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속리산, 신선대-비로봉-천왕봉_2013.02.16.

by 여.울.목 2014. 9. 2.

속리산 천왕봉

 

 

 

어쩐 일이냐? 나도 9시 출발에 5분 넉넉하게 도착을 했건만, 내가 약속장소에 오자마자 승차를 하더니 차는 출발한다. 평상선생이 정시에 온 날 갈군다. 어라? 다 온 거야? 출발시간은 정각 9... 뭔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주차장-법주사-세심정-신선대-입석대-비로봉-천왕봉-세심정-법주사-주차장 원점회귀

 

map.jpg

 

 

sanjoa 2월 산행은 속리산 천왕봉코스다.

 

임유정 회원님이 춘삼월이면 인사교류로 고향으로 향하는지라 sanjoa와 함께하는 마지막 산행이었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는지 총무님이 택한 코스는 속된말 섞어 빡센길이었다. 거리 16.7km, 7시간 19분을 산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 부안이 아닌 임씨’, 아쉬움은 남지 않았으리라... ㅠ ㅠ

 

sat.jpg

 

 

 

천왕봉 가는 길은 문장대를 거치는 길이 정석인데, 이분들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여볼 양 법주사를 모양 뾰족한 부분으로 볼 때, 하트를 반으로 잘라 경업대-신선대-입석대-비로봉을 지나 천왕봉을 가려한 것이다.

 

문장대에서 신선대까지는 1.1km 30분 거리다. 거리는 조금 줄였는지 모르겠지만 난이도로 치면, 이 분들이 택하신 코스가 문장대와 비교해 상급자 구간이 5배 이상은 되니 시간과 체력소모는 몇 배 이상이었을 거다.

 

그리니 정통 코스인 문장대~천왕봉 코스로 도는 것이 체력 안배에 더 나을 것 같아서 건의했건만 구라치지 말라는 말과 몸짓으로 날 경계한다.

 

 

 

3월 한라산 산행. 스파르타!

 

무릎이 아파 몇 개월 동안 겸손한 산행질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를 할 수 있는 깨달음의 시간을 갖게 된바, 3월 한라산 산행이 하의실종 패션처럼 아찔한 일정이기에 그 틈바구니에 여유 공간 좀 만들자는 내 제안. 운영진의 대답은 스파르타! 자세한 내용은 세부일정을 보고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그려보시라. 관광이 아녀, 등산가는 겨~.

 

 

 

속리산에 石門3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세심정까지 2.8km(왕복 약 6km)를 걸었다. 내 발바닥이 지겨워 할 정도의 고도차이가 거의 없는 포장길이다. 탐방로가 본격 시작되는 세심정을 지나 금강골 휴게소까지 대열을 엉클지 않고 따라온 사람들, 휴게소 주인댁의 막걸리 개시 협박에 못 이겨 자리를 옮길 때까지 지금껏 오를만한 이 코스 초이스에 칭찬을 내 구라?’엔 경멸을 보내는 것이다.

1.jpg

 

<금강골 휴게소>

 

 

 

! 금강골을 지나 얼마를 더 가니 본격 수직이동 시작. 너무 무리하면 혹시나 하산 무릎통증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걱정이 더해져 오늘따라 무거운 내 몸뚱이.

 

2-1.jpg

 

<사진으로 보기엔 그저그래도 기울기가 장난이 아닌, 가장 힘든 구간이었던 것 같다>

 

 

 

경업대에서 맞이한 속리산 기암괴석 풍경에 고단함을 녹이고, 이제 능선길만 남았다는 안도도 잠시. 점심식사 후 계속되는 수직이동에 점심 먹은 것 반은 날아간 것 같다. 이제 능선이다. 내내 이어지는 기암괴석의 향연. 힘센 누군가가 일부러 저렇게 예쁘게도 세워놓았나 보다.

