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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신선봉-우산봉-금베봉

by 여.울.목 2018. 5. 20.

먹뱅이골-신선봉-우산봉-금배봉-공암굴

이번 산행에는 경로 저장을 못했다.
그래서 어디를 얼마나 움직였는지 기록을 자세히 남길 수가 없다.



비가 게인 덕인지 하늘도 쾌청하고 미세먼지도 거의 없는 좋은 날씨라 서울한양도성 성곽길 완주를 하려 했는데 아침 일찍 올라가는 차가 모두 매진이더군. ㅠㅠ

 

며칠 동안의 기온에 비하면 쌀쌀하다는 느낌이다. 반팔보다는 긴팔을 입어야 할 것이다.
오늘 코스는 먹뱅이골-신선봉-우산봉-금배봉-공암굴로 정했다.

버스정류장까지 걷기로 맘먹었는데 쉽지 않다. 동사무소에 차를 모셔두고는 9:30300번 버스에 올라탄다. 공주를 기점으로 하면 동학사 들어가는 박정자 삼거리를 지나서 내리면 되고, 대전을 기점으로 하면 삽재를 넘자마자 내리면 먹뱅이골로 들어서는 정류장에 내릴 수 있다.
삽재가 충남과 대전의 시도 경계라 여기든 저기든 경계를 넘으면 세 배정도의 요금을 내야만 한다.

 

정류장에서 내려서니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한다. 먹뱅이골로 들어서려면 길을 건너야 하는데 뭔 차들이 이리 쌩쌩 달리는지... 나도 자주 다니는 길이다마는 차에서 내려 보행자가 되고나니 잠시 어떻게 첫 발을 내디뎌야할지 엄두가 나질 않더군.

 

스틱을 뽑아들고, 새로 산 핸펀의 locus(로커스)앱을 실행시키고는 파란하늘에 기분 좋아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돌진한다.
갑하산은 들리지 않지만 그래도 신선봉을 제대로 오르려 그 쪽으로 갔다가 살짝 방향을 바꾸어 능선으로 접어들기로 한다. 그러려면 동남가든 앞에서 직진을 해야 한다.
어쨌거나 방향을 확인하려고 앱을 확인하는데 GPS 경로가 튀어버린 것이다. 출발지점부터 여기까지 일직선이다. 처음 산 폰이라 그럴 수도 있겠거니 다시 세팅을 했는데 여전히 직선으로 표시된다. ㅠㅠ 정말 미치겠다.
신선봉에 올라서서도 그렇고... 그런 녀석의 화면을 바라보다 신선봉에서 우산봉 쪽 능선길로 내려서는데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에 미끈. 오른쪽 팔 허물이 주~욱 긁히고 말았다.

 

포기하고 쓰린 팔을 보듬고는 이젠 포기해야겠다고 우산봉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 이런! 그래 집에 보조배터리를 놓고 왔다고 절전을 한답시고 절전모드를 가동한 것이다.
맞다. 그러니 화면을 켜고 확인하는 순간에만 녀석이 작동해서 확인하는 지점만 직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우이 씨... 폰을 바꿀 때마다 고생이다.

 

그러고는 그나마 잘 작동되는 것을 확인하고 집에 와서 기록을 확인하려는데 그동안의 내역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데이터 이동 어플로 이것까지 몽땅 복원됐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순진함. 기존 폰은 보상받는답시고 집에서 나올 때 포맷을 하고 나오고 말았당....
그래도 locus(로커스)앱에 백업기능이 따로 있어 실행을 한다.
그랬더니 오늘 기록이 몽땅 사라지고 만다.

 

정말로... 앞으로는 폰을 바꾸거나 포맷하게 되면 오늘 글을 꼭 끄집어내어 다시는 실수하지 말자.

1.locus(로커스)앱의 자료를 백업시킨다. 지도는 당연히 SD카드에 저장해서 쓰고.

2.혹시 모르니까 경로를 따로 모아둔다.

3.새 폰에서 먼저 백업복원을 하고 새로운 경로 recording을 하자.

*그리고, ‘백업하면 기존 설정까지 그대로 복원되니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절전기능 같은 것은 신중하게 생각하고-시험 작동을 해본 후에...

 

 

먹뱅이골 계곡이 활기가 넘쳐 있다.
올해 자주 내린 비로 계곡이 계곡답다. 수 년 전에 왔을 때는 이것이 계곡인지 의심스럽더니.

쪽동백나무라고 한다.
계곡 내내 이 나무를 볼 수 있는데, 녀석이 피워놓은 꽃이 참 곱기 때문에 그리 알 수 있게 되었다.
꽃 향기도 참 좋다.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어닥쳐 바닥을 꽃닢으로 수놓았다.



