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8 백무동 산행을 위해 산조아 모임 집결지에 도착
2분이나 남았는데 평상선생 일찍 왔다고, 티 좀 내고 싶었는지 살짝 볶아대네.
하지만 진정 달달 볶아야할 인물들은 따로 있다. 40여분이 훨씬 지나서야 장대비 속을 뚫고 나타나신 “산조아천하 유아독존”. 그의 지참에 한 몫을 한 일당도 산조아 무리의 일원이라며?
운전대를 반 강제로 빼앗아 게스트킴이 잡아 돌리니 가려했던 백무동이 어찌 노고단으로 바뀌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마 그의 한을 풀고 싶었나보다.
비를 피해 조금이라도 만만할 노고단으로 방향을 틀어잡았건만 가는 내내 비구름이 우리를 따라오는지 억세게 비가 내린다.
‘남방제일선찰’이라는 요란 딱딱한 현판이 붙은 절의 문을 지나며 건네준 통행료 1인당 1,600원의 시주 때문인지 비가 주눅이 들어 내린다.
하지만 예전 마한과 진한의 싸움에서 도망 온 마한 왕이 세명의 성씨가 다른 장군을 앞세워 지켜내서 성삼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입산통제’라니... 언제 풀릴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락가락 바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춤을 춰대니 기분은 좋다만 뒤돌아 노고단을 바라보매 한숨만 나오네.
드디어 1시간 이상 농땡이를 치고 나니 통제가 풀렸단다. 그래,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11:49~15:05 (3시간 15분) 7.4km
GPS잡는데 시간 좀 걸렸으니까 8km는 걸은 셈이다.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 휴게소까지는 힘 좋은 4휠 자동차 있으면 수월하게 오를 잘 닦여진 임도가 나 있다. 그 임도란 것이 원래 그렇듯이 ‘지그재그’모양을 하고 있어, 거리를 좁히려고 산길다운 산길이 두 번이나 나오는데 어찌어찌하다보면 금방 산장에 도착한다.
아직도 날씨에 미련이 남았는지... 이런 날에 썬그라스를 쓴 공단 직원이 체크리스트를 들고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최종 행선지를 묻고는, 먼 곳을 가는 인사들의 내역을 꼼꼼히 적는다. 적양선생과 나를 보고는 노고단까지의 짧은 산행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어주니 산꾼 체면치레는 제대로 한 것이요. 산장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숨을 돌리자니 또 비가 내린다. 그리 억세지는 않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산행에 미련이 남은 몇몇 일행의 머리에 ‘갈등’을 새겨 놓네그려.
반야봉이든 노고단이든 일단 올라보고 생각하자는 질풍노도 같은 그니들을 끌고 노고단으로 향한다. 앞에 가던 대학생 일행이 갑자기 뒤를 돌아 먼 곳에 시선을 두고는 환하게 웃음 지으며 탄성을 지른다.
‘미쳤나?’
하지만 몇 십초 후에 나도 미치고 말았다. 美親 것이다!
구례를 가득메운 안개 저편으로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들... 이건 바다다! 뒤 따라 오던 공단직원이 이르기를 무등산이라도 한다. 몇 발짝 더 오르니 이제 북동쪽으로 반야봉과 천왕봉이 비구름과 함께 숨바꼭질놀이를 즐기고 있다. 다들 입을 헤~ 벌리고 다물 줄 모른다. 노고단은 방부목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200~300여 미터 더 올라가야 한다. 오르매 보이는 사방의 풍경에 오르막에 그리 가벼운 발걸음은 이제까지 없었던 것 같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다. 그냥 내 눈과 가슴으로 느낄 뿐.
올 때마다 기상악화로 발길을 돌려 세 번째서야 노고단에 올랐다는 게스트킴... 아니 신선적양 선생, 소원풀이 찐~하게 했다네.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산등성을 업어 타고 초를 다투어 움직이는 구름 사이로 보이는 녹색산과 연두 빛 들녘, 그 가운데를 소리 없이 파고드는 커다란 뱀 같은 섬진강은 구름만 잘 타면 한 마리 용 이라도 되어 날아갈 것 같다.
사진 찍느라 넘어선 울타리. 공단직원이 복원중인 곳을 왜 밟고 다니냐고 핀잔을 준다. 아! 그래 가까이 내 발 언저리에는 투박하지만 질리지 않고 산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꽃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다시 비가 내려 억지로 발길을 돌리기 전까지 우리 일행 모두 자리를 쉬 떠날 수 없었다. 공단 직원이 天氣와 地氣가 만나 가장 충만한 氣力을 가진 곳이라 유명한 사람들이 기력 떨어지면 정기적으로 보충하러 온다나 어쩐다나...
오늘 내 눈으로 보고 내 피부로 느낀 이 감동이야말로
오래도록 내 몸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이게 氣지 뭐 다른 게 있겠냐?
지리산 서쪽의 노고단(1,507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4m)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하나이며 민족의 영산이라 일컬어지는 지리산 중에서도 영봉으로 꼽힌다. 노고단이라는 이름에서 ‘노고(老姑)’란 ‘할미’, 곧 국모신인 서술성모를 의미한다. 신라시대부터 현재까지 노고단은 제사를 지내며 국운을 기원하는 신성한 장소로 추앙받는 곳이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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