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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책가방

역사>동양사/동양문화, 허진모 삼국지 1,2

by 여.울.목 2021. 11. 10.


허진모 삼국지 1,2
2021/10/12
이로츠
허진모, 정원제

매주 듣고 있는 팟캐스트의 진행자 허진모의 삼국지가 출간되었다.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줄여서 "전문세"
책 이야기는 하지 않고 팟캐스트를 하는 이유는 팟캐스트 진행자 허진모가 히트를 쳤던 삼국지 이야기를 드디어 책으로 엮어냈기 때문이다.
평상시 이야기꾼 허진모와 진행자 장웅이 내 나이 또래라 그들이 내 뱉는 이야기가 농담이든 뭐든 쉽게 살갗을 파고들곤 한다.
역사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냥 삶이 힘들거나 무기력할 때, 가지쳐 내려가는 세상 사는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
어쨌든 그의 해박한 지식과 올바른 가치관이 부럽다.
난 그 동안 뭐하고 지냈지? ㅎ

저자가 소개하는 책과 집필한 책, 전문세에서 광고를 하는 물건은 웬만하면 구매하고 있다.

전문세에서 이야기의 전개방식은 동양과 서양을 비슷한 시기별로 번갈아 오가며 풀어내는 방식이다.
서양에서 로마 이야기가 흥미로왔다면, 단연코 동양 쪽에서는 삼국지 이야기가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정사 <삼국지>를 소설<삼국지연의>와 함께 비교하면서 말한다.
언듯 처음 듣는 사람은 헷갈릴 것 같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 들어봐라 흥미롭기만했다.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삼국지 위지동이전>이 시험에 나오기에 열심히 외운 기억은 있다.
그럼에도 소설 삼국지와 정사 삼국지가 다른 것인지도 모르고 지냈던 나다.
그런 나의 무지를 내 나이 또래의 친구가 다양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삼국지와 연의를 소개했다.
그러니..........
<허진모 삼국지>가 출간되었다니 안 사볼수가 있겠어?

허진모 삼국지는 작가가 동생과 함께 쓴 책이다.
어찌보면 허진모는 <삼국지학>을 쓴 것 같다.
이렇게 삼국지란 것을 난도질해서 곱게 포장한다는 것이 쉬운일인가?
소설과 역사를 적절하게 엮어 내고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한다. 재미는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설에서의 재미말이다.
우선 <삼국지>라는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어야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자는 <삼국지학>을 만든 것 같다.
삼국시대에 대해서
정사 <삼국지>에 대해서
소설<삼국지연의>에 대해서
<삼국지>의 지명과 지리에 대해서 밑밥을 깔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낸다.

보통 요즘 책 기준으로 10권짜리를 두껍지만 단 2권으로 만들어 냈다.
정사와 야사의 구분과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
입으로 전해지던 것들이 글로 어떻게 소설로 쓰여져 이어져 왔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무슨 방식으로 삼국지를 소개했는지,
그 소개된 삼국지의 판본이란 것에 대해서 구구절절.

1권이 거의 끝나갈 무렵까지도 우리의 유비와 형제들의 활약은 그려지지 않는다.
2권에서는 1권 끝부분부터 시작된 유비 무리의 활약을 기대할 것 같지만...
게다가 공명까지 죽고 난 후 끈질기게 위-진으로 이어지는 소설이 아닌 '역사'를 알리고자 한다.
작가의 말처럼 2권 중반부터는 뭔 애매모호한 이름들이 많이 나오는지 정신을 못차린다.
그려러니~ 문장의 앞과 뒤 흐름으로 이해하고 넘겨야 한다. ㅋ

허진모의 삼국지는 소설이 아니다.
이문열의 맛깔나는 재미를 기대할 수 없다.
다른 작가들처럼 확실한 이데올로기도 볼 수 없다.
그러나, 드라이(dry)하지만 모르고 지나쳤으면 너무나도 배아팠을 많은 사실을 토로한다.
어릴 적의 젊은 시절의 삼국지만 가지고 썰을 풀던 나의 얄팍한 지식이 흔들리면서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다지게 한다.
정말로 어릴적 그것과 지금의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많이 다르다. 더 많이 느끼게 한다.

내가 감히 이 책을 읽으며 밑줄 친 몇 구절을 옮겨 적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지식보다는 이런 접근 방식과 지치지 않는 그의 열정을 세겨야 할 것 같다.

돈 버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조바심을 한켠으로 밀어 두고 읽은 책이다.
조금은 어쿠스틱하고 촌티가 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게 매력이다.

가끔 힘들 땐 지식이 뚝뚝 떨어지는 그들의 천박한 농담이 마음을 달래준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그의 그들의 팟캐스트를 들으며 달려왔다.
내 뭔지 모를 불안함을 다독거려주는 것 같다.

아무튼... 허진모는 밀린 숙제를 해 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