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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공주 금학생태공원 주미산2 <2시간>

by 여.울.목 2019. 7. 9.

더위가 슬금슬금 기승을 부린다.
더 거칠어지기 전에 출발하기로 한다.

가뿐하게 산행을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리 녹녹치 않은 코스였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이 코스는 하산 길로만 선택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편향된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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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고 1시간

처음 밟는 코스라 좀 헤매느라 애썼지만 그리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꽤 괜찮은 전망대()를 지나 희미한 산행로 잡고서는 작은 봉우리 정상까지 올랐다.
아무래도 성묫길이었던 것 같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Back!

 

|| 날벌레와의 전쟁

전망대 터를 만들어 놓은 곳부터 거의 완만하게 등고선을 따라 올라가는 코스가가 이어진다.
날벌레의 습격이 엄청나다.
아무래도 습기가 많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인 것 같다.
녀석들의 추격에 발걸음만 빨라진다.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팔뚝에서도 흥건하게 차오른다.

나를 먹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여기서 얼마간이라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면 요놈들에게 당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전망데크를 만들 계획이 있는지, 벌목도 했고 바닥도 평평하게 다져놓은 터에서 바라본 금학생태공원 풍경

 

|| 확증편향

드디어 산허리를 감아 돌던 코스를 지나 여러 번 하산코스로 잡았던 능선과 접한다.

바람이 잘 통한다. 기승을 부리던 녀석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간다. 정신없이 걸음을 옮겨서 그런지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 물 한 모금에 염화포도당 두 알을 삼킨다.

지도의 등고선을 가만히 바라보니 주미산 정상까지 600m, 능선에다 지난 경험까지 덧셈질 해서 만만하게 여겨진다.

객관적으로는 날벌레를 피한다고 정신없이 달음질을 한 여파일 것 같다.
아무튼 내리막으로만 지나던 코스를 거꾸로 오른다.
그리 만만치는 않더군... 간단하게 마치려던 산행인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오던 길은 숲에 가려 이리 뜨거운 날인지 몰랐다.
뙤약볕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는 주미산 정상부의 고요는 요동치는 몸뚱이와 달리 마음을 고요하게 달래준다.

 

|| 하산

이제 내려선다.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10여 년 전 헌혈을 하고 남은 시간 화전민터를 지나 공주대간 능선길에 접어들었을 때의 감격(?)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GPS기기가 흔하지 않던 시절, 이 길이 이렇게 저렇게 이어진다는 신기함.
그 때 오늘 오른 이 길로 내리막길을 잡았는데 그 땐 길이 정비되지 않아서 길을 잃고 헤맸던 기억.

기억은 이미 추억으로 포장되었다.

산행으로 쿵쾅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면서 잔잔하다 못해 찬란하게 빛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지나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가뿐한 마음으로 산행을 한다면... 가족과 함께하기에도,

휴양마을 주차장을 원점회귀로 하는 산행이 딱 적당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