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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북한산, 숨은벽 능선

by 여.울.목 2014. 10. 11.

새벽밥을 먹고 버스에 오른다.
아침 6시 출발이라 많이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30명이 넘게 버스에 몸을 싣는다.

스마트폰에 쓸 지도를 만들다보니 숨은벽 코스가 최근에야 휴식년에서 해제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마땅한 지도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효자동-숨은벽능선-백운대-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7.09km

10.11 08:39 ~ 13:23 (4:43)


지난 설악산 산행과 달리 우리 행렬이 금새 흐트러지지 않는다. 얼마간의 숲길을 지나고 암릉길이 시작되면서부터 탁트인 경치가 발길을 절로 멈추게 한다.

멀리 보이는 고양시가지

숨은벽 능선이 시작되기 전 단풍 터널을 지난다.

햇살이 부서진다는 표현... 사진에 담아보고 싶었는데 쉽지 않네

해골바위,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걸어온 숨은벽 능선을 바라보며 숨고르기를 한다.


힘든 구간인데도 멋진 풍경과 시원한 바람 덕에 숨은벽 능선의 숨은 매력을 한껏 즐기다보니
어느덧 내리막길과 마주한다.


U자 형으로 다시 내려갔다 올라야 하는 코스다.
초반부터 백운대가 보이자 이 코스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했던 일행들의 그 꼬리가 예서부터 점점 길어진다. ㅋ
거칠게 오르고 내리는 등산길마다 이 철에만 볼 수 있는 단풍터널로 몸과 맘의 땀을 씼겨주니 밤새 이런저런 고민으로 뒤척였던 몸뜽아리가 한결 가뿐하다.
이제 백운대가 코앞인데... 인수봉을 피해 다시 고갯길에서 내려서야 한다. 올라야 하는데 또 내려서니 길이 맞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을만 하다.


인수봉에서 암벽등반 실습을 하려는 학생무리를 지나 다시 오르기를 500여 미터. 눈에 익은 백운대 등산로가 보인다.
주말이라 백운대 향하는 길이 정체될까 우려 했는데 일찍 시작한 산행 덕에 인증샷까지 말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
참~ 운이 좋다. 함께한 친구는 열 번째만에 백은대가 허락을 했다는데,
난 세 번 모두 절경과 함께 할 수 있네.
세상을 살다 보면 더군다나 나이를 먹을수록 내 힘과 노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많아진다. 좀 어렵고 잘 안 플릴 때마다 이렇게 난 운이 좋으니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삶의 터전을 일궈보자는 맘가짐으로 무장을 해 본다.

^위 사진, 북한산 주능선과 칼바위 능선이 보인다.

^ 위사진, 인수봉 너머로 도봉산이 위엄을 자랑하고 있군

하늘이 참~ 파랗다.


백운대를 내려와 위문 근처에서 일행을 기다림에... 긴 기다림.
오르고 내리는 산행길이 헷갈릴만도 하지. 후미 일행이 우리보고 되돌아 오라고 한다. 입심 좋으신 선배님을 설득해서 우리가 내려갈 길을 생각하면 여기 위문 근처에서 식사 하는 것이 낫다고...
그리하여 여나무 통의 전화통화 후 우리 심터에서 점심 전을 펼친다.



점심이 한창인데
일행 중 한분이 산행 중 복숭아뼈에 금이가 119 헬기 신세를 지셨다는 연락이 온다. TV에서나 보아오던 일이 가까이에서 벌어질 줄이야~
항상 산에서는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구나.

^ 위사진, 하산길에 잠시 쉬며바라본 노적봉? 맞나...ㅎ

내려가는 길은 가파름이 심하다. 백운대를 오를 수 있는 가장 짧은 코스라는 유혹에 이 길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마다 몸과 맘이 따로 노는 기이한 표정을 보인다. 힘! 내시오~

다행히 내 무릎이 의리를 지킨다.

버스 안은 저마다의 땀냄새로 향기가 가득하다.

이 철과 어우러진 북한산이 주는 값진 모습을 맘 속에 담고 돌아온다.
보약과도 같은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