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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후니의 책가방

푸코의 진자 상/중/하

by 여.울.목 2024. 3. 16.

 

푸코의 진자 상/중/하
움베르트 에코
이윤기
주식회사 열린책들
1990/07/20 이후 4판 20쇄, 특별판, 세계문학판 3쇄까지


옮긴이를 처음 알게 된건 신문( 아마 한겨레신문이었지) 에서 세상을 떠난 그를 그리워하는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옮긴이를 쫓아 책을 고르기 시작한다.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재밌고 감명 깊게 읽은 기억 - 기대와 함께 구매했다.

읽고 느낀대로 쓰련다.
모르면서 뭐 아는척하지 않으련다. 지적 수준을 의식해서 모호한 말로 저자를 칭찬만하고 싶지 않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미학자라~
『장미의 이름』이 알려지자 힘껏 쓴 소설같이 여겨진다.
이 소설 『푸코의 진자』를 쓰기 위해 오컬트* 관련 서적을 1천여 권 읽었다고 한다.
*오컬트: 과학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 ocult
원래 많은 걸 알고 있는 저자가 그 많은 책을 읽고는 이 소설에 다 쏟아 붓고 싶었나보다.
과감하게 스스로 편집했으면 어뗐을까?
거장답게 대중성을 포기한 건가? 아님 스스로 은비주의자가 되어버린건가?
나 같은 일반인이 읽어가기엔 힘들다.
『장미의 이름』도 난해한 책이었지만, 그래도 처음부분 적응하고 나면 ‘소설’이 주는 재미로 불편함은 금새 잊혀졌다.
그 느낌으로 어려울 것 같지만 읽어갔는데… 이 책 세 권 내내 힘들더군.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다보니 오히려 헷갈린다.
나오는 소재가 역사인지 가상의 이야기인지, 헤어나기 버겁다.
지나친 사물묘사와 백과사전식으로 풀어내는 소설의 지식의 향연은 스토리 전개와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내게는.

존경하는 옮긴이, 번역함에 있어 왜곡을 줄이고자 고심한 것은 보인다만,
그 분 세대만큼이나 풀어지지 않은 한자어와 일부 문어체된 번역 부분도 브레이크를 밟게 한다.
읽는 내내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을 검색한다.

소설은 이틀 전 일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그 이틀 전 일을 말하려 12년 전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점점 이틀 전으로, 오늘로 시간을 좁혀온다.
이런 소설의 구조상 미스테리한 사건에 대한 궁금증 해소를 위해 끌려가는 독자는
책이 좀 어렵더라도 집중해서 볼만한데..,
그의 지성의 벽은 높고도 넓더라.
기대하던 스토리 전개는 미미하다.
이야기는 주인공 카소봉의 회상으로 진행된다.
그보다 나이 많은 친구 벨보의 컴퓨터 아볼라피아에 들어 있는 글로 소설 구성을 다각화했다.

기발한 컴퓨터 아볼라피아 암호, 기발하다. 소설 전개도도 기발할것 같다만,
성자와 악마, 연금술 , 마법 ………………
같은 영어문화권 사람들도 힘들다고 한다.
더군다나 유럽 중세~근대~현대로 이어지는 역사와 사상, 그들과 다른 문화에 살고 있는 나에게
저자의 그 지식은 욕지거리라도 하고 싶은 소재였다.
읽는 내내 중세를 거치며 유럽인들의 이런 좌충우돌 - 중세  연금술과 마법 등이 경험주의와 과학으로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튼,
‘성전기사단은 지혜와 진리를 알고 있다.’라는 전제로 그 열쇠를 찾으려 한다.
그걸 믿고 있는자들에게 주인공 일행은 그게 있다는 믿음을 확인시켜주고 열쇠까지 쥐고 있다고 믿게 한다.
그래서 주인공 무리의 최후는 아름답지 못하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서 형식적으로 - 그 비밀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지만 - 아직도 풀어야 할 무엇으로 남겨놓고 만다.

