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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익산, 백제의 숨결이 남아 있는 미륵산(彌勒山 429.6m)

by 여.울.목 2021. 12. 5.

 

미륵사지 주차장(울타리 밖)→소림사→미륵산 정상(429.6m)→미륵산성→미륵암→주차장

참고; 미륵사지를 둘러싼 울타리 탓에 적정한 울타리 밖 들머리를 선택해야 한다.
6.2km, 산성 성곽까지 한 바퀴 돌았고 점심은 건너뛴 시간이 2시간 10분 정도

2021-12-04_익산_미륵산.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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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기말시험이 끝났다.
함께 여행이라도 하고픈데, 이놈의 코로나가 언제까지 발목을 잡으련지...

간단하게, 미륵사지를 둘러보고 뒷 동산 같은 미륵산을 오르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점선이지만 등산로가 미륵사지로부터 이어져 있기에
미륵사지를 들머리로 잡았다.
하지만, 엉성한듯 빈틈 없이 쳐진 울타리와 돌탑 복원을 위해 막사를 쳐 놓고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차마... 뛰어 넘을 수가 없더군. ㅎ

다시 차를 몰고 소림사라는 절을 가는 방향으로 가 작은 공원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바로 대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산행로가 나온다.
동네 뒷산같은 느낌이어서 거미줄처럼 이런저런 길이 뒤엉킨다.
문제는 이정표가 "미륵산 정상"이라고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 둘레길 위주로 되어 있어 헷갈리게 한다.
거친 산 보다도 더 많이 로커스 맵(전자지도)을 보게 만든다.
아무튼, "←등산로→"라는 표시를 따라 간다.
미륵사지를 색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다만,

오르는 내내 영 뒷동산 같다는 느낌이 가지시 않더군.
미륵산 정상을 중심으로 7부 능선을 지날 때 쯤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미륵사지와 그 너머 너른 평야가 맘을 흡족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부터 바위가 곳곳에 등장하는데,
바위의 형태가 잡산 수준이 아니다.
산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기골이 봐줄만한 산이다.
8할을 지날 때부터는 거친 숨을 쉼 없이 쉬어야 한다.
아이가 뒷짐을 지고 가뿐하게 산을 오른다.
어느덧 장정이 다 되었다. 신발이 운동화라 미끌거려 고생하는 것 같더라.
조금 쉬었으면... 했는데, 멀쩡하댄다. 켁켁~

마지막, 독수리 부리같은 바위 암봉을 힘차게 오른다.
둘다 숨보다 열린 땀구멍에 열기가 보통이 아니다.
정상인 줄 알았더만, 능선길을 조금 더 가야 한다.
길은 전북교육연수원에서 올라오는 잘 정비된 등반로와 만나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석을 기준으로 원형으로 데크를 만들어 놓았더군.

집에서 지도로 보던 미륵산성과 달리 산성의 성곽이 꽤 큰 고도 차이를 두고 자리를 잡고 있더라.
무식한 표현으로 포곡신 산성이다.
산의 동쪽으로 "ㅅ"자로 두 줄기의 산맥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계곡이 있지.
그 계곡에 단을 조성해서 건물들이 들어선 모양이다.

미륵산성
높이 4~5m, 길이 1.8km
-전설에 따르면, 고조선 때 위만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남쪽에서 한왕이 되었다는 기준의 고사(전설이라고 한다)와 관련해서 기준성이라고도 한다. 옆 산 용화산의 이름이 끼어들어 용화산성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백제 무왕 때 세운 성으로도 전해지고 있고, 왕건이 후백제 신검을 공격해 항복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서려있다.
-성 안에서 청동기와 백제 유물 발견되었다고 한다. 1990년 발굴조사에 따르면 수차례 보수를 거쳐 조선 전기까지 사용하다 폐쇄되었다네.
-계곡을 감싸고 성벽을 축조(포곡식 산성)했고, 높이 차가 심해 단 조성해서 만든 건물터와 우물 등이 남아 있다고 함
-성문은 동문, 남문, 서문, 동문이 미륵산성의 정문
-조선 초 둥글게 축조한 용성과 동문 중심으로 축조된 성벽은 최근에 복원

 


정상 데크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계획대로 산성을 한 바퀴 돌 것인지 논의를 한다.
울 아들 망설이지도 않고 OK한다.
사실 이대로 내려서면 우리집 뒷동산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로커스 지도를 보며 성곽의 흔적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내리막이 시작된다. 운동화 신은 아이가 떡갈나무잎 때문에 미끄러워 고전을 한다.
자꾸 내려서는 모양새가 걱정스러웠는지 아이가 몇 번 산행루트에 의문을 던진다.

그러고 보니 산성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惡山인지 岳山인지 모르지만 고약하게 자리를 잡았다.
고도차가 심한데 억지로 터를 잡은 것 같기도 하고,
지키기도 어려운 城이다.
공주 공산성을 생각하니 참으로 지키기 좋은 천혜의 요새라는 생각이 든다.
내려 온만큼 올라가야 한다.

미륵산 정상과 동문과의 고도 차이가 222m나 된다.
다시 오른다. 그래도 찡그리지 않는다. 녀석, 대견하다.
동문 터에서 남문 터(길이 아니라 계단으로 오르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곳)까지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지 제초작업을 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덩쿨이 제멋대로 나 있더군.
무너진 성벽을 타고 이제 정상으로 본격적으로 오르려니 성벽의 흔적도 희미하다.
마지막 힘을 짜내 다시 정상!

김밥을 꺼내 먹기엔 날이 지랄같다.
초코바로 대충 열량을 보충하고 하산하기로 한다.
등산화가 아니라 떡갈나무로 덮힌 하산길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시간 넘게 차를 몰아 귀가... 배고프다는 투정도 않네.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탄수화물로 배를 채운다.
하루를 잘 보낸건지~

참, 미륵산.
성곽을 돌길 잘 했다.
정상에서 바로 하산했으면 그냥 잊혀질뻔 했다.
날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미륵사지의 진산 역할을 하는 미륵산
울타리 밖에서 본 미륵사지
소림사로 가는 길, 대나무 숲길 - 아이가 이런 길을 좋아 한댄다
첫 번째 뷰포인트, 미륵사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부 바위 위, 너른 평야지대
이 너른 평야에서 나는 잉여 생산물이 권력의 밑받침이 되었으리라
정상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가면 KT중계 안테나가 보인다. 이 지점부터 동문터까지 내리막 길이다.
복원된 동문 터, 옹성도 보인다.
가까이서 본 동문, 옹성
남문 근처 무너진 성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