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릉주차장-금오봉(468m)-용장사지-용장마을
2024.06.08.(토)
6.5km | 2:30 | 2.5km/H
산행보다는 문화재 관람이라고 생각하고 여유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느긋한 자세.
그런데 오후부터 비 예보가 있다.
가급적 비 맞는 시간을 피하려 잰걸음을 한다.
삼릉주차장에서 금오봉까지 약 2.5km를 걸어 오른다.
어~ 어~ 하다 어느새 금오봉까지 도착하고 말았다.
금오봉부터는 심지어 임도까지 만나 하산 3.5km 정도.
잠시 임도를 거쳐 용장사지로 내려서는 길은 비를 맞으며 걷기에 좀 위험한 코스였다.
그도 잠시 계곡을 따라 완만한 길을 내려서면 끝이다.
경주 남산 일원
경주 남쪽에 있어 남산,
신라 천 년 역사에서 가장 신성시되었던 곳으로 금오산이라고도 한다.
북쪽 금오봉(468m)과 남쪽 고위봉(494m) 두 봉우리를 잇는 산과 계곡 전체를 아울러 남산이라 한다.
총 63개 계곡과 180여 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동남산과 서남산으로 나뉜다.
동남산 능선은 가파르고 서남산은 완만하고 골짜기가 길어 대부분 유적이 서남산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야외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신라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신라 사람들이 꿈꾸었던 불국정토(佛國淨土) - 부처나 보살이 사는, 번뇌의 굴레를 벗어난 아주 깨끗한 세상 그 자체를 보여준다.
1968년 12월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 지정,
1985년 2월 남산 전역 사적 지정,
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국립공원 관리공단 안내문 편집-
아침이다.
아니 새벽이다.
날이 더워 도시락으로 김밥을 해야 하는지, 비가 오니 날이 선선해서 괜찮을 거란지 고민 아닌 고민이다.
마눌님 김밥 마는 옆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비가 온다니 여벌의 옷과 우의 등등 챙길 게 많아진다.
여기, 먼저 시작된 비 그친 사이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그놈의 비… 요즘 나를 피곤하게 한다.
비만 온다면 기상청 앱과 홈페이지를 번갈아 방문하며 추이를 살핀다.
참말로 이게 뭔 꼬라지인지 모르겠다.
분명,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걱정이라도 하는 것이 예의인가?
그놈의 비… 긴팔을 입어야 할지 또 다른 선택지에 현관문 나설 때까지 약올린다.
삼릉주차장에 도착한다.
숨이 턱 막힌다. 덥다. 반팔티 입을 것을 후회 막심이다. 더군다나 버스 보조가방에 놓고 내렸다. ㅠㅠ
야외 박물관 맞나보다. 산행 일정을 맞추려 운영진이 문화재 곳곳을 끌고 다니며 둘러본다.
그도 잠시 덕지덕지 끼워 맞춰진 광배를 갖춘 석불좌상을 지나며 등산로 티를 내려 제법 가파라 진다.
일행의 꼬리도 길어진다.
덥다. 반팔티를 챙겨왔으면서도 이러고 있다. 땀이 흥건하게 등짝에 베어 든다.
엇그제 수통골 이력에 걸음이 무겁다.
상선암을 지나면서 거대한 화강암 지대에 들어선다.
비가 오려는지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렇지 화강암, 드디어 경주 시내가 보인다. 바둑바위? 신선이 바둑이라도 뒀나?
멀리 구미 금오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마애석가여래좌상 - 커다란 화강암에 돋을 새김했다. 앞서가던 등산객이 배낭을 내려놓고 합장을 한 채로 진지하게 기도한다. 사진 찍으러 앞으로 나서기 미안타.
화강암 능선길이 주는 재미에 어영부영 금오봉 정상에 다다른다.
금오봉을 기점으로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한다.
임도를 만날 즈음 우비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비가 거세다.
용장골로 내려감에 경사가 있는 편이다. 비가 오니 조심스럽다.
아~ 얼마 만이냐?
삼층석탑. 예능프로 ‘1박2일’에 나와 나를 유혹했던 그 탑이다. 10년 전.
석탑과 멋진 조우(사진 찍기)를 하려는데 1번무전기외 1인이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 ㅎ
경주 남산 용장사곡 삼층석탑
용장사는 매월당 김시습이 머물며 「금오신화」를 썼던 곳이다. 자연 암반을 깍아 세울 자리를 마련하고, 위에 3층의 몸돌을 올렸다. 무너져 절터 아래 계곡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22년 복원. 이때 2층 지붕돌에 사리를 넣었던 구멍만 있고 사리는 없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계곡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아늘 끝에 닿아 있는 것처럼 보여 신비롭다고 한다.
주변 넓게 트인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경주 남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안내문-
앞 고위봉과 함께 무리지어 탑을 바라본다.
10년 전에도 이렇게 보았다.
눈치 없는 비는 극성이다.
이정목마다 웨이포인트를 기록하자니 일행 하나둘 나를 따라잡는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산행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1번무전기가 막걸리 한잔 하자고 한다.
아무래도 꼬랑지 다 말기까지 시간이 걸릴 거라 판단했나보다.
막걸리가 문제였다. 빠르게 잔이 돌아간다. 두 분이 더 오시고 한 분이, 또 한 분이 자리를 빛낸다.
막걸리 몇 잔이 위장을 파고들자 급하게 술이 올라온다.
이러다 말겠지?
비 때문에 일정을 축소해 도시락 대신 뒤풀이 장소로 간댄다.
막걸리 취기가 남아 있는데 소주를 붓는다.
그리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올라오는 버스 내내 취기에 인사불성이었나보다.
강 건너가 집인 동기 둘이 부러 나를 차에서 내려 아파트 입구까지 안내한다.
녀석들 없어으면 어찌됐을 라나?
그리 많이 마시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취하다니.
요즘 조금이라도 과음하면 이 꼴이다. ㅎ
계단 올라오며 이 한심한 꼴에 눈물이 났나보다. 빗물인 줄 알았는데, 여긴 비가 그친 상태였으니 할말 없다.
잘 씻고 밥도 챙겨 먹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억울했나 보다. 근데 뭐가 그리 억울했을까?
내 맘의 빔(empty)은 아직 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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