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2008/05/02
2023/11/01
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주)민음사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179번 책이다.
뭘 봐야할지 고민될 때 믿을만한(?), 뭐래도 하나 건질만한 것이 있었기에, 게다가 책값도 저렴하다.
문고 목록을 보다 문득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이 눈에 들었다.
궁금증 브람스를 좋아하냐는 질문인지, 좋아하라는 권유인지…
말줄임표”...”가 물음표를 낳는다.
번역자의 작품해설을 읽으며 알게 된 건데
사강이 책제목에 꼭 말줄임표 “…”을 써달라고 했단다.
질문인지 권유인지,
요즘 AI가 판치는 세상에 조금만 시간을 기울이면 답은 나올 것이다.
AI 아니라도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에서 100% 근방 신뢰성은 아니지만 호기심 채울만한 답을 줄 것인데,
굳이 책에서 전체적 맥락을 짚고 싶어
근 1년을 책꽂이에 놓고 있다 이제 꺼낸다.
두 달 간 한국사 공부를 한답시고 다른 것에 담을 쌓은 보상심리인가?
블로그 책가방 속에 한 권 후딱 늘리고픈 알량함에 얇은 이 책을 꺼내든 이유이기도 할 것이여.
[ 책 두께 ]
책은 158쪽 분량으로 큰 인내심을 요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18개의 장(章)으로 구분지어놔서 중간중간 딴짓할 여유를 준다.
그런데, 얼마간 책장을 넘기며
-대체 이 책을 읽고 무얼 얻었다고 끄적여야 하나?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독후감에 뭐라고 써야 하나 걱정이 스며들더구나. ㅎㅎ
[ 문장이나 문체 ]
한 줄에 두 개의 다른 주어가 나온다.
-읽기 거북스럽다.
-문단으로 치면 더 많아 헷갈린다.
-폴을 주어로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새 로제로 바뀌어 있다.
-독자를 배려한 쓰임이 아니었다. 번역자의 자질 부족인가?
-<유혹하는 글쓰기> 저자의 태도와는 정 반대에 서 있다.
그러니, 스토리 전개의 신선함이나 짜임새를 기대할 수 없엇다.
우리 문화에 달라 파격적이면서도
전근대적인 것 같은… 결말을 지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는 주인으로 표현한다. _141쪽
-그러면서도 결혼으로부터는 자유롭고,
-구질구질한 스토킹 같은 걸로 비극적인 장면이 나올까 걱정할 필요 없다.
-자유분방한 그들- 그런 면에서는 쿨한 것 같다.
자꾸 말줄임표(...)를 쓰게 만든다.
하지만 그 쿨~ 함에도 그들 마음과 머릿속은 인류 공통의 애정과 애증과 번뇌로 가득하다. 문화적 차이에 의해 그 방식방이 다를 뿐인 것 같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_59쪽
분명 물음표(?)다.
결혼하지 않았음에도 요즘 우리시대 부부보다 자주 식사를 하는 연인 폴과 로제
(점심 시간이 꽤 길다는 이야길 학교다닐 때부터 들었다)
나이 40을 바라보는 나름 교양 있는 여자 폴
몇 살 연상의 터프한 남자 로제
둘 사이에 끼어 들어찬 ‘권태’로 난 틈에 15살 연하남 시몽이 비집고 들어온다.
시몽은 모성애를 불러올만한 행태를 보이는 미남이다. 그가 폴에게 빠져든다.
로제와 다른 방식으로 상냥하고 배려심 있고… 폴을 사랑하는 시몽.
관계의 지루함을 틈타 양다리를 걸치던 로제,
트라이앵글을 만든 시몽 때문인지 인내심을 버리고 로제를 멀리하게 되는 폴.
그 과정이 지루할 만큼 섬세하다? 문학 평론가들은 그 과정에- 심리적 묘사가 뛰어나다고 평하더구만.
애정의 삼각 관계에서 폭력이나 비극은 없다.
정말 그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게 맞어~ 평론가들이 극찬할 만하다.
시몽과 사랑을 맺으면서도 젊고 잘생긴 남친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는 폴이다.
결국엔, 눈에 보이는 사랑이란 단편성 보다는 복잡성, 그 복잡계 속에 자리잡은 사랑을 선택하는 폴과 그리고 로제.
