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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계룡산 단풍은 아직, 삼불봉~관음봉

by 여.울.목 2021. 10. 16.

2021.10.16.(토)
계룡산, 갑사-삼불봉-관음봉-연천봉고개-갑사
4:11, 11km, 2.5km/h

아직은 초록의 힘이 세다.

어디든 가야 할 것 같다.
그 어디가 어딘지 아침인데도 고민이다.

속리산 법주사에 지갑을 털리는 기분을 느껴서 그런
주차료 3,000원과 입장료 3,000원이 세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ㅎ

아침까지 비가 온 덕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갑사~신흥암까지 임도를 따라 걸어서 그런지 신흥암 앞 벤치에서야 한 사람을 만난다.
걸음에 지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내 사진 찍는 소리에 덩달아 풍경을 담는다.

가을장마?
맞나보다. 신흥암~금잔디고개까지 오르내리메 물소리를 들어 본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오늘은 폭포수가 보인다.
물이 저렇게 떨어지는 건 처음이다.
금잔디고개에 다다르자 군데군데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소모된 열량을 채우려 간식을 입에 무는 동안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춥다.

역시 인기 만점인 상원암 남매탑 코스.
썰렁하기만 한 갑사 쪽과는 달리 젊은이 나이든 이 섞여 꽤 많은 사람들이 기를 쓰며 오른다.
바위돌로 울퉁불퉁한 삼불봉은 인증샷을 지르려는 사람들로 기웃뚱거린다.

성질 급한 활엽수 몇몇이 노랗게 물들어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아직은 초록의 힘이 세다.
하늘이 여전히 찌뿌등해서 그런지 자연선릉을 걷는 재미도 별로다.

새로 산 등산화가 아직 발에 맞지 않는지 따로 논다.
발걸음마저 조심거리다보니 재미는 별로다.
헐떡거리며 관음봉 철계단을 오르니 여긴 더 가관이다.
사진을 찍는다며 길게 줄을 서 있다.
세 봉우리가 어우러진 문필봉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참 멋지다.
달려들고 싶다만, 오늘은 참으련다.
여기저기 스며들지 않고 남아있는 빗물이 겁난다.

연천봉고개에 다다르니 잠잠했던 바람이 매섭게 불어댄다.
한 숨을 돌리려했는데 체온이 내려갈까 하산을 재촉한다.
어쩐일인지 갑사에서 연천봉고개를 향해 오르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참말로 무미건조한 코스인데...
언제나 하산길로 삼아서 그런지 情도 들지 않는다.
촘촘한 등고선이 간격을 넓힐 즈음에서야 내 맘에 든다.

밤새 내린 비로 계곡이 계곡 같다.

하산은 철탑길로 정했다.
대적전 석탑을 지나 계단을 내려서며 뒤돌아 본 풍경.
언제나 정겹다.
단풍 짙게 물든 날이 생각난다.

잠시라도 따가운 가을 햇살을 기대했는데 허락치 않는다.

집으로~
시간을 보니 저녁 외출 전 한두시간 잠을 청할 시간은 될 것 같다.

내린 비로 세상은 아직도 촉촉한데,
산행은 무미건조한 것 같다.
왜 그런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2021-10-16_갑사_자연선릉.gpx
1.08MB

 

 

갑사의 전각(?) 사이로 보이는 문필봉과 연천봉, 아직 짙은 초록이다. 올해는 단풍이 늦다.
신흥암, 수정봉으로 가는 길의 암릉이 스릴있게 멋지다.
내가 이곳에서 폭포를 볼줄이야(신흥암~금잔디고개 중간), 사진 각도 땜시 눕혀져 보인다.
삼불봉에서 자연선릉을 향해
금방 지나온 삼불봉
도교적인 느낌이 물씬... 연천봉가 경천저수지가 잘 어울린다.
눈으로 보면 작은 바위 봉우리들이 참~ 인상적인데, 시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된다. 멋진 선릉이다.
선릉에서 동학사 골짜기
이제 조금씩 가까워지는 천황봉
관음봉에서 삼불봉과 지나온 능선을 바라본다.
관음봉에서 문필봉, 아기자기해 보인다만 거친구간이다.
관음봉에서 천황봉과 연천봉 사이 깊은 계곡으로 빨려즐어갈 것 같은 기분이다.
하산길, 대적암은 쉼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