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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설악산, 한계령-끝청-중청-대청-소청-천불계곡(2)_2014.0913.

by 여.울.목 2014. 10. 4.

설악산

 

지난 가을 갔던 똑같은 코스를 친구가 있는 산악회에서 간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산이 설악산이란다.

안 갈래야 안 갈수가 없지 .

게다가 무박2일은 처음이다.



 

첫번째 설악산 방문기 http://yyh911.tistory.com/94


처음 이용하는 산악회 버스.

등산화 말고도 버스 안에서 편안 신발을 준비한 프로정신과 이런저런 장비와 옷매무새를 보면서 내가 괜한 곳을 따라 나섰는지 은근슬쩍 걱정이 피어오른다.

 

길고도 긴 무박의 관광버스, 몸이 뒤틀린다. 잠도 오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산행은 가능할지 모르것다.

감기 기운이 몸을 무겁게 내리누르는데도 잠은 외면을 한다.


 

새벽 3

휴게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oruxmapsGPS를 설정하느라 일행의 끄트머리에서 출발했다. 일행의 차 안 포스를 생각하니 자꾸만 쳐질 것 같다는 생각에 열심히 두 발을 번갈아 디뎌본다.

! 그런데 일행을 하나 둘씩 떼어 놓아도 앞에 또 일행이 있는 것이여. 대체 선두는 누구냐? 나중에 안 사실인데 한계령은 우리 일행 말고도 몇 대의 버스가 사람들이 실어 내린 것이다.

 

후배

어느덧 능선을 만나고 지나 내리막을 걸을 즈음 사뿐사뿐 걸어오는 후배를 만난다. 이 후배 체력이 장난이 아니네. 귀떼기청 분기점이자 한계령갈림길까지 다시 오르막을 오르고 난 뒤로 우연히 청주 모 산악회 남녀 한 쌍을 만나 엎치락뒤치락 하는데 산행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붙임성 좋은 후배가 이런저런 말을 건네니 말하는 태만 보아도 산행내공이 상당한 수준이다.

삼거리를 지나서부터는 능선이지만 탐방로 노면이 거칠기가 이루 말할 바가 아니다. 낮에 지날 때도 혹시나 발을 잘못디딜까 조심조심했는데 야간산행이다. 이럴 바에야 고수들의 뒤를 따르자는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우린 졸졸 그들의 뒤를 따르며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는다.


<깜깜한 밤~ 그저 보이는 것은 휘엉청 밝은 저 달 뿐...>


끝청

끝청이 가까워졌는지 가파름이 거세질 쯤 어느덧 동쪽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끝청에서 일출을 보고 싶은 마음이 통했는지 네 명 모두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끝청 바위 끄트머리에 올라섰지만 갑자기 밀려드는 짙은 구름 때문에 해돋이는 싱겁게 물 건너간다. 끝청에서 친구라도 만나서 같이 가고 싶지만 갑자기 스며드는 한기寒氣에 재킷을 꺼내 입고는 서둘러 인원점검 지점인 중청으로 향한다.

 

<아침해가 떠오르련지 붉게 아침놀을 짓고 있지만, 자꾸 구름이 끼를 부린다>

중청

중청은 이미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이미 점령한지 오래인 것 같다.

10여분 후 기다리던 친구가 합류한다. 중청에서 인원점검을 한다는 선배의 명을 어길 수 없기에 대피소에서 기다린 시간이... 아쉽지만 고수들과도 good bye



그 기다림 중에 감기 기운과 피로 때문인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칼로리를 보충하려 이것저것 주어먹고 추위를 피해 대피소지하에서 땀을 천천히 말린다. 이렇게 어언 1시간이 되어서야 나머지 일행의 선두가 보인다.

이미 날은 밝았는데 마침 내리는 빗줄기가 북적대는 대피소의 사람들 발목을 잡는다.

