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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두 번째 찾은 소백산, 쉬 허락하지 않는구나~ _2013.01.12.

by 여.울.목 2014. 9. 2.

소백산,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구나.

내가 그리도 보고 싶어, 다음에 또 오란 소린 줄 알고... 또 가볼 것이여. 네 모습을 제대로 볼 때까지.

 

아침 730분에 출발하더라도 좀 늦은 감이 있기에 좀 일찍 나왔는데, 두 총무님은 벌써 약속 장소에서 진을 치고 있다. 10분 정도 일찍 출발 가능하건만, 역시나 평상선생의 기침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어슴푸레한 주차장에서 떨어진 동전이라도 찾는 양 2~30분 동안 아무도 없는 땅 바닥만 샅샅이 훑고 있었다.

 

오송 휴게소에서 일행 한 명을 추가해서 6명이 2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을 달려 천동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도착했다.

 

20084129명의 산조아 회원과 함께 철쭉을 보겠다고 찾았던 바로 그 곳이다. 가는 동안 렌터한 승합차를 내가 운전을 했는데 지금 보니 주차장 매표소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데, 그 땐 주차료를 계산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왜 그리 뒤로 밀렸는지 모르겠다. 그 때가 생각나서 산조아 홈피에서 그날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세월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벌써 5년 전이군.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 있는 그 때 그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따스한 웃음이 입가를 타고 흐른다. 대부분 한 가정을 꾸렸고, 직장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 내고 있고, 그 새 몇 회원은 산조아를 등졌지만, 그래도 바라만 봐도 정겹다.

언제 같이 산행 해봅시다! 산행이 힘들면 소주 한 잔이라도 같이 하자구.

 

 

 

2013.01.12. 10:44부터 16:11까지 (05:26)

천동계곡-천동쉼터-비로봉 (16.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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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착해서 죽령에서 출발한 게스트킴의 문자정보에 따르면 눈이 내린단다. 기상청 일기 예보 상으로는 멀쩡한데. 더군다나 오늘은 날이 푹~하다고 해서 옷도 가벼이 입고 왔건만, 주차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파고드는 한기와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니 내 예상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것 같다. 이런 날씨에도 주차장은 꽉 차 있다. 다들 아이젠이며 스패츠를 차느라 정신이 없다.

 

사람들이 어지간히 왔다갔다 했나보다. 그렇게 많이 내린 눈도 사람의 발길질에 다져져 있다. 그래도 날이 추워 좋은 건 아이젠에 눈이 달라붙지는 않는다는 거다. 산에 가자면 언제나 자신 있던 내게, 지난 해 늦가을부터는 산 이야기가 나오면 왼쪽 다리가 움찔한다. 하산길 무릎 통증 때문인데 그 고통 당해본 사람만 알거다. 이번 산행에도 괜한 걱정이 앞선다. 그러기에 무턱대고 앞장서지 않는다.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게 내 페이스대로 한발 한발 옮겨본다. GPS설정을 바꾸고 어쩌구 하다 보니 일행은 벌써 먼발치로 사라지고 없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가파르지만 넓게 길이 잘 닦여져 있다. 다들 추위에 겹겹이 옷을 입었다가 비탈길을 열심히 오르니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한 꺼풀씩 벗어 배낭에 집어넣는다. 3km를 가니 지붕이 있는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와 잠시 숨을 고른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는 길의 폭이 좀 더 좁아지고 가파름이 심해진다.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느라 배낭을 내려놓고 있자니 다시 한기가 온 몸을 파고든다. 이대로 더 기다리고 있다가는 얼어붙어 버릴 것 같아서 천천히 움직여 천동 쉼터에서 만나기로 한다. 잠시 그쳤던 가벼운 싸락눈이 또 내린다. 2.5km를 더 올라가니 천동쉼터가 기다리고 있다. 시간은 12:30분을 지나고 있다. 점심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 국립공원에서 불 피우고 밥 해먹는 것을 막는데, 이 쉼터에서는 이것저것 먹을 것을 조리해서 판다. 사람이 많다보니 쉼터의 비닐하우스 공간의 자리를 쉽게 차지 할 수 없다. 뚝심 있는 총무가 버티고 서서 몇 자리를 만들어 낸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한 가족인데, 우리가 우두커니 서 있으니 서둘러 자리를 비워준다. 1인분에 6, 5천원 하는 어묵 한 접시를 시켜 놓고 자리 차지한 미안한 마음을 상계시키고는 점신 전을 편다. 춥다. 후미의 일행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견디기 어려운 것 같다. 춥기 때문이다. 밖보다는 훨씬 따듯한데도 몸의 열기가 식으니 대책이 없다. 옷 하나 더 가져올 것을, 후회막급.

소주 250ml를 털어 넣는데도 입 열 때마다 술기운이 빠져나가 그런지 술기운이 돌지 않는다.

