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산
추억을 쫓지 말고 만들자!
주차장-광덕사-팔각정-정상(699m)-장군바위-박씨샘-광덕사-주차장(원점)
7.4km | 2:40 | 2.8km/H
2024.5.18.(토)
덕숭산, 천태산
그리고 지난주 조계산 - 자꾸 수 십년 추억을 쫓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젊어서부터 산행을 시작했고, 20여 년 전부터 산행 기록을 남겨오고 있다.
다니는 범위를 크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니 추억에 기억을 덧칠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
자꾸 서글픈 생각을 하니 문제다.
그때와 달리 오늘은 어떠하더라. 뭐가 좋았다. 그러면 되는데.
시간 앞에 나를 초라하게 세워 자아비판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그러지 말자.
그럴수록 내 맘만 더 너덜거린다.
오늘 산행을 기점으로 마음을 좀 다잡아 보자.
내 산행 이력 초반부를 장식했던 sanjoa.
그 애증 어린 sanjoa 얼결에 다시 들어왔다.
새로운 산악회 활동과 시간이 겹친다는 게 가장 컸다.
핑계를 더 대자면, 좀 더 발전적 산행을 하고팠는데 언제나 제자리 걸음이더라.
어쩌다 만나면 산행보단 뒤풀이에 관심이 많더라. ㅎ
게다가 산조아 구성원과 같이 하는 모임이 중복되더라.
금전적 문제도 있었다.
고민 끝에 1번무전기와 술 한잔하며 탈퇴하기로 결단을 내렸지.
낯 두껍지 않아 선크림으로 대신 무겁게 얼굴 가리고 나왔다.
여전하다.
나를 포함해 참석 인원 3명이다.
일행과 그간 이야기를 듣자니 문제(?)는 그대로 안고 있더라.
회비 납부 2달째인 내가 -처음 모임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누구를 탓하겠냐? 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SANJOA를 지금까지 끌어온 게 어디냐. 이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발전적’ - 높거나 이름난 산에 가는 것이 발전적이라는 내 생각 - 산을 다닐수록 이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어찌 모르겠어.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 자체도 소중하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나보다.
다행히 내게 산행 옵션을 선택할 여지도 늘었다.
절주하며 즐겁게 산행하자.
세 번째 찾은 광덕산
그리 높지 않고 무난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천안 아산 경계에 있으니 쉬지않고 꾸역꾸역 모여든다.
수목의 초록과 계곡 물소리가 예전보다 풍성하다.
다만 정상에서야 잠시 풍경을 즐길 포인트가 있으니 흘린 땀에 비해 좀 서운타는 거.
정상을 제외하고 산행 내내 나무 그늘을 걷는다. 틈을 보이지 않는 철저함.
그래서 사람들이 더운 날 많이 찾는지 모른다.
광덕사 주차장은 9시를 조금 넘겼는데 꽉 차 있다.
벌써 산행을 마치고 내려서는 사람도 있다.
광덕사를 지나 - 데크 계단길까지 - 단체 등산객으로 걸음에 방해를 받는다.
568개 계단을 지나며 나름 서열이 정해진다.
한가로운 등산을 하나 싶더니, 계단 끝 팔각정엔 장터가 열린 양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땀을 훔치고 다시 산행~ 정상부에 다가갈수록 가파름이 심하다.
그럼에도 인간들이 많다. 끊이질 않는다.
헬기 한 대 정도 앉을만한 정상도 북적거리긴 마찬가지다.
잠시 허락한 틈을 타 송악저수지와 멀리 도고면 들녘을 바라본다.
산조아 인증샷은 필수!
계룡산 장군봉 바위에 비하면 외소한(?) 장군바위를 찍고 오른편으로 내려선다.
장군바위까진 무난한 능선길이다.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도 무리 없을 정도로 완만하고 길도 널따랗다.
박씨샘을 지나 살짝 가파른 길을 지루할 듯 걸어 내려선다.
이내 아카시아 숲 산책길이 펼쳐진다.
아~ 오랜만에 맡는 아카시아 꽃향기다.
바람에 나부낀 하얀 꽃잎이 길 따라 내려앉아 있다.
계곡소리가 울창해지며 2시간 전에 지났던 갈림길을 만난다.
하산길엔 옆길로 광덕사 경내를 지난다.
호두나무 고목이 으젓하게 버티고 있는 광덕사 경내를 지나 따가운 햇살 가득한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랜만에 산조아 산행.
처음 산조아 일행을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
젊은 자체가 스틱이오 배낭이다.
그래도 등산하는 제대로다.
우쨌거나 장비 갖춘 나보다 쌩쌩하다. ㅋ
산조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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