지하 동굴에서 지혜를 찾는다. 성배를 찾는다….
지자기류까지 흘러온다.

고대 인류 조상 아틀란티스인, 대륙이 가라앉자 흟어진다.
켈트족으로(프랑스), 잉글랜드로, 이집트로, 모세와 예수에게로, 팔레스타인의 소수 랍비에게로 그 비밀이 흘러든다. 결국 은비주의적 이슬람교-이스마일파 등까지 스며든다.
십자군 전쟁 중 선전기사단은 이스마일 계열의 암살단과 접촉하면서 알게 되었다는.<하권, 53쪽~>
성전기사단은 프랑스 왕의 핍박을 핑계삼아 그 비밀과 함께 유럽 각지로 흩어진다.
암호에 의해 흩어진 그들이 정기적고 계획으로 만나기로 했는데 달력의 셈법이 달라지는 시점,
율리우스력 > 그레고리우스력, 나라별로 적용 시점이 차이가 났을 거라…
10일 간의 차이를 자신들의 관점으로 시간을 해석해 영국과 프랑스 기사단이 만나지 못한다나~

나름 과학과 역사를 섞어 흥미를 유발시킨다.

 

성배를 찾는다. 지하 동굴에서 지자기류를 조정할 수 있는 혈점을 찾고싶어 한다.
결국 지혜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권력을 소유하고 싶은 자들이 뒤죽박죽 세상을 만든다.
지구공동설, 지구의 배꼽, 트레스…
유대인이 비밀을 알고 있다고 오해하고 그들을 집단 학살한다?

 

결국,
카소봉 아내가 옳다.
답은 책 중간 쯤에 나온다.  진리는 우리 몸에 있다. <중권 258쪽~>
그들이 암호로 믿고 있는 것은 한 상인의 거래명세표일 수 있고,<하권 200쪽~>
그 숫자들의 비밀은 결과를 염두해 두면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란다.
시간이 갈수록 카소봉은 아내의 답이 정답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긴 세월 이어온 암흑의 컴바인을 벗어나지 못한다. 도망치기엔 너무 늦었다.

한 명은 깨달으며 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다른 한 명은 깨닫고 가소로운 그들을 비웃으며 죽음을 택한다.
남은 한 명은 그도 그 컴바인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음에 ‘안녕’이라는 인사를 한다.

주인공 무리는 영웅적 요소를 가지고 싶었나보다.
실체에 접근했지만 가족의 안위를 위해 손을 땐 ‘데 안젤리스 경위’
게다가 ‘데 안젤리스’ 같은 사람조차, 이세상에 영웅이 얼마나 희귀한가를 그에게 실증시킨 셈이었다.<하, 255쪽>
어릴적 비겁함, 이 발명(계획)으로 만회 하려던 야코포 벨보, 하지만 치러야할 대가가 엄청났다는 걸알았다.
암흑의 컴바인은 사실 허울뿐이다.
어찌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일에 현혹당할 수밖에 없는지 저자는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책 읽는 내내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
돈 있고 조금의 권력이라도 있다면, 영생의 더 큰 권력을 갖고 싶은 자들이 철옹성 같은 기사단을 만든다.
안은 텅~ 빈.

공교롭게 소설 읽는 기간내 직장일로 머리가 아팠다.
그 탓인지 교통사고까지 났다.
맑은 날이 드물었다. 어쩌다 맑으면 미세먼지가 극성 이었다.
네 탓인지 내 탓인지 모르겠다만.
지하나 암흑, 은비주의 같은 걸 다룬 소설을 접하다보니 내 삶까지 우울했던 것 같다.

결국 저자의 솜씨에 놀라고 마는 건가?

저자 의도와 다르겠지만,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짓자.
똑똑하지만 결국 바보였던 주인공 무리는 영웅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을 위해 손을 턴 경위는 비겁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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