내리는 비를 보며 이렇게 추적추적하게 이번 산행을 마쳐야 하나 푸념 중인데, 이 웬 조화론가? 비가 멈추더니 대청봉이 눈에 들어온다.

일행 대부분이 모였지만 후미가 너무도 떨어져 있기에 그냥 있는 사람들끼리 대청으로 향한다.

<이런 친절까지 베푸는 중청 대피소~>

<변덕스럼... 비가 어느새 그치고 맑은 하늘이 보인다>

대청

지난 가을 거센 바람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 옷깃을 꽁꽁 여몄거늘 이건 또 무슨 조화론가? 바람도 잠잠하고 걸음에 더워 겉옷을 벗어 던진다. 정말 좋구나~ 더군다나 이른 아침 시간에다 단풍 비수기라 대청봉이 한가로운 편이다. 인증샷 제대로 찍는다.

중청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 산 아래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걷어낸 안개 사이로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이야~” 다들 탄성을 지르며 사진으로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 이 맛에 오는 것이지.

 



다시 중청

본격적인 점심 전을 펼치고 있자니 마지막 후미그룹이 도착한다. 대형 산악회의 단점은 기다림이구나. 이 산악회 가입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는 소청을 지나 회운각 대피소로 향하는데, 등반대장 선배님께서 내 얼굴을 기억하신다. 초등학교까지 선배시네~ 큰형과 동창 이시구... 에궁~ 걍 나와 봤는데 얼떨결에 이 산악회에 발 담고 만 것 같구나.


통증

회운각이 보이는 계단부터 왼쪽 무릎이 조금씩 소리를 지르더니, 회운각대피소를 지나 천불동계곡에 들어서니 예전 그 통증이 시작된다. 월악산. 그 때부터 시작된 통증, 주왕산에서도 내려오는 계곡 길에서, 내연산 내려오는 계곡 길에서... 그 통증 생각하기도 싫다.

자꾸 그 때가 재현될 것 같아서 배낭에서 접착압박붕대를 꺼내 왼쪽 무릎에 붙이고, 친구에게서 아스피린을 얻어 복용한다. 아무래도 통증이 심해지면 오른쪽에 힘이 쏠릴 것이고 근육이 뭉칠 수도 있기에 미리 약을 먹기로 했다.

이 통증 안 당해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리 거칠지도 않은 계곡 하산길인데 유독 내리막에서 고통을 준다. 예상대로 점점 심해진다. 스틱에 체중을 실어 쏟아지는 체중을 분산시키려 양쪽 팔에 힘을 주고 어쩌다보니 땀으로 몸이 흠뻑 이다.

자주 쉬었으면 좋으련만 일행의 이동에 장애물이 될까 걱정에 친구를 열심히 쫒는다. 그래도 끝까지 함께 해준 종탁아! 고맙다.

 

<달팽이가 열심히 산으로 오르는 것 같다 ㅋ>



<겁 없는 다람쥐, 잣 욕심에 내가 겁을 주어도 도망가질 않는다>


지난해 단풍이 점령한 비선대와 와선대의 절경을 제대로 느끼며 내려왔는데 이놈의 통증이 내 모든 감각을 점령해버렸다.


지난해 단풍시즌 설악산 http://yyh911.tistory.com/94

 

~ 그렇게 쉼을 아껴가며 어렵게 열심히 내려왔는데, 약속장소엔 일행이 얼마 없는 것이여.

이럴 줄 알았으면, 자주 쉬면서 내려올 것을...

나머지 일행이 오기까지 또 1시간여의 시간이 지난다. 통증도 기다림과 약간의 음주 속에 파묻히고,

병원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20일이 지나가는데 못 가봤네. 대체 뭐가 내 일상을 이렇게 지배하고 있는거냐?

다음 주엔 꼭 병원 한 번 가봄세.

 

암튼. 친구 말대로 기다림은 길었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이었다.

온 만큼 또 기나긴 시간을 버스 안에서 몸을 비비 꼬아댔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