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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대둔산, 마천대-낙조대-용문골

by 여.울.목 2025. 2. 16.

2025. 2. 15.(토)
대둔산주차장-마천대-낙조대-용문골
6.14km  |  2:58  |  2.1km/H

 

2025-02-15_대둔산_용문골.gpx
0.29MB

 

 

대둔산이다.
산조아다. 산조아에서 오랜만에 빡센 산행을 한다.
보아하니 구성원과 움직이기에 버거울 코스다.
아침, 친히 태우러 온 녀석에게 무리한 코스를 잡으니 다들 힘들어한다는 이야길 한다.
공감하는데 코스 선택에 배려하기엔 그 팔팔함이 과할 뿐이다.
제주도 파견 기간 내 몸이 더 다부졌다.

 

대둔산을 찾으면 완주 쪽에서 케이블카와 경쟁하며 오르곤 했지. 한때다.
정상부 구름다리와 철계단, 마천대에서 마주하는 끝내주는 경치도 자주 접하니 지루해진다.
그러다 수락계곡이 주는 수수함에 끌려 외면하다 오래간만에 찾는다.
아버지와 가족과 형과 학교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과 오늘 이 동호회 회원들과

 

주마등처럼 스치는 기억은 이내 가파름이 주는 헉헉거림에 지워진다.
지난달 산행에 좀 대인 기억이 있는지 다른 한 명은 가족을 대동하고 와 산행에서 빠진다.
총무는 어쩔 수 없음에 성실히 뒤를 따른다.
거의 45도 이상의 경사다. 마치 금강문 근처는 요새 같은 느낌이다.
실제 이곳 대둔산은 하산 코스인 용문골 신선바위에서 샘이 솟는다.
해발 550~570m 정도이고 가파름이 상당해 부근에서 동학혁명군이 머물며 최후의 항전을 했다고 한다.
아직 겨울이라 살짝 고민하다 헤어밴드를 떼 놓고 왔다.
웬걸 땀이 한여름처럼 쏟아진다.
단체 등산객이 많아 긴 줄을 피하려 좀 무리했더니 벌써 숨이 꽉 찬다.
극기 훈련인 듯 앞서가는 녀석의 뒤꽁무니를 놓치지 않으려 부지런을 떤다.
오르는 내내 아이젠을 착용해야 하는지 갈등이다.
하산하는 사람들 보니 버텨볼 맘이 생긴다. 온통 눈이나 얼음이 아니라 군데군데 발을 디딜만한 공간이 있다.
입석대에 다다르니 케이블카에 실려 온 관광객과 등산객으로 장이라도 선 것 같다.
사람들에 밀려 움직여야 함은 구름다리 지나 마천대 오르는 철계단까지 지칠 줄 모른다.
철계단은 위험 구간인데 사진 촬영에 신난 사람들 때문에 지체가 이어진다.

 

잔뜩 찌푸린 하늘 때문에 마천대에서 누릴 청량감은 상쇄된다.
무수히 쏟아지는 단체인증샷에 시끄러움에 발 디딜 여유를 아낀다.

 

하산길, 아이젠 없이 불가능해 보인다.
낙조대를 거쳐 용문골로 하산길을 잡는다.
능선과 낙조대는 한산하다.
고요함과 함께 풍경을 담아본다.

 

용문골부터 칠성봉 전망대까지는 가파름이 장난아니다.
평상시에도 힘들 내리막인데, 돌로 이루어진 계단이 눈과 얼음으로 채워져 미그럼틀 수준이다.
조심스레 신선바위까지 내려서면 볕 잘 드는 골짜기를 따라 길이 나 있어 대부분의 눈이 녹아 있고, 가파르지도 않다.

 

그리 긴 거리이거나 오래 걸린 산행은 아니지만, 속된 말로 빡센일정이었다.

단둘이 앉은 차 안, 녀석에게 이런저런 푸념을 떨다 보니 목이 아플 지경이다. ㅎㅎ
다들 차를 몰고와 낮술에 혼술했다.
흐린 날 만큼이나 개운치 않은 점도 있었지만
간만에 험뻑 흘린 땀과 뻐근한 다리 근육이 기분 좋게 아우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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