 

2-2.jpg

 

<경업대에서 본 입석대 풍경>

 

3.jpg

 

<신선대>

 

 

 

속리산에 석문이 3개나 있는데 하나는 법주사 뒤편 옛 등산로길에 있고, 두 개는 우리가 지나는 코스에 있는데, 비로봉을 지나 천왕봉을 향하는 길목에 두 번째고, 마지막은 천왕봉을 찍고 법주사로 내려가는 길에 제일 큰 문이 있다. 이 산동네를 꾸리고 있는 암석 성질이 다양한 기암괴석을 만들 만한 재질인가 보다. 다른 사람들은 보았는지 모르지만, 천왕봉 길목의 석문을 지나 서 있는 커다란 바위덩어리는 살색에 생김새는 뒤돌아 서있는 것 사람의 모습이더라.

 

4.jpg

 

<비로봉 근처 산죽 군락지, 봄에 오면 더 좋을듯>

 

 

 

천왕봉 근처는 1천 고지라 그런지 양지바른 곳이라도 녹기는 겉 부분, 속은 여전히 눈이 그대로다. 등산로는 사람이 다니며 다져졌지만 다른 곳은 스틱을 잘못 찔러 넣으니 쑤욱~ 들어가는 것이 50cm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천왕봉은 우리 산행코스 상으로 일부러 오르막을 기껏 올라가야 한다. 푸석푸석한 눈길에 지친 근육에 마지막 힘을 보태야 한다. 천왕봉에 서니 저쪽 어찌 위험천만하게 쌓여있는지 문장대가 금방 넘어갈 것처럼 가냘프게 서 있다. 길게 늘어선 능선에 선 암석은 긴 모양의 레고블록을 땅속에 꽂아 길게 늘어놓은 것이 넘어지다 만 도미노놀이판이다. 천왕봉은 삼거리다. 법주사 뒤편 묘봉부터 문장대를 지나는 백두대간이 예서 잠시 쉬었다가 형제봉을 거쳐 삼도봉(민주지산)으로 이어지고 샛길 산맥으로 구병산도 만난다. 남서쪽으로는 한남금북정맥이 갈라져 나간다.

 

5.jpg

 

<천왕봉 가는 길에 있다고, '천왕석문'이란다>

 

 

 

땀을 식히고 인증샷 찍고 내려가려니 기다려~”라는 낯익은 소리. 平床선생이 頂上선생으로 또 다시 변신. “남자가 가빠가 있지, 난 그냥 하산할 거유.”라던 당신. 이제보니 진정한 구라쟁이요.

 

6.jpg

 

 

<비로봉에서 본 천왕봉, 천왕봉만큼은 육산 같다> 

 

7.JPG

 

<천왕봉에서 바라본 묘봉→문장대→신선대→입석대→비로봉>

 

 

 

 

<부안 아닌 임씨님이 가신다는 경북 땅, 상주쪽으로 산이 쉴 줄 모르고 이어지네...>

 

 

 

좀 늦으시는 분들 기다리며 법주사 경내를 둘러보고, 따듯한 어묵 국물을 마시니 날은 다시 추워지는데도 살 것 같다. 칼로리 소비가 많았는지 여성회원님들 기름덩어리 핫도그를 맛나게 드신다. 내가 정한 코스도 아닌데, 평상선행은 이번 산행의 거리를 확인하고는 몽뚱이 고단한 탓을 내게 덮어씌우려 한다. 그러지 마라, 오른쪽 어금니 씌우려니 속 쓰린데 평상 당신까지...

 

마지막 산행이라는 부안이 아닌 임씨회원님과 두 여성회원님들의 준족이 돋보이는 산행이었습니다. 집에서 산삼이라도 삶아 드시나봐요.

 

9.JPG

 

<정상 인증샷!>

 

 

 

개인적으로는 지난 소백산 하산길에 도진 무릎 통증에 겸손해도 너~무 겸손해야만 했던 내게, 설날 기념 계룡산 자연선릉, 이번 속리산 천왕봉, 연타석 무통증 하산!!!

 

재활 프로그램 성공? 조금 더 겸손하자. 지루하도록...

 

10.jpg

  

 

<법주사와 파란 하늘이 잘 어울린다>

 

 

 

뒤풀이

 

술 마실 사람들은 마시고, 싫은 사람은 방울소주 - 술 땡기면 소주잔에 맥주 한잔. 반 강제적으로 적극 권하길 바란 건 아니셨죠? 그렇게 다들 자율음주, 적당한 시간에 귀가하니 집에서도 반기네.

 

 

 

부안 아닌 임씨님 짐 잘 싸시고 행복하게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