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덥다. 아주~ 매우 덥다.
조금만 움직여도 송글송글 땀이 맺혀 흘러 내린다.
그래도 움직거리고 싶어 잔머리를 굴려본다.
잔머리는 후회할 확률 높은 짓이다.
238M의 낮은 산이라 만만히 여겨 호기롭게 숲으로 들어간다.
장마 지난지 오래건만 아직 숲 여기저기 비가 할퀸 흔적이 보인다.
오늘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고온/다습에 찾는 이가 별로 없었나?
초파리인지 날파리인지 뭔 벌레들이 오랜만에 먹이를 만나 미쳐 날뛴다.
앱을 켜고 지도만드는 카페 활동을 위해 이정목에 멈춰선다.
감각이 느껴지는 온 곳에 달려드는 벌레...
곰굴을 향할 땐 혼자 가기로 한다.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면 녀석들이 덜 달려들 것 같았다.
ㅠㅠ
오히려 인적 뜸한 곳이라 더 극성이다.
앞서 간 마눌님을 쫒으려 발걸음을 재촉거리니 뚫린 땀구멍으로 마구마구 육수가 쏟아진다.
그 냄새에 놈들이 더 달려든다.
심해도 너무 심하다.
등짝은 아예 녀석들의 서식지가 되고 말았다.
산, 산에 대한 이야기 보단 지긋지긋한 벌레 이야기만 하네.
해가 갈수록 이런 벌레떼 극성이 심해진다.
기후 변화 탓인가?
청량해야 할 숲이 왜 이러는지 정떨어질 판이다.
아득한 옛날 연미산에 큰 굴이 이었는데, 이 굴에서 커다란 암곰이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암곰은 나이 들어 시집가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잘생긴 나무꾼 사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저 사나이를 내 남편으로 삼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더 생각할 것 없이 달려가 나무꾼을 입에 물고 굴속으로 들어왔다. 잠시 기절했다 깨어난 나무꾼은 험악한 곰의 모습을 보고 다시 기절했다. 곰이 정성스레 쓰다듬어주고 간호를 하면서 점차 사이가 가까워졌다. 암곰은 그 나무꾼을 모든 정성을 다하여 섬겼지만 어디 나갈 때는 굴 입구를 막고 나갔다. 그래서 나무꾼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굴속에서 지내야 했다. 답답하고 지루함에 세상이 그리워 견딜 수 없어 암곰이 나간 뒤에 굴을 막아 놓은 돌을 떠밀어 보았지만 돌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나무꾼은 할 수 없이 주저앉아 암곰이 갖다주는 고기나 먹고 암곰을 바라보며 살 수밖에 없었다.
하루 이틀 사는 동아 암곰은 새끼를 배고, 마침내 새끼를 낳았다. 새끼는 이상하게도 반은 사람 모습을 닮았고, 반은 곰의 형상을 닮았다. 처음에는 징그러웠으나 날마다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그에게 더없이 귀여웠고, 예쁜 아기로 변한 아기곰과 노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아기곰과 즐겁고 기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본 암곰도 가슴 뿌듯한 즐거움을 느꼈다. 이렇게 일 년이 지나고 또 일 년이 지난 뒤에 또 새끼를 낳았다. 두 아기곰은 무럭무럭 자라 이제 네 식구가 되었다.
나무꾼은 전처럼 심심하지는 않았으나 문득문득 세상 사람들이 그립고 그들과 어울려 지내던 시절이 목마르도록 간절하게 그리웠다. 그런 어느 날 암곰은 굴 앞에 돌을 막지 않고 나갔다. 암곰은 아마도 새끼가 둘 이나 있으니 도망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나이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그 길로 굴을 뛰쳐나왔다. 마침 나루터에 빈 배가 메어 있어 나무꾼은 그 배에 올라타 노를 저어 떠났다. 그때 마침 굴로 돌아오던 암곰이 이것을 보고 강가에 서서 돌아오라고 소리를 지르며 손짓했다. 그러나 나무꾼이 돌아오지 않자 암곰은 몸부림을 치면서 울부짖다 새끼와 함께 강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런 일부터 이 나루를 “곰나루”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런 애절한 전설을 안고 있는 곰나루는 공주시민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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