이런 된장... 이 추위에 남은 산행을 제대로 마칠 수는 있을까?’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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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야겠다고 먹을 것을 입으로 우겨넣는다. 다시 출발이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길이다. 3km정도 되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좁은 등산로에서 줄을 지어가다 보니 한 사람이 버티고 서 있으면 줄줄이 걸음을 멈춰야 한다. 하는 수 없이 시작한 추월은 탄력을 받아 그 속도 그대로 가다보니 그 동안 참았던 근육이 근질거렸는지 제대로 발길질 해보자고 왁자지껄한다. 그 길을 그 속도로 갔는데도 추위 때문인지 땀이 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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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올라오니 주목군락지가 나온다. 아래쪽의 키 작은 주목은 사람들이 일부러 심어 놓은 것 같고, 위쪽에는 고사목과 함께 있는 웅장한 주목이 서 있는데,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주목 주변에 방부목으로 만든 쉼터를 빼곡하게 점령해버려서 감상할 틈이 없더라. 그 지점을 지나면 능선길을 만나고 거기서 얼마 안 가면 비로봉이다. 거의 다 온 셈이다. 그런데 내려오는 사람들마다 얼굴을 제대로 식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썬그라스, 모자, 목도리, 머프, 귀마개, 자켓에 달린 모자 등등, 가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동원해서 가리고 내려온다. 서리가 하얗게 사람들 눈꺼풀에 까지 앉아 있다. “여긴 천국이다. 정말 따듯하다.”하며 내려가는 사람들. 난 지금도 추운데 뭔소릴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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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능선줄기. 바람이 제법 분다. 들고 있는 스틱이 바람에 날릴 것 같더니, 조금 더 올라가니 내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기우뚱할 정도다. 귀마개를 했는데도 귀가 시릴 정도니, 가릴게 없는 내 볼은 얼마나 불쌍한가. 손으로 볼을 감싸고 오른다. 이렇게 바람이 거칠게 불고 추우니 사람들 모양이 그랬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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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더 하다. 강풍에 모자라도 날아가면 다시 주워오기 힘들 것 같다. 격한 바람에 모래라도 섞였는지 따갑다. 친구의 말로는 그게 얼음알갱이란다. 이해가 간다. 나무와 땅에 달려있던 눈이 얼어 그 알갱이가 바람을 타고 달려든다. ‘비로봉이라는 글이 새겨진 바위에서 인증샷을 찍으려 사람들이 줄은 서 있다만, 개폼이고 뭐고 사진 한 장 찍으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득달같이 도망쳐 내려온다. 정상의 느낌을 품에 안고 느낄 여력도 없다. 날이 흐려 보이는 것도 없으니, 살아 돌아가려면 개폼 잡지 말고 언능 내려가야 한다. 웃옷 한 벌 더 가져올 것을... 이 난리에 단체사진이구 뭐구 개인 인증샷이라도 찍고 내려온 것만도 다행이다.

찬바람에 얼굴이 얼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아까 지나갈 때 그 등산객이 한 말처럼 주목군락 근처에 내려오니 바람이 없다. 정말 정상에 비하면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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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은 기상청 일기예보가 맞아 들어가는지 따듯한 영상의 날씨 같다. 칼바람을 맞고 힘들게 내려온 사람들에겐 어느덧 여유가 서려있다. 우리도 걸음을 멈추고 멋진 설경과 함께 사진도 찍어본다. 쓰레기를 담으려 가져온 비닐을 깔고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 다 큰 어른인데 그 재미와 두려움이 섞인 천진난만한 웃음과 괴성을 지르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그려 보인다. 쳐다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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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쉼터를 지나니 우려했던 왼쪽 무릎의 통증이 나를 불러 세운다. 통증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다보니 일행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그래도 다행이다. 남은 하산길이 크게 다리를 구부리거나 몸을 비틀 정도의 내리막이 아니기에 참을만했다. 내려갈수록 기온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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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멀고 더딘 산행이었지만 함께한 사람들 모두 마음만은 흐뭇한 것 같다. 오고 가고 먼 길 안전운행한 박천규 총무님, 이의태 회원님 고생 많았수다.

뒤풀이는 공주 신관동 먹보. 맛나는 생삼겹살과 아낌없이 내주는 밑반찬이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힘을 보태준다. 다른 코스지만 소백산을 같이 했던 게스트킴과 공무를 마치고 느즈막이라도 자리를 함께한 산조아 회장님. 회장님 다음 산행 때는 꼭 산행길 앞잡이가 되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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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산행을 하면 다리에 알이 배는 일이 거의 없다. 조금은 타고난 것이 분명한데, 일요일 아침 내 두 다리는 발목부터 엉덩이까지 정말로 뻐근하다.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한테 밀린 방학숙제를 빌미로 윽박질러 방콕 티켓을 따 냈다. 재활훈련 열심히 해서 겨울이 가기 전에 제법 대중교통편이 좋은 특별시의 도봉과 관악을 오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