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칠갑산 '칠갑로'

by 여.울.목 2024. 10. 28.

목재문화체험장-산장로삼거리-칠갑산정상(왕복)
11.07km | 3:03 | 3.6km/H

 

칠갑산_칠갑로.gpx
0.52MB



청양군청 안내자료에 따르면
칠갑로에 해당하는 코스다.
오르는데 2시간, 내려서는데 1시간 10정도 걸린다고 한다.

*사진출처 - 청양군청 홈페이지



산행 난이도는 중급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산장로를 만나 정상 직전까지 거의 평탄한 길을 걷기 때문에걸을수록 쉬워지는 코스로 소제목을 잡은 것 같다.
초반 가파른 나무계단만 오르면 평탄한 길이 계속되며 가볍게 산행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사진출처 - 청양군청 홈페이지

 

농부밥상이라는 식당을 가끔 찾는다.
밥 먹고 나설 때마다 보이는 산행 이정목이 자꾸 나를 유혹했다.


나무계단만 오르면 가볍게 산행할 수 있다는 안내와 달리,
산행 내내 불편하고 힘들었다.
거칠거나 가파르지 않지만, 사람들 자주 찾지 않아 위아래 가리지 않는 거미줄에 스산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 중급은 맞는 것 같은데 편안함을 주는 코스는 아니다.
다시 찾고 싶은 매력을 지니지 못한 경로다. 다시 찾지 않으련다. 이 코스 ㅠ ㅜ

 

무엇보다, 오후부터 산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맘이 바빴다.
해가 점점 짧아지니 맘이 급해진다.
거의 쉼 없이 걸었다.
칠갑산 정상까지 숨돌릴 조망점도 없다.
걷는 내내 거미줄이 안면에 달라붙어 불쾌감을 증폭시킨다.
며칠 전 거센 바람에 떨어진 참나무잎은 길의 흔적을 지우려 애쓰다 못해 스산함을 더한다.
군데군데 멧돼지 흔적에 쫄보 가슴은 콩닥콩닥~

그래도 이 코스의 장점이라면 200m마다 있는 국가지점번호 이정표다.
걸어온 거리와 남은 거리를 표시해 거리를 가늠하게 해준다.
중간중간, 이놈의 코스 포기할까 몇 번을 고민했다.
아님 산장로로 하산해 택시를 타고

 

산장로삼거리, 이거이 뭔 아스팔트 길 같더구나.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꽤 눈에 띈다.
평탄한 길에서 여유를 가졌으면 좋으련만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면 안 된다.
쉼 없이 꾸역꾸역 기를 써 정상에 오른다.
이미 피크를 찍은 가을볕은 그림자를 길게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감흥을 배낭에 집어넣고 하산시작.

내려서는 길도 왜 이리 지루하다냐.
길게 늘어진 나무 그림자가 금새라도 숲을 깜깜하게 만들 것 같은 느낌이다.
200m마다 늘어선 이정표 - 거리를 한땀 한땀 줄여가며 혼자 싸움을 한다.

다행히 문명? 속으로 돌아와 한숨 돌린다.
이놈의 시끄러운 세상 보기 싫기도 하건만 그리도 악착같이 다시 찾아온다. ㅎㅎ

대충 거미줄과 땀자국을 걷어내고 차 안에서 남은 여유를 찾는다.
예상치 못한 행복이 차 안에 맴돌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 무릎 아프지 않은 걸 보니 중급 코스는 맞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