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가 끝난 후 쓸쓸히 서 있는 허수아비처럼
한 구석이 휑한 산행기를 쓴다.
2012.10.13. 단양 구담봉~옥순봉
산행 참석 인원이 갈수록 줄어든다.
이제 20명 남짓한 회원 중 참석자는 2명이다. 그래도 1할 이상을 지켜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
역시 놀기 좋은 때라 행사가 많이 겹치나보다. 다들 그렇죠?
나도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데 임회장의 반 협박에 못 이겨 산행에 가담했건만,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임회장. 30분을 속 태우다 ‘욱!’ 하는 성질 못 참고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다독여 아이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길치가 네비 업글도 안 했다고 한창 갈궈보려 했다만, 내 새깽이 감기 걸려서 골골거리는 바람에 입을 꾹 다물고 만다.
그래, 그렇게 어찌어찌하여 도착한 계란치에서 시작된 산행.
산행 코스는 산책코스다. 상중하로 나눈다면, ‘하’에 속하는 코스다.
우리 회원들에게 딱 맞는 코스인데,
다들 외면하는 걸보니 다들 산행의 고수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1km는 임도다. 그 임도를 지나 비로써 등산길이 나타나 땀 좀 나나 했더니, 옥순봉과 구담봉의 갈림길이다. 쉬어야지.
이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곳이 이 코스의 가장 높은 구간이다.
옥순봉은 이곳에서 계속 완만한 내리막이고, 구담봉은 편차 심한 오르락 내리락을 두 번 겪어야 한다.
그래도 샌님 같은 코스다.
그렇게 도착한 봉우리에서도 바라보이는 경치가 좋은데, 한 번 더 내려갔다 올라야 구담봉이란다.
헌데 내 새깽이의 발걸음이 시원치 않다.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있다. 이걸 어쩌냐...
앞서 다녀온 산꾼들이 아이 데리고 갈 곳은 아니라고 한다.
<기암괴석>
배낭을 내려 놓고 혼자서 후다닥 다녀오기로 한다.
그 놈의 짐을 내려놓으니 날아갈 것 같다.
구담봉 가는 짧은 코스, 유격장을 방불케 하는 난코스다.
두 발, 두 손으로 쇠줄은 생명줄이고 닥치는 대로 바위니 나뭇가지를 잡고 오르니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게 찬다.
아~ 어렵게 오른 보람이 있다.
<바위에 메달려 있는 사람 보이나?>
멀리 100대산의 하나인 금수산이 그 위용을 뽐내며, 나를 유혹한다.
<물줄기 넘어 맨 뒷열이 '금수산'이다>
하산이다.
내 새깽이가 몸이 안 좋은지 이젠 그 유람선 타령도 뚝. 칭얼대기 시작한다.
바위에 정강이를 부딪치자 녀석도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가 때린 줄 아는지 다들 쳐다본다. ㅋ
달래 줄 생각보다는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빌빌대는 녀석을 보니 괜히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버럭 시동을 건다. 울음은 그쳤지만, 속으로 계속 울고 있었나보다.
평상선생, 오늘만큼은 나를 한참 앞서가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산행 코스가 ‘人’자로 구담봉길을 되돌아 와 삼거리에서 다시 옥순봉으로 가는 것이다. 경식 얼굴이 어찌나 가엾은지 애비 맘이 영...
평상선생은 옥순이를 찾아 가고 우리 부자는 가녀린 걸음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구담봉에서 바라본 옥순봉, 멀리 있는 봉우리가 아니라 요앞 봉우리가 밋밋한 두 봉우리 말여>
그렇게 먼 길 달려온 가을산행은 저물고 만다.
만만한 것이 자식뿐인지 녀석에게 버럭 화를 내고 나니 미안스러워 이런저런 말로 내 ‘버럭’에 대한 정당성을 합리적으로 설명하지만, 녀석 맘 달래는 건 핸펀 게임이 제일인가보다.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고생한 평상선생한테도 수고했다는 말을 잊고 말았네.
<억지 웃음의 진수를 보여주다>
아들과의 불통이나 고생한 운전병의 노고를 알아주지도 못하는 별로 안 좋은 것에 대한 집중력(?). 이러다가 그놈의 초점 때문에 다 태우고 말 것 같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싶네...
출근,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역시 한 마디 듣고 만다.
괜히 산행 했나?
다 들춰내고 깨끗하게 닦아내고 싶은 하루다. 그래도 얻은 건 이 ‘반성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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