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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책가방

[소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by 여.울.목 2020. 11. 28.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182011/01/26
제임스 M. 케인
이만식
민음사

<책을 만난 계기>
어떤 매체에선가 이 책이나 책을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나 보다. 그리고는 얼마나 책꽂이에 모셔놨던지 종이라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첫 느낌>
괜히 허세를 부린다고 들고 다닌 두꺼운 책들을 어렵사리 끝내고 나면,
어김없이 책장을 서성거리다 요 녀석을 몇 번 들었다 놨다 반복한 것 같다.
책 표지에 실린 글은 오히려 읽는 내내 독자의 마음을 우중충하게 만들 거 같다는 생각을 준다.
뻔한 사랑 이야기는 요즘 세련된 소설에 비해 읽기에 얼마나 방해가 될지 억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세계문학전집이라는 딱딱함이 은연중에 거부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자꾸 후순위로 밀어놨던 책이었다.

게다가, 점점 심해지는 노안과 허리통증이 여유시간과 책과의 거리를 멀리하게 한다.
심신이 고단해서 하루를 쉬기로 했다.
휴가다.

이번 주 산행은 접고 책장이나 넘겨보려고 한다.
200쪽 못 되는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이틀을 예상했다.
다행이다. 생각 외로 반나절 만에 읽었다.

생각보다 괜찬은 소설이다. 뻔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정신을 차리고 읽었다. 몇 번이나 되짚어 읽은 부분도 있다.

 

<줄거리>
도로변 주유소 식당을 운영하는 그리스인 닉과 그에 비해 젊고 예쁜 아내 코라.
닉의 권유로 부랑자 프랭크는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예상은 했겠지만 프랭크와 코라는 이내 싸구려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을 맘 편히 이어가기 위해서 그리스인을 죽이기로 한다.
한 번은 미수에 그쳤지만 결국 일을 낸다.

계획대로 얼마간 버티면 될 줄 알았던 그들.
그들 사이에 경쟁 관계에 있는 검사와 사설탐정 같은 변호사가 비집고 들어 온다
.
점입가경
죽기 전 닉은 거액의 생명보험에 들었다. 보험회사가 수사를 대신해주는 지경.
사건은 연일 신문의 1면을 차지한다.
떨어져 있는 두 공범자 - 검사가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남자가 여자를 배신하게 만든다.
여자 또한 남자를 배신한다.
여자의 배신(진술서)은 그런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변호사가 요령 있게 받아 챈다.
변호사는 닉의 또 다른 보험회사들을 이용해 판을 뒤집는다.

검사와 경쟁에 열을 올린 변호사
어찌어찌하여 결국 프랭크와 공범 코라는 무죄로 풀려난다
.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아직 살아 있다.

이제 사랑에 배신이 베어들어 불신과 함께 뒤엉킨다.
서로를 의심하며 의지한다. 얼마나 오래갈지 불안불안하다.
이쯤에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아무래도 결과가 그리 좋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지.
책의 남은 쪽수를 보니 뭔가 더 있다.
변호사의 끄나풀이 잊혀질 줄 알았던 그녀의 진술서를 훔쳐 돈을 뜯으려 한다.
둘은 합심해서 물리친다.
이 일을 계기로 둘의 갈등은 봉합하기로 한다.
행복하게 어디론가 떠날 거 같지만...

결국 사건이 아닌 사고로 카라가 죽는다.
살아남은 프랭크가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 된다.

 

<읽고 난 느낌>
왜 책 제목을 포스트맨은... 이라고 지었을까?

우편배달부가 언제나 벨이나 노크를 두 번 한다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전통에서 프랭크의 앞 날을 은유적으로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 지었다네.
게다가 소설의 소재가 되었던,
1927~1928년 사이의 '루스 스나이더-저드 그레이'소송사건에서 남편 몰래 배액 보상 보험을 가입한 부인이 몰래 보험증서를 직접보내달라고 했고, 포스트맨이 초인종을 두 번 누르는게 그 신호였다고 한다. 


알베르 까뮈가 이 책을 읽고 영향을 받아
이방인을 썼다고 한다.
젊은 시절 이방인을 읽고 받은 큰 충격!이 떠오른다.
솔직한 인간의 맘을 담은 실존주의 문학.

하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싸구려 삶을 빌려 실제 인간의 행태를 묘사한 것 같다.
어찌 상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게 없겠어? 있으면 더 했지.
단지 돈이나 권력 그딴 것으로 미화를 시킬 뿐이지.

소설 내내 프랭크와 카라는 그런 사랑과 사랑에 종속된 증오와 배신, 돈으로 한데 묶여 있다.
그건 요즘 사회 갈등의 골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패턴이다.
단순 비즈니스 관계가 사랑, 돈과 얽혀 욕정과 욕심으로 붉어진다.

소설 위기 단계에서 미끄러져 내려올 즈음
닉이 프랭크를, 프랭크도 닉을 친구로 여겼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123쪽 중반.

작품해설 시작 부분에, 이 소설이 세계문학전집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두 가지 이유를 말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싸구려 통속소설이라고 생각했나보다.
고리타분해야 세계문학전집에 들 수 있는 건가? ㅎ
1934년 당시, 끈적한 남녀의 육체관계나 폭력의 묘사 때문에 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치관을 상실한 잃어버린 세대’,
겉으로 신사적인 척하며 뒤에서 온갖 욕심을 부리는 사회상을 너무나 잘 표현했기 때문에
그 솔직함이 당시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