얼마 전까지도 사람들이 이 계곡 깊숙히까지 들어와 농사를 지었나보다.
제법 견고한 축대가 밭을 일구던 터를 아직도 지탱하고 있다.


신선봉에 처음 올랐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만 하더라도 계룡산에 feel이 꽂혀 구석구석을 다니던 때다.
그런 계룡산을 한 발 물러나 물끄러니 바라볼 수 있는 좋은 포인트가 신선봉이다.
계룡산을 이렇게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으니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 없지 않을까?



오늘은 살짝 비켜 온 갑하산



신선봉에서 우산봉으로 내려서면 정말로 쥑~이는 전망포인트가 있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우산봉쪽으로 다가갈수록 하신리가 가깝게 보이기 시작한다.



신선봉을 바로 앞에 두고 넓다란 바위로 된 전망 포인트가 있다.
거기서 바라본 신선봉



그리고, 이어져 펼쳐지는 계룡산 산줄기가 정말 아름답다.
압쪽 장군봉 임금봉을 지나 삼불봉에서 천황봉까지...
정말 운해로 가득했을 때는 용의 등짝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니까.


드디어 우산봉!
공주에서 대전을 갈 때 마티터널을 나오면 바로 앞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다.
전체적으로 산은 우산처럼 넓은 각으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데,
봉우리만은 뾰족하게 솟은 것이 멀리서 보면 우산의 꼬다리 같다.
봉우리에서 보면 그 길이 반듯하게 보인다. 그러니 터널에서 나오면 마딱드리는 봉우리가 여기 맞지.

되돌아, 지나온 봉우리를 다리 훑어본다.

올라갈 때는 힘들어서 쳐다보지 않았는데,
내려가는 길이라도 약수터를 찾아보는 여유 ㅎ
사람들이 제법 찾아 갈증을 해소하는가보다.
신선봉~우산봉 구간에 대전시에서 지형지물을 가지고 이런저런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게시를 했더군. 
억지스런 부분도 있고, 그렇듯하기도 하고 그냥 피식~ 웃음이 나온다.
여기 약수터도 갑동의 갑동이가 효성이 어쩌구~ ♬
출처가 분명치 않다. ㅋ


하산은 공암 쪽을 택했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어쩌다 금베봉을 훌쩍 지나고 말았는데, 아래 사진은 금베봉 지나기 전 전망지점에서 찍은 사진이다.
신선봉으로 향하는 줄기의 가파름을 보니 그 위세가 대단하다.



고개를 돌리면 다른 각도의 계룡산 줄기가 웃고 있다.
장군봉이 키 자랑을 하는통에 다른 부분은 이제 잘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공암굴이 있는 날머리다.



굴바위에 생긴 자연동굴이다. 그래서 이 동네 이름이 공암孔岩.
높이 4.5m 너비 4m 길이10m
가까이 가보니 제법 크다. 뭔 갱도 입구 같기도 하구.
민간 신앙의 흔적이 보이는데, 입구의 글을 읽어보니

토정이지함 선생과 함께 이소재 선행께 학문을 배운 문목공 고청 서기 선생과 관련된 장소다.
보령 출신인데 충청감사가 공주에 터를 잡기를 권하여 이곳에서 사원을 짓고 학문활동을 했다고 한다. 사원은 '충현서원'으로 사액을 받았다. 
한여름이면 더위를 피하여 이 동굴에서 제자들을 가르쳐 서고청굴이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근방이 도자기로도 유명하지만, 학문 탐구로도 유서가 깊은 곳이군.


새 폰을 사서 실제 받아보면 그 고가의 가격에 비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건 아마 내 욕심때문이겠지만...

어찌 됐든 새 폰과 관련해서, 그만 오늘 산행기록을 모두 날려버렸다.
게다가 녀석을 바라보고 걷다가 신선봉에서 미끄러져 피까지 봤다.

괜히 아들녀석에게 심통을 부리고 말았네.

미안하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맘이 잘 풀리지 않는다.

어른도 이런 때가 있다.

그런데...

너희들에게, 너희들 끼리 싸우거나 짜증낸 일이 있다거나 하면,
훈계를 한바탕 크게 하고는
바로 정색하고는 화를 풀라고 강요하는 이 아빠도 참~ 못난이다.

너희들 감정도 좀 생각해야겠다.
마음 풀러 갔다가 몸까지 상하고 온 옹졸한 애비가 글 말미에 잠깐 철들어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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