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이 무척이나 불쾌한 걸 보니 아침 맞다.
항상 이불속의 평온과 갈등해야 하는 이 짧은 시간, 그나마 머리는 안 아픈 것이 다행이다.
차 안 가득한 술 내음에, 동석하신 분들 얼마나 짜증나셨는지 점심시간에 차를 바꿔 타시네.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은 벌써 관광차로 넘쳐나고 있다. 이제 조금만 매스컴을 타기라도 하면 철마다 꽉꽉 막히는 것은 다반사다. 거꾸로 이야기 한다면, 제철에 맞게 여행 잘 다니고 있는 상팔자라는 뜻도 되겠지.
2013.11.09. 10:26 ~ 13:36 (3:9) | 6.4km
홍길동산성을 슬리퍼짝 끌고 올라가신 그분, 또 옛일이 생각났는지 “이거이 뭐가 산이여~ 동네 뒷동산보다 못하네!” 허풍은 여전하시군.
애인과 오면 딱 좋을 오붓한 오솔길과 흔들다리를 실실 웃음을 흘려가며 거니니 나오는 것이 어찌 허풍스럽지 않겠냐?
허지만... 그 푸른 사과가 붉게 익기 시작한 것은 좋아하는 술 때문이 아니었어. 산책로를 거부하고 용감하게 등산로로 길을 잡으니 다들 껴 입었던 아웃도어 의류를 한 꺼풀씩 걷어 낸다. 길이 점점 직각에 가까워지자 드디어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땀 한 방울 나지 않고 싱겁게 끝날 것 같은 산행을 걱정했는데 등짝 뜨십게 열이 푹푹 올라온다.
그렇게 등잔봉에 오르니 땀 식힐만한 딱 좋은 터에 통나무를 얽어 만든 전망대가 사람들을 반긴다. 시워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모습을 보니 많이 힘들었나보구나. 곁에서 맥주 몇 모금 마시고 나니 머리가 띵~해온다.
ㅋ 우리나라 사람들 경치감상보다는 경치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먼저다. 사진에 그 감정을 그대로 담아볼 수는 없을까?
이제부터는 오르락 내리락 말 그대로 동네 뒷산 능선길이다.
조용한 시골 뒷산이 어찌어찌하여 사람들 눈과 귀에 들어가면서 이리도 주말이면 몸살을 앓는지... 천장봉 나무그루터기에 앉아 있으려니 길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사람들 무리를 보니 멀리 관광차 행렬이 들어오는 길목까지 늘어선 이유를 대강 짐작할 수 있겠구나.
꾸역꾸역 배낭을 뒤져 안주거리와 술을 꺼내 막판 배낭 무게를 줄여보려는 총무.
어찌어찌 그 술을 뱃속에 다 집어넣고 나니 이제 더 걷기가 싫어진다. 심성봉까지 2.2km를 가자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날 것 같고, 하늘에서 한 두 방울 비까지 떨어뜨린다.
가장 아위운건 홍길동산 슬리퍼짝 신고 오르신 분... 진달래능선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말이 진달래 능선이지 올라올 때 코스처럼 거친 것이 어찌 ‘능선’이란 말을 붙였는지 모르겠네.
이제부터는 칠성호를 따라 난 옛길 위에 만들어 놓은 나무테크 위를 쉬엄쉬엄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여. 그런데 왠 사람들이 이리도 많다냐? 괴산군에서 이것저것 전선을 따다 눈요기 거리도 많이 해 놓은 것 같으네. 나무데크 길이 싫증날 즈음에 아까 그 갈림길이 나온다.
‘사랑나무 10M’라는 표지를 보고 열심히 달려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 매너라고는 손톱만치도 안 보이고는 자기들끼리 나무에 올라타고는 사진을 찍어대네, 한참을 기다렸다 이제 나도 한 컷 찍어보렸더니 자기 독사진 찍는다고 나보고 사라져달라네.
아휴~ 그냥~ 잘 먹고 잘 살어라...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음에, 간만에 나오신 분들께서 뭔 감상에 젖었는지 10주년 이야기에 취하시네.
그려 10주년 행사 해야지. 자주나 나오셔~ 그래야 그런 고견 자주 듣지.
어깨동무를 어찌나 심하게 했던지 일요일 아침 양쪽 어깨가 삐그덕 거린다.
정말로... 어찌어찌 10년이 다 되어가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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