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2.(토)
흘림골탐방지원센터-흘림골-주전골-오색약수터탐방지원센터
6.13km | 3:29 | 1.8km/H
설악산 흘림골 – 너무 멀어 걱정이다.
하지만 갈까말까 고민할 필요 없다.
9월 초 탐방 10명분 예약을 내가 했기 때문이다. 1인당 10명까지 예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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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반에 출발해서 오전 10시 반에야 산행을 시작한다.
수면 부족과 버스 좁은 공간에서 오래 견뎌서 그런지 산행 내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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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여심폭포를 지나 등선대까지 1.2km,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오르막이 가파르다.
예약제를 하는데도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내린 우리 같은 사람들로 길게 줄이 이어지니 섣불리 추월하기도 힘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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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폭포의 신비로움(?)을 뒤로하고 신선이 올랐다는 등선대로 향한다.
점봉산, 한계령, 안산, 귀떼기청봉, 대청봉이 시야에 들어오는 남설악 최고의 전망이라고 한다.
헌데 전망데크는 인증샷 남기려는 사람들 줄로 하세월이다.
와~ 하는 탄성이 나오질 않더군.
제대로 경치를 즐기려면 난간 넘어 위태위태 바위 위에 올라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잠시 숨 고르고 내려서니 우리 일행들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한다.
오해려 내려서는 길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봉우리마다 제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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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대 갈림길 고개부터 단풍이 수줍게 고개를 든다.
아직 절정은 아니지만 희끗희끗 솟아난 내 머리 새치처럼 단풍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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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대 이후로는 대체로 내리막이다.
십이폭포 전에 다시 땀을 흘리긴 했지만, 시원한 계곡물로 얼굴을 헹궈내니 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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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림골 탐방로는 숲이 짙고 깊어서 늘 날씨가 흐린 듯하다고 ‘흐림’이 ‘흘림’으로 변해 붙여진 거라 한다.
봉우리 위에서의 아쉬움은 골짜기 굽이굽이 내려설 때마다 펼쳐지는 절경이 희석시키고도 남는다.
점봉산 한 능선이라는데 20년간 휴식 후라서 그런지 품고 있는 수많은 절경이 다른 곳에 비해 뛰어나다.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져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이러니 긴 사람들 행렬에 사진 찍으랴 감탄하랴 걸음은 느려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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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림골에 홀려서 그런지,
주전골 경치엔 무뎌진 것 같다.
시간은 거의 오후 1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아이에게서 전화가 올 시간이라 폰 수신이 안정적인 계곡 하류로 서둘러 내려서느라 주전골의 느낌은 뒤죽박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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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골,
옛날 강원 관찰사가 한계령 넘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쇠붙이 두들기는 소리가 나 찾아보니, 동굴 속에 10여 명의 무리가 위조 엽전 만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 무리와 동굴을 없앴고, 그 후로 주전鑄錢골이라고 불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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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젖은 옷을 빨랑 갈아입고 싶은데, 주점 앞에서 붙잡혔다.
그래도 챙겨주신다고 잡으신 옷소매… 막걸리 두어 잔에 벌써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런저런 시름을 잊고자 열심히 산을 찾는다.
오늘도 그렇지.
그런데 사람사는 세상 어디 근심걱정 없고 나만 위해주는 때와 장소가 어딨겠냐?
반갑고 허물없는 사이에 쉽게 내 뱉은 몇몇 말과 행동을 생각하니 주워담고 싶으니 말이다.
담 번 산행에선 가급적 입을 꾹~ 다물어보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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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로 찝찝하기도 하다만,
멋진 절경에 안전 산행이니 좋구나.
게다가 산골짜기에서 아이와 통화를 온전하게 마쳐서 흡족하다.
아들아! 화요일에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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