 모르지만 그의 인격을 믿고 무작정 구매한 책이다.
14개의 부분별 주제를 잡아 도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두 묶음 정도 지나니 이야기가 시계열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 기원전 4000년부터 2020년까지 26개의 껍질(도시)을 하나씩 벗겨낸다.
도시를 찬양하는 저자!
책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도시를 찬양하는 저자가 역겹다는 생각까지 든다. 도시의 병폐를 이야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 같았는데... 문명과 자본주의에 찌든 사람인가?
‘여는 말’과 ‘도시의 여명 우루크’ 부분부터 내 뱉는 말 - 인류의 탑티어들이 만들고 누린 찬란한 문명이야기다. 소도시에 궁색하게(?) 사는 내가 짧게나마 창피스럽다는 생각 들었다.
그래도 돈 주고 산 책이니 한 장 한 장 넘겨낸다.
우르크와 바빌론을 지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로마와 바그다드를 지난다.
섬세한 묘사는 마치 내가 그 도시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게 하더라.
로마의 목조연립주택과 선진화된 상수도 시설과 관계시설...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도시의 관능성은 결국 권력으로 발전한다.
그 화려한 도시 피라미드 구조의 지저분한 하단부에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안타까움까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아니 굳이(?) 까발린다. 대체 뭐지? 찬양하는 사람 같더니.
어느덧 중세를 지나 문명의 주도권이 서양으로 넘어가는 시절에 들어선다. 이제 도시에서 노골적으로 돈 냄새가 풀풀 난다. 다양한 산업과 상업, 금융과 사교가 원천이 되어 도시는 더 더 팽창한다.
이제 사진과 같은 섬세한 역사적 근거가 많아지는 시대로 접어든다.
자꾸만 거대화되는 도시. 성공하려면 도시로 가야만 한다. 그들의 나라를 떠나야 한다. 그런 도시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 이야기조차 섬세하게 그려진다.
산업화의 절정을 그려대는 맨체스터와 시카고 부분에서는 아예 도시를 지옥이라고 말한다.
하늘을 찌를듯한 마천루를 그려내는 뉴욕 이야기에서는 마천루를 배경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야기로 도시를 비꼰다.
폴란드 바르샤바를 중심으로 전쟁이 아작 낸 도시를 처절하게 묘사해낸다. 인간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다시는 발 딛지 못하게 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서술한다.
섬멸의 대상이 되는 도시. 그럼에도 그는 도시에는 다시 살아나는 힘이 있다고 희망을 펌프질 한다.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기 때문이라고. 인간은 도시종족이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쯤 되면 글쓴이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도시를 찬양하는 것인지 비꼬는 것인지.
도시를 인류 발전의 첨병이자 어머니의 품으로 생각하는 그가 내뿜는 이야기는 온통 도시의 역겨움으로 가득해진다.
그래도 계속 도시에 살고 싶다는 것인가? 이 정도면 죄악 아닌가?
이민자들이 세운 미국. 먼저 온 이민자들이 늦게 온 이민자들을 차별한다. 계급화한다고나 할까? 늦게 온 이민자들은 어쩔 수 없이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어두운 세력을 만들어간다.
자동차와 저금리로 중상층은 그 도심을 피해 교외로 나간다. 이제 ‘교외’라는 틀로 바꾸어간다.
부동산 개발자와 국가에 의해 도시는 계획화되어 간다. 하지만 이런저런 갈등으로 도시는 다시 생명력이 약해지기도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역동성” 있는 도시. 아프리카의 라고스를 이야기한다.
라고스는 역동적이지만 모든 도시의 병폐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급기야 부자들은 그들만의 새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전후 다시 살아난 도쿄의 사례를 들며(하필이면 왜 일본 도시인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도시 성장의 원동력인 “역동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비계획적이고 비공식적인 도시와 계획적이고 공식적인 도시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자발성과 실험의 여지가 있을 때 번창했다... 라고스에서 비공식 도시의 난잡함은 종종 빈곤과 치욕의 징후로 치부된다. 그러나 난잡함은 고속 성장하는 도시가 포용해야 할 요소다. 난잡함은 발전하는 도시의 역동적 특성이다. <644쪽>
21세기 지식경제도 도시적 성격을 띤다. 현대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인 회사들과 사업들 이를테면 신생 기업, 기술 기업, 연구개발, 대중매체, 패션, 핀테크, 광고 등은 훨씬 더 강력한 집중화와 집단화를 추구하고, 이 초고속 디지털 연결성의 시대에도 물리적 근접성을 도시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으로 마음것 즐긴다. 창의성은 대체로 자발성과 우연한 만남을 통해 생긴다. 창의성은 일과 사교 간의 상호작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622쪽>
마지막 페이지
“완벽한 도시라는 미래상은 흔히 비극적 실험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가 파괴되기도 했다. 인류라는 생물종의 생존 여부는 우리의 기나긴 도시 방랑기의 다음 장에 달려 있다. ”
우리가 겪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권력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도시 거주 수십억 명의 직접 체험을 통해 쓰일 것이라고 한다.
다분히 시적이고 소설 같은 결론이다.
도시를 찬양하고, 인간을 도시 종족이라고 하며, 몰려든 인간이 스스로 만든 심각한 병폐에도 불구하고 그걸 이겨 낼 비법은 인간 스스로에게 있다고 답을 내놓고 마침표를 찍는다.
이걸 디질털식 또는 기술형 관료들의 입맛에 맞게 쓴다면 어떨까?
논문 수준의 결론을 바란 것이 아니었기에 난 이쯤에서 책장을 덮는다.
인간이 이어온 긴 시간을 ‘도시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그 화려함과 이면의 그늘진 모습 그대로를 읽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저자가 바라는 도시가 계획화된 완전무결한 곳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들 간의 바람직한 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역사의 장이라는 점이 맘에 든다.
아무래도 저자는 대형 건물 안에 있는 마트의 정찰가격보다는 재래식 시장의 흥정을 좋아하는 것 같다.
힘들게 읽은 책이다. 책의 내용보다는 책을 읽는 동안 얽힌 내 일 때문이다.
그 내 일 또한 인간들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도시화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1장 도시의 여명 | 우루크, 기원전 4000~1900년
2장 에덴동산과 죄악의 도시 | 하라파와 바빌론, 기원전 2000~539년
3장 국제 도시 |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 기원전 507~30년
4장 목욕탕 속의 쾌락 | 로마, 기원전 30년~서기 537년
5장 다채로운 식도락의 향연 | 바그다드, 537~1258년
6장 전쟁으로 일군 자유 | 뤼벡, 1226~1491년
7장 상업과 교역의 심장 | 리스본, 믈라카, 테노치티틀란, 암스테르담1492~1666년
8장 카페인 공동체와 사교 | 런던, 1666~1820년
9장 지상에 자리 잡은 지옥 | 맨체스터와 시카고, 1830~1914년
10장 파리 증후군 | 파리, 1830~1914년
11장 마천루가 드리운 그림자 | 뉴욕, 1899~1939년
12장 섬멸 | 바르샤바 1939~1945년
13장 교외로 범람하는 욕망 | 로스앤젤레스, 1945~1999년
14장 역동성으로 꿈틀대는 미래 도시 | 라고스, 1999~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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