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8.(토)
계룡산, 지석골-남매탑-삼불봉-갑사
8.32km | 3:42 | 2.2km/H
새벽, 대설주의보로 아직 입산통제를 해제하지 않았다.
산악회 집행부에서 뭔 말이 있어야 하는데 조용하다.
한파주의보에 패딩을 2이나 챙긴다.
솔직히 나가기 싫다. 게으름피우다 버스 안 타냐는 독촉 전화를 받는다. ㅎㅎ
너무 추워서 그런지 버스 타는 사람이 없다.
대설주의보 해제된 것에만 꽂혀 등반대장은 통제가 풀리지 않은 사실을 모르고 있더라.
심란해하는 얼굴… 무슨 계획이 있을 거라는 괜한 기대.
학림사 일주문 앞
스패츠를 차고 GPS를 잡으며 옷 정리하는 새 이렇다 할 말도 없이 사람들이 먼저 출발한다.
눈 치우는 부지런한 신도들을 지나 뒤늦게 아이젠을 챙기는 일행을 만난다.
지석골
지석골지킴이 초소 - 차단봉이 내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밟고 다녀 아이젠만 있으면 스패츠 없이 탐방로를 다닐만하다.
시간이 좀 지나 공무원스런 공단 직원들 출근 후 통제는 풀렸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던 눈이 아침 햇살에 못 이겨 함박눈처럼 유난을 떨며 자유낙하를 한다. 장관이다.
작은배재~천정골갈림길
지석골-작은배재, 아니 ‘작은배재→지석골’ 코스는 내 최애 장군봉 탐방 후 내려가는 길이다.
완만하고 돌이 많지 않아 장군봉에서 고생한 관절을 천천히 풀어주며 마무리하기 좋은 루틴이지.
반면 이제 시작하는 작은배재~천정골갈림길 구간은 너덜길이다.
거의 등고선을 따라 난 길이라 평상시 같으면 속도를 낼 구간인데,
너덜이 눈에 덮혀 있어 발목 다치기 십상이라 조심스레 걸음을 딛는다.
남매탑
천정골갈림길에서 큰배재로 올라탄다. 너무 추워 고개에서 후미 일행을 기다릴 수 없다.
남매탑까지 능선 내내 바람이 칼지다.
칼진 바람도 따듯한 햇살을 품은 남매탑에선 잠잠하다.
눈 때문에 먹이 활동을 못한 새들이 간식 꾸러미를 푼 우리 일해 근처에 모여든다.
겁 없다는 표현보단 생존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게다.
혹시나 사과 조각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직박구리가 달려든다.
살살 넘겨 빗은 듯한 머리엔 제법 기름기가 있어 제비 같다.
주변 박새들보다 덩치가 큰 녀석답게 사과 한 조각을 삼키고 나머지 것들도 소유하고픈지 연신 박새들을 경계한다.
한 조각 더 입에 물고 자리를 뜨자 이제 박새들이 권력을 행사한다.
그 촐랑거림이 날쌔 녀석들을 사진으로 남기기 어렵더라.
삼불봉
코 앞 삼불봉인데, 기온 차가 엄청나다.
고갯길 근처 칼바람이 비켜 간 곳은 무릎까지 눈이 차오른다.
잠시 폰을 꺼내 사진과 동영상 남기는 짧은 시간, 이러다가 동상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
아무튼 멋진 설경인데, 그 아름다움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더라. 먼저 살아야지. ㅋㅋㅋ
삼불봉을 내려서 우회로를 통해 삼불봉 고개에 원점회귀 한다.
스패츠 착용하길 참 잘했다.
지나온 우회로 뿐 아니라 삼불봉고개부터 금잔디고개까지 응달진 곳은 스패츠 없이 가기 힘들정 도로 눈에 푹푹 빠진다.
자연성릉쪽으로 더 가 금잔디고개로 내려온 일행은 눈이 가지랑이까지 찼다고 한다.
금잔디고개~갑사
아이젠만 있으면 움직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워낙 돌 많은 계곡이라 아이젠 발톱 긁힘이 관절로 그대로 전달되는 곱지 않은 구간이다.
시간이 갈수록 날이 많이 풀렸다.
덕분에 꽤 많은 탐방객들이 설경을 기대하고 올라 온다.
시산제보다는 산신제라는 말이 왜색적이지 않다고 하데?
산행에 참여하지 않고 산신제 장소에 직접 온 사람들이 추위를 더 탄다.
이런저런 격식 생략하고 빠르게 제를 치르고 식당 안으로 숨어든다.
사무국장님 얼마나 정신없나 몇 가지 요식행위도 잊고 기사님 식사 챙기는 것도 까먹고 만다. 우쩐다냐.
미안한 맘이 들었나? 그래도 그렇지 차를 돌려보낸다.
돌아가는 길 타고 가면 좋으련만… 흐지부지 흩어진다.
터덜터덜 1km를 걸어 올라오는데 뭐 하나 빠트린 기분이 든다.
간만에 낮잠때리고 저녁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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