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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울릉도 성인봉 산행이야기

by 여.울.목 2018. 4. 19.

울릉도 성인봉 산행이야기
8.7km | 3:38
KBS중계소-팔각정-바람등대-성인봉-나리분지



울릉도&독도 산행기는 아랫글 참조
http://yyh911.tistory.com/394

2018-04-15_07-37-56울릉도_성인봉.gpx



그래도 일찍 자서 그런지 아침 날씨만큼이나 컨디션은 좋은 것 같다
. 




오징어 내장탕에 백반으로 칼로리를 채운다.
▼아침 식사 장소에서 바라본 도동항. 참 복잡하다.

관광팀과 산행팀으로 나뉘어 움직이다 나리분지에서 만나기로 한다.

포털사이트 로드뷰가 성인봉까지 제공된다. 그만큼 난코스는 아니라는 것이고, 화산지형의 특성상 아예 절벽 같은 난코스는 개방도 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탄 버스가 중형버스라 큰 길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KBS중계소 갈림길까지 생각지도 않은 걸음을 더 했다. 포장길 끝까지 SUV택시도 오간다. 꽤 많은 사람들이 택시로 편하게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 입구에 다다르자 도동항과 함께 바다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숲길에 들어서니 사람들 사는 동네에서 볼 수 없던 동백나무가 눈에 띤다. 그리 쉬운 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한 오르막도 아니다. 힘든 구간은 자로 여유 있게 늘어져 있다. 그래도 오르막인지라 우리 일행의 행렬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이것저것 챙기느라 늦게 출발한 내가 어쩌다 선두에 서게 되었다. 아침 컨디션과 달리 발걸음이 상큼하지 않다. 다른 일행을 따라잡았는데 추월하고픈 생각이 없다. 페이스를 조절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숲 사이로 말잔등이 보인다. 구름이 살짝 얹혀 있다. 공군의 레이더 시설이 있는 것 같더군.

450고지 정도를 넘겼나? 능선구간으로 올라서자 숲은 단일 수종으로 바뀐다. 흰회색의 나무가 인상적이다. 나중에 찾아보고 안 것인데 나무 이름이 너도밤나무.

전 세계를 통틀어 울릉도에만 있다는 특산수종.

울릉도의 울릉(鬱陵)이 숲이 무성한 언덕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섬이 화산체로 평지는 거의 없고 해안은 대부분 절벽이다. 하와이 같은 대양 섬에 비해 지질학적 역사가 짧기 때문에 진화생물학 연구대상지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650여 분류 중 특산식물이 5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너도밤나무는 서양에서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나무라고 한다.

울릉도 전설에 따르면, 울릉도 개척민이 살던 태하령에 신령이 나타나 밤나무 100그루를 심으라고 했는데 실제 다 심었는지 확인해보니 99그루, 산신령이 화가나 벌을 주려하는데 옆에 있던 나무 하나가 나도 밤나무요해서 마을 사람들이 위기를 넘겼다네. 그 후 밤나무를 정성들여 키웠지만 모두 죽고 너도밤나무만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네.



 

어제 내린 비로 얼었던 땅이 진흙투성이다. 700고지 가까이부터는 골짜기에 아직 하얀 눈이 남아서 너도밤나무와 그 아래 낮게 깔린 녹색 식물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능선을 탄지 얼마 안 되었는데 길은 거친 능선을 비켜 등고선을 따라 팔각정까지 이어진다. 원래 능선을 제대로 탄다면 삼각산 정상과 관모봉을 지나야하는데 등산로 자체가 KBS중계소 쪽과 이어져 있지 않다. 거긴 그런 험한 화산지형인 것 같다. 그리고 화산체인데도 일부 봉우리를 빼고는 흙이 많은 육산이라 나무가 울창해서 바다까지 바라보는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어제보다는 훨씬 나은 날씨지만 아직도 두터운 구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아직 시야까지 좋은 편이 아니다.

▼팔각정에서 바라본 도동항과 바다

팔각정을 지나면서 다시 등고선과 직각을 이루는 길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바람등대라는 곳에서 관모봉-성인봉으로 나누어지는 능선길을 만난다. 이름값을 하는지 바람이 참 거세다.

1번 무전기가 막바지 오르막에 지쳤는지 걸음을 멈춰 선다. 지도로 거리를 가늠해보니 바로 저 위가 정상이다. 녀석,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열심히 걷는다.

성인봉 봉우리는 마치 여인의 가슴부분 그곳처럼 단이라도 쌓아 놓은 듯 볼록 튀어나 있다. 봉수대 같은 느낌이다. 우리 앞 일행과 나리분지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겹쳐 성인봉 정상 좁은 길은 병목현상을 보이고 있다. 오르려는 사람, 내려서려는 사람 모두 얼결에 줄을 서서는 멈춰선 상황, 잠시나마 사람들 감정까지 격해진다.

인증샷을 찍으려 바위 덩이 앞에 줄을 서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성인봉에서 바라보는 경치다. 정상석에서 눈길을 돌려 말잔등 쪽을 바라보는 순간 구름인지 안개인지 순식간에 시야를 가려고 만다. 그 짧은 시간에 상고대까지 보았다는 1번 무전기. 사진으로 담을 수 없더라도 마음에는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정상석을 바라보며 혀를 차는 사이 그만...

▼금새 구름에 덮혀버린 말잔등/ 그러니 바다 조망이야 오죽하겠어... ㅠㅠ

 

내려서려니 참 아쉽다. 그렇다고 한참 뒤쳐진 일행을 핑계 삼아 구름 걷히기를 기다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저기 사진으로 보았던 그 멋진 조망을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내려서는 구나... 찝찝한 심정으로 나리분지로 향한다.

꽤나 긴 나무계단을 다 내려서니 말잔등-성인봉-알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품은 깊은 골짜기가 나온다. 아직 눈이 그대로다. 냉기가 흘러넘친다.


이제 계곡을 따라 얼마만 내려가면 나리분지다. 실망으로 가득 차 있던 순간 구름이 걷히면서 나리분지 쪽이 환하게 미소 짓는다.

연두와 분홍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빛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처럼 공룡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시간이 없으면 나리분지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다.

나리분지 구간은 그리 어렵지도 않다. 성인봉을 오르지 않더라도 산행 입구까지 이어지는 평지 숲이 참 맘에 든다. 나리분지를 2번이나 와 보았지만 숲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상적이다. 나리분지는 5월이면, 아니 가을이면 더 풍요로울 것이다.

~ 오기 힘든 곳이지만 언제 기회가 되면 가족과 함께 다시 이 숲을 걷고 싶다.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평지는 모두 개발되어 사람들만의 차지다. 외국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숲이기에 기암괴석이 병풍이 되어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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