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곽 걷기 여행
한 주 내내 쌀쌀하더니 주말을 맞아 따듯한 봄 날씨를 자랑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침을 얻어먹고 나오기에 미안한 마음에 빵 몇 조각만을 삼키고 현관문을 나선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사직공원부터 시작된 오늘의 산행은 오랜만에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걷기 여행이었다. 인왕산을 거쳐 창의문과 백악산 성곽을 따라 말바위 안내소까지 걸은 거리는 7.4km정도지만 북촌 한옥마을과 인사동 거리를 헤맨 것까지 하면 넉넉히 10km는 넘을 것이다. 성곽 길 내내 맑은 하늘과 달리 바람이 참 거세가 불어 쌀쌀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그 덕에 흐르는 땀방울이 바람을 타고 금새 날아가더라.
<숙정문 - 세종로 너머 남산 너머 ↗ 관악산 - 인왕산>
멀리서 보면 산을 이루고 있는 바위의 색이 하얗다고 해서 백악산이라고도 불렀다는 북악산(342m). 창의문에서 신분증을 보여 받은 표찰을 걸고부터 바로 시작된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만난 백악산 정상, 곡장에서 좌청룡우백호와 안산에 대해서 이야기 했으리라. 좌청룡 낙산 우백호 인왕산, 마주보이는 남산이 풍수상 안산案山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경복궁을 기준으로 잘 빠진 세종대로에 눈을 찌푸리고 초점을 맞추면 어렴풋이 보이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동상이 보인다. 남산 뒤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관악산이 불火모양으로 버티고 있는데, 무학대사가 이 화기를 다스리려고 관악산 연주대에 절을 지었다고 한다.
곡장을 지나면서 바야흐로 완만한 내리막이 숙정문까지 계속된다. 숙정문은 4대문 중 하나의 정문이었지만 험한 산악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거의 문으로써의 기능을 하지 못하였고, 더군다나 북쪽에서 도성 내 여성들을 음란하게 만들 ‘음기’가 들어온다고 믿은 탓에 만들어진 이후 닫혀 있던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고 한다.
인왕산 구간에도 보였던 경계 병사들이 북악산부터는 더 촘촘하고 강력하게 태클을 건다. 성곽을 따라 2중으로 쳐져 있는 철책과 1ㆍ21사태 소나무를 바라보니 그럴 만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좌> 성곽 주변에서 무언가 열심히 발굴하고 있는 모습
중상> 인왕산 구간부터 예사롭지 않게 보이던 북한산 자락, 뒤편으로 백운대가 숨어 있겠지
우> 2중 철책으로 좀 살벌한 느낌이 드는 성 안쪽과 달리
중하> 성 밖에 멋진 집이 모여 있는 부촌도 보인다.
좌> 상전과 우> 아랫것들. 상전은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과일쥬스와 탄산음료로 피로를 푸는 동안 아랫것들은 토방에 앉아 뭐 떨어지는 거 없나 입맛만 다신다. ㅋ ㅋ 오랜만에 토방에 앉아 지나가는 한양사람들 구경 실컷 했다.
좌>길 잃은 한 마리 어린 양을 찾아 어렵게 찾아간 북촌은 어느새 1박2일 때문에 관광명소가 되어 버렸다. 이 많은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오느라 그 양 한 마리 또 사라져... 덕분에 시장이 반찬이요. 중, 우> 만두전골을 마주하고 앉으니 막걸리가 제 맛이구나. 산행 내내 말씀을 아끼던 ‘그인간’님께서 얼마나 벼르고 별렀던지 좌중을 압도하는 주도酒徒를 주관하시니 고속버스 내내 누구하나 찍소리 않고 잠만 자더라.
집으로 오는 길
이게 끝이 아니었어... 닭갈비에 '맑을 린', 호프까지 거치고 다행이 마지막 인질까지 놓아 준다. 오늘 일은 생각 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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