그녀 없인 못살것 같던 25살 청년 시몽은 시큰둥하게 쿨하게 동거녀의 집을 나간다.
시몽이 보낸 속달 전보에 쓰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폴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금의 - 자아를 잃은 - 자신을 되돌아 본다. _60쪽
브람스가 이 소설의 회전 축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소설의 처음처럼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로 끝난다. _158쪽 끝!
그 일상에 그들은 행복했을까? 아니 만족했을까?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2025년
프랑스, 우리나라로 치면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그녀가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 전인 1959년에 발표한 책이다.
그때문인가? 이야기 속 연인 관계가 이질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우리 현실에 비추어 그닥 파격적이거나 자극적이지도 않다.
노골적인 애정행각이 아닌 그런 일상에서 겪는 그들의 심리 상황을 엿봐야 한다.
그런 쿨~한 것 같은 그들도 그런 고뇌를 하는 것이 맞나보다.
[ 작품 해설까지 보고 ]
다행히 작품해설이 있다.
악성 페스트론의 대상인 멜로드라마와 이른바 순수 문학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자리잡은 작가 _그람시_ 159쪽
문학적 가치와 그것을 둘러싼 소란 사이의 차이를 알 만큼은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다. _ 사강_159쪽
예술의 환상은 우리로 하여금 위대한 문학이 삶과 밀착되어 있다고 믿게 하지만, 진실은 그 정반대이다.. 삶이 무정형적이라면, 문학은 형식적으로 잘짜여 있다. _사강_160쪽
낭비와 알코올과 연애와 섹스와 속도와 도박과 약물에 ‘중독’된 그녀의 삶이 그녀의 문학을 압도한 격이다. _번역자_161쪽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작가. 10대 말부터 성인스런 행동을 했다고 한다.
천부적인 글재주로 어린 나이에 부(富)를 얻어 흥청망청~ 약물에까지 손을 댄다.
호화와 사치, 자유로움을 누린 걸로 보인다. 성(姓)까지 사강으로 바꿨다.
앞서 말했듯 그녀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 대신 “...”을 써야한다고 했단다.
스물네 살에 40대의 심리를 해부하다니… 천부적 재능이 맞다. 그 작품을 이 시대의 나까지 읽고 있으니 말이다.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도 연상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마음에 품었다고 한다. 결혼도 않고.
프랑스에선 브람스 음악회에 상대를 초대할 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봐야 한다고 한다.
단순한 개인 취향 차 때문이 아니라, 브람스 음악 특성과 프랑스 음악 전통 사이의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브람스 음악은 강렬하며 낭만적이며 때로 무거운 감정이라면, 프랑스 음악은 가볍고 섬헤하고 절제된 감성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아무튼 ‘모차르트를 좋아하세요’와 다른 울림을 갖는다니, 프랑스에선 제목 자체도 묘한 느낌을 주고 있나보다.
오히련 난 그 이면은 모른체 클레식한 이미지의의 ‘브람스’ 때문에 심오한 철학과 참여의식 또는 이데올로기를 뿜는 참신함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시점과 시제, 생각과 말이 구분 없이 뒤섞임으로써 독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감성으로 매학한다._163쪽
그렇군… 내 느낌이 맞았다!
역자의 말처럼 뻔한 멜로드라마 아닌, 머릿속에 빨간 불이 켜지는 각성의 ‘엔딩’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의 생애를 훑어 보며 오히려 아주 쪼끔이라도 그녀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강이 말하는 것 같다.
모짜르트 말고 브람스는 어떠냐고
한 번쯤은 생각을 바꿔보시지~
사강은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덧없음을 강조한댄다.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래도 그녀도 그 사랑말고도 다른 걸 이해하고 있나보다.
왜냐면,
최소한 이 책의 결말이나
속지에 “기(Guy)에게”라는 말을 보면 말이다.
'후니의 책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태웅의 AI 강의 2025 (2) | 2025.03.04 |
---|---|
채식주의자 (0) | 2025.02.14 |
소년이 온다 (0) | 2025.01.31 |
대한경제부흥회, 우리는 왜 돈을 못버는가~* (0) | 2025.01.12 |
맡겨진 소녀 (1) | 2024.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