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2022/09/13
2022/11/18
백승만
동아시아
팟캐스트 진행자 최준용이 소개한 책이다.
해당 코너에 저자가 직접 나와 써 낸 이야기를 소개한다.
책 제목 자체부터 끌어 당긴다. 실제 책 내용엔 더 많은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구매했다.
약에 관한 이야기라 좀 고리타분 할 것이라 생각했다.
책꽂이에 꽂힌 녀석을 볼 땐 괜히 팟캐스트 이야기만 듣고 산건 아닌지 후회를 머금었다.
실제 읽으면서 그런 편견은 사라진다.
저자는 대학에서 약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이공대 교수답지 않게 소설을 잘 쓴다.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시제와 소재의 배치가 뛰어나다.
쉽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매력적인 장 여행 (tistory.com)을 읽은 적이 있다.
왜 우리나라 학자들은 과학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를 재밌게 쓰지 못할까? 했는데,
이 양반 재밌게 쓰더군.
저자는 열악한 환경의 “전쟁”에서 질병이 성행할 수밖에 없고 모든 자원이 총동원되는 만큼 무언가 빠르게 대책도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제목처럼 꼭 전쟁과 연관된 내용은 아니다. 모든 약이 전쟁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마 지금 진행중인 전쟁 때문인지 살갑게 다가오니 제목을 그리 잡았을 것이다.
합리적 설계를 통해 개발된 약보다는 특별한 계기에 의해 개발된 약이 훨씬 많다는 저자 말처럼, 많은 잡학 지식이 담겨 있다.
어딘가에서 이야기하며 잘난척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빅토리아 여왕이 전 유럽 황실에 혈우병 유전자를 퍼뜨렸다 ~ 읽어보고 싶게 한다.
그 많은 지식을 추려볼려 했는데 감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마 내 마음이 좁아졌기 때문이겠지만 - 책 두께에 비해 끄적거려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내 주변에서 볼수 있는 사항 몇 개만 정리해본다.
<아스피린>
(장점) 효과가 좋다. 염증과 통중을 줄이는데 탁월. 중독성도 없다.
(단점) 위장관 내 출혈을 일으키는 치명적 단점
←혈액순환 개선 효과(혈소판 응집 기능 억제)가 단점이 됨
<타이레놀>
아스피린보다 먼저 개발할 수 있었으나
생산과정에 혼입된 물질로 인한 아세트아미노펜 오해로 1953년에 출시
(장점) 아스피린의 단점 없다.
(단점) 과다 복용 시 간 손상 우려,
→1일 2알씩 적당, 5번은 절대 안됨
- 주의1> 서방정(서서히 방출하게 설계된 약으로 지속기간 길게)
특성 모르고 신속한 효과위해 열 내리기 전 추가 복용
- 주의2> 술 마시는 경우, 평소보다 훨씬 많은 독성 대사체 생성, 간 손상 위험
<기적의 항생제, 페니실린>
미생물은 왜 항생제를 만들까? 푸른곰팡이가 페니실린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력한 가설 -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다. 다른 미생물을 물리쳐야만 자신이 살수 있다.
... 평생 먹는 항생제 양은 정해져 있다. 아껴서 먹기 바란다. 282쪽
한편으론, 감동 주는 그 무언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말 그대로 지루하지 않게 쉽게 읽어가는 지식의 집합체다.
이정도면 어디냐. 만족한다.
그럼에도 책에서 개인적으로 얻은 건 이거다.
버티면 이긴다.
우리에겐 면역 체계가 있으니까.
의외로 바이러스 치료제는 거의 없다.
감기도 바이러스지만 감기약은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한다.
증상을 가라앉히면서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감기 바이러스를 죽일 때까지 기다려야 할 뿐이다.
그 기간이 대략 일주일인데, 감기가 낫는 기간과 비슷하다.
그렇다.
삶도 그럴 것이다.
어울려 사는 세상 - 무균실이 아니고서야 바이러스 없는 곳이 어디 있겠냐.
나보다 먼저 고지를 차지한 사람, 뭐든 나보다 더 나은 사람 속에서
일단 버텨야 한다.
그럴 때가 있다. 그냥 포기하고 싶을 때.
버텨보는 거다.
기를 쓰고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멍하니만 있자는 건 절대 아니다.
발전적이고 건강하고 이타적인 - 면역활동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