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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여행 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한 마이산

by 여.울.목 2015. 12. 27.

 

그러니까
이야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 엄마와 결혼하고 첫 아이를 몸 안에 갖게 되었을 때 마이산으로 드라이브를 다녀 온 기억이 난다. 기억으로는 한창 더운 여름의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도 여름인데도 마이산 관광개발을 위해 조성한 부지에 흩뿌린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너무나 예쁘게 피어 있어 삼각대를 세우고 함께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어정쩡한 금액의 입장료를 내고, 어정쩡한 입구를 조금 걸어올라 마이산에서 나오는 샘물을 마시면 남자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나보다는 집사람이 더 열심히 낑낑대며 올랐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우리 큰 아이가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는 것이지.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정말로 쫑끗 솟은 말의 귀 모양의 산이 나타난다.

잠에 취해 있는 아이를 깨워 차창 밖을 보라고 채근한다. 


얼마간을 걸었던 기억뿐이다. 아무래도 남문 쪽으로 해서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오늘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온 곳은 북문 쪽이다.

아무튼 차에서 내려 그냥 탑사에 들러 오랜 풍파에도 거뜬히 이겨내고 있는 탑을 둘러보며 아이에게 지질이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슬슬 둘러볼 요량이었다.

헌데 큰 녀석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산으로 나 있는 계단을 보더니 산길을 걷자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그렇게 하렴.

늦은 아침을 자시고, 한 시간 하고도 30분을 달려오니 시간은 벌써 점심시간대다. 그래서 주차장 인근 산기슭 즈음에 자리한 식당에서 비빔밥이나 한 그릇씩 먹고 가기로 했다.

어느 식당을 갈지 갈팡대는 모습을 놓치지 않은 아저씨의 호객행위(?)를 따라 식당에 들어선다. 우리 말고도 한 테이블에 전이 펼쳐져 있다.

잠깐 화장실에 들렀는데 그리 깔끔하지 않더군. 그러려니 하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주인장과 다른 손님 간에 나누는 이야기가 마이산 북부지역이 내년에 개발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식당건물도 죄다 군청에 수용이 되어 수선할 수가 없다네. 오기 전에 인터넷을 둘러보니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하더니 대대적으로 개발사업을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1~2년 후면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란다.

산채비빔밥이라 잘 먹지 못할 것 같았는데, 부실한 아침 때문인지 아이들이 아주 맛나게 그릇을 비워낸다.

2015-12-25_마이산.gpx



 


가벼운 관광으로만 생각했는데,

큰 아이가 비탈길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고 으름짱 같은 선언을 한다.

산행 안내문을 보니 대간한 산행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계단을 통해 올라간 산행길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녀석들에게 본떼를 보여준다.

아~ 그런데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어느정도만 등고선을 거슬러 올라가면,

평평한 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거기부터는 등고선을 따라가면 되는 길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이산의 모습

왼쪽이 숫마이봉, 오른쪽이 암마이봉...
마이산은 국가지정 명승 제12호로 지정되어 있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경계에 넓게 펼쳐져 있는 말의 귀 모양으로 새긴 두 봉우리로, 암수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유일한 부부봉이라고 한다. 프랑스 미슐랭그린가이드에서 별 3개의 만점을 받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고 돛대봉, 여름에 수목이 울창하면 용의 뿔처럼 보여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 같다고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보인다고 문필봉이라고 불린다.

 

전망대에서 그냥 큰 길따라 가면되는데, 등산 좀 한답시고 울 가족을 산길로 끌고 들어섰다.
결국 전동자동차가 지나는 임도로 이어지지만 걸어서 빙~ 돌아가야 할 길을 많이 단축은 했다. ㅎ


숲길을 빠져나와 임도를 따라 조금만 고생해서 오르면, 숫마이봉 기슭에 다다른다.
이제 길은 북문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져 오르는 계단길과 만난다.
계단을 따라 10여미터를 걸어가면 양 봉우리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그런데, 암마이봉은 겨울철 등산로 결빙으로 인해 입산통제!

핑~ 몸을 돌려 샘물을 받아 마셨던 숫마이봉으로 향하지만 역시... 겨울철 결빙으로 문을 굳게 닫아놓았다.

저 쪽에서 몰래 울타리를 넘어 올라간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만,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에 어른들의 창피한 모습을 들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단호하게 발걸음을 돌린다.


마이산은 역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백악기 때 단층이 밀리고 당겨지는 사이에 호수로 많은 돌덩어리들이 떨어져 수천킬로미터의 흙의 무게로 압력을 받아 퇴적되고, 또 다른 지각활동으로 위로 솟아올라 다른 퇴적물들은 벗겨지고, 이렇게 거대한 역암봉우리만 남았다고 한다.

 


마이산 타포니지형
북쪽에서 오를 때는 안 보이던 움푹 파인... 마치 폭격을 맞은 것 같은 모양이 눈에 띄인다. 이 크고 작은 굴을 타포니 지형이라고 한댄다.
풍화작용은 보통 바위 표면에서 시작되지만 마이산의 타포니 지형은 바위 내부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내부가 팽창되면서 밖에 있는 바위를 표면으로 밀어냄으로써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엣 타포니 지형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이제 고개를 너머 은수사에서 탑사로 가길에서 바라보니
왼쪽이 암마이봉 오른쪽이 숫마이봉...

 


마이산 석탑은 1885년에 입산한 이갑룡 처사가 30여년동안 쌓아 올린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신비롭게 이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주변의 천연석으로 쌓아졌지만 천지탑 등 주요 탑은 전국 팔도 명산에서 가져온 돌이 한 두개씩 들어가 있다고 한다.

심한 바람에도 약간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참으로 신비스러운 일이다.

탑사와 은수사 주변지역에서 일어나는 역 고드름 현상 또한 신비함을 더한다. 겨울철에 물을 그릇에 담아놓으면 물이 하늘을 향해 자라면서 기둥이 되어 얼게 된다는데, 아직까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설명이 안된다고 한다.

북문에서 은수사를 거치는데까지는 참 좋았는데,
은수사에서 탑사로 가는 길에는 초소를 차려놓고는 어른 1인당 3,000원씩의 입장료를 받고 있더군.
어찌나 아깝던지...
꼭 그 옛날 다리 위에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통행세 받듯이 ㅎㅎ

 

 

 

 

 

북문주차장으로 되돌아 길은 오르막을 다시 올라야 하는데 아이들이 잘 견뎌준다.
암마이 숫마이 골짜기를 지나, 내려가는 길은 계단을 이용했다.
내려서는 걸음마다 직접 느껴보니 왜 계단으로 올라오는 사람들 얼굴이 사색이 되었는지 알만하다.
조금 멀더라도 등산로를 따라 휘~ 돌아서 오른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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