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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운장산

by 여.울.목 2024. 12. 27.

운장산
2024.12.26.(목)
7.43km  |  3:12  |  2.3km/H
내처사동주차장-동봉-운장대-서봉-독자동-내처사동(원점)
 

2024-12-26_운장산.gpx
0.35MB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한다.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낼 수 없다.
 
휴가를 냈지만 퐁당퐁당 쉴 수밖에 없다.
아직 남아 있는 미력한 책임감 때문같다.
 
아이 아침 등굣길을 맡았다.
그래야 움직일 것 같다.
월요일 같은 목요일이다.
“아빤 오늘 같은 날 월요일 책으로 가방을 채워 낭패를 보곤했는데.”
“엥? 아빠 저흰 책, 사물함에 놓고 다녀서 그럴 일 없어요.”
아--- 그렇구나.
 
아이와 인사를 하고도 방향을 잡지 못했다.
계룡산? 칠보산?
고민할 것도 없는데, 운장산으로 간다. 시간 나면 완주에 있는 친구 얼굴도 볼겸.
 
멀다.
네비가 고속도로에서 국도/지방도로 경로를 변경하더니
거린 짧아졌는데 시간이 질질 늘어난다.
한 번 질도 헤맨다.
 
내내 잿빛 하늘이다.
중간중간 삐쳐 나오는 햇살이 멋스럽다.
바람이 거세진다. 산죽군락이 시작됐다.
산죽을 보니 예전 산악회 산행 생각이 난다.
오르고 올라도 계속되던 산죽길에 끊이지 않던 투덜거림.
춥다.
오히려 동봉에 오르니 바람이 무덤덤하다.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현수교처럼 늘어진 능선.
나도 무덤덤하게 운장대와 칠성대(서봉)를 지난다.
하산이다.
오를 때 추웠는데 내려 갈 땐 싱겁다.
열이 나 장갑까지 벗는다.
오늘따라 전화가 날 괴롭힌다.
공사 마무리 때문에 짜증 내는 전화,
날 위로하는 전화,
부조금 상의하는 전화… ㅎㅎ
내 휴가를 갉아먹는 전화.
처음 나 혼자 운장산을 찾았던 코스로 내려온다.
길을 잃을만한 코스다.
활목재를 지나면 내내 너덜지대다.
덕분에 비슷한 지형에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이정표도 없다.
길을 잃고는 무조건 계곡을 따라 하산했었지.
오늘은 내린 눈 위로 휴일에 지난 사람들이 많아 길 잃은 염려는 없다.
폰엔 전자지도도 있다.
그 때에 비하면 여러모로 든든한 방비다.
 
어찌어찌 무미건조한 산행을 마치고, 주린 배를 안전벨트로 단단히 묶어 집으로 향한다.
이번엔 군에 간 아들 전화다. ㅋㅋ
반가운 목소리, 내 휴가를 값지게 한다.
운전 중이라 길게 통화 못하니 아쉽다.
 
유성IC를 나선다.
팟캐스, 어쩌다 대전 모 성당 – 열혈사제 신부님의 미사말씀에 웃음이 빵! 터진다.
사회 현상에 일갈을 가하시는 멋진 신부님.
웃고 났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요즘 내 몰골에 비하니 이상케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때다 싶어… 또 전화가 온다.
운장산 가면 한 번 만나보려던 친구다. 점심때를 놓쳐 그냥 왔다.
고향 오면 얼굴 보자꾸나.
 
이제,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다. 오늘따라 땀 냄새가 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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