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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책가방

아버지의 해방일지

by 여.울.목 2023. 5. 25.

아버지의 해방일지

2022/09/02
2023/03/03
정지아
창비

 

이런 내용의 책인 줄 알았다면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던질 책은 절대 아니다. 내 기대와 다른 내용이기에 실망했다는 뜻.
해방일지라는 말과 유아틱한 책 표지에서 풍기는.. 모던함?,
아무래도 어떤 비극이라도 반향적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 같았어. 그런 선입견.

고상욱 씨는, 그가 그리는 세상과 아버지로서의 대척점에서 해방되었다. 해방하였다.
이야기는 고작 4년 빨치산 생활하고는 평생 빨갱이로 산 고상욱 씨,
그 선택에 내몰린 사람들까지 포함한 이야기를 장례 치르는 시간 동안 그려내고 있다.
비슷한 소재(빨치산)의 소설과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심심치 않게 접해왔다.
그래서 달리 기획된 내용을 기대했으리라.

老眼 때문인지 기대만큼 내키지 않은 도입 때문인지 초반부 책장 넘기기 힘들었다.
그래도 두께에 비해 작은 크기로 인쇄 제본한 책이라 속도를 낸다.

 

관점이 다르다.
빨치산의 자녀 세대.
나보단 많은 나이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고 있는 고아리의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피눈물 나는 장면보다 - 그런 일들을 한 다리 건너 자녀 세대의 주인공 눈으로 건조하게 그려낸다.
무덤덤하게... 남의 일인양.
참견하면, 같이 엮일 것 같아 서 더 이상 알려 않는다는 표현 요즘의 나와 같기도 하다.
대충 뭔지 알면서 엮이면 안될 것 같단 말이다.
책장을 넘겨갈수록,
피동적으로 빨갱이 가족이 되어버린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그림으로,
읽는 이를 지은이가 의도하는 이야기의 (본질) 구렁으로 몰아간다.
몰고 몰아 결국 자기 이야기로 옮아낸다. 빨갱이 딸 피해자 고아리’.

 

주인공이 잘 모르는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그들과 아버지와의 관계 속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아버지는 산에서 내려와 민중 삶 속에서 싸워왔다는 것이다.
말이 싸움이지 그건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에겐 일종의 선행과 봉사 아닐까?
그렇게 세상에서 혁명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때론 등장인물의 배신과 반성... 뭐 그런 드라마틱한 것도 상상했지만, 이런 면에서는 평면적이었다.
의도하고 있는 아버지의 혁명을 오염시키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런 유물론적인, 혁명적인, 인텔리적인, 이야기와 함께
고상욱이란 아버지. 가족의, 사회에서의, (동물적인) 남자의, 그냥 사람으로의 아버지 모습을 천천히 다각도로 그려낸다.
나도 - 세상 사람이 다 그렇다는 걸 - 고상욱 씨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

 

 

그리고... 우리 아버지.
빨치산 뭐 그런 이념과 전혀 다른 말이다.
내 아버지 덕분에 이 책을 읽을 용기를 얻었다.
아직 아버지 보내드린 내홍을 겪고 있는 나에게 책의 의도완 다른 무엇을 느끼고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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