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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책가방

총균쇠

by 여.울.목 2023. 8. 19.

 

111998/08/08
3532022/05/27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

 

유명세에 끌려 책을 산 건 맞다. 반년 정도 책꽂이 진열용으로 썼다.
퇴근길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생각 외로 어려움 없이 술술 읽게 되더라라는 말을 던진다.
나도 읽어 볼까?

저자는 독자에게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방식을 자주 쓴다. 대신 그 답은 한참 후에 한다. 스스로 질문에 대해서 성실하게 답하느라 책 분량이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나같이 짬짬이 책을 읽는 사람은 앞에서 가졌던 궁금증을 잃어버리기 쉽상인 단점도 있다.

 

인류 문명 불평등에 대한 파푸아뉴기니 친구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 대답은 13천 년에 걸친 이야기를 압축하고 압축해서 내겐 방대한데 - (저자 나름)짧게 책에 담아 놓았다.
한마디로 운빨이다. 지리적 생태적 환경 좋은 곳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보다 현 인류 탄생과 확장 부분에 세밀하지는 못하지만 그림은 더 크다. 대륙이 붙어 있을 때 이동한 인류, 긴 시간에 비하면 출발 시점의 차이는 미미한데 왜 문명 불평등이 심하냐?
방대한 내용을 모두 다룰 수 없기에 최근까지 석기시대로 살았던 특정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폴리네시아를 대표로 하여 일반화해서 퉁 친다.
인류는 어쩌다 식물을 재배하게 된다. 수렵채집보다 더 나으니 정주하게 된다. 식량 생산량 증가는 수렵채집을 위해 이동하지 않아도 되니 - 출산률을 높여 인구를 늘린다.
밀집된 인구를 위해 더 많은 다양한 곡물을 재배한다.
동물을 가축화해서 곡물 생산량과 영양균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소유한다. 가축화 과정에서 동물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옮겨온다. 오랜 시간 동안 균에 고통받으며 내성을 가진 이들은 (훗날 신대륙 정복에 쓰이는)자신들도 모르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된다.
잉여생산물이 늘어나자 전통적 일을 하지 않는 군대, 관료, 추장(정치가)와 관료 등 전문가가 생긴다. 정치적인 조직이 발생하고 도구와 무기, 문자 등 기술과 문화가 발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자극과 경쟁을 통해 문명을 이루고 중앙집권적 체제가 생겨 주변 무리를 정복하거나 흡수한다.
이 흐름은 인류 최초로 유라시아 비옥한 초승달지역에서 발생한 문명이 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평화적(교류)으로 또는 정복의 형태로 퍼져나갔고, 경쟁 과정에서 우위를 점위한 지역 무리가 지금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현대문명의 기반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럼 왜 유라시아인가?
유라시아는 다른 대륙에 비해 작물화할 식물도 많았고 가축화할 대형포유류도 많았다. 게다가 비슷한 위도 지역이 많아 동서축으로 전파되어 (환경 변화가 별로 없으니) 큰 어려움 없이 수용해서 번창시킬 수 있었다.
폴리네시아의 예를 통해서 이러한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설명에 그치지 않고 고고학으로 증명한다. 고고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한계에서는 천재적인 언어학자의 힘을 빌려 언어를 분석해서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 논리는 아프리카와 남북아메리카까지 이어져 일관되게 이어진다.
다른 대륙과 달리 마야, 잉카, 아즈텍 등 독자적 문명을 이뤄냈던 아메리카는 왜 그랬을까?
아메리카 대륙은 각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문명이 발전하지만 동서축이 아닌 남북축으로 이동하려니 위도 차이에 따른 환경 문제, 사막과 바다 등 지리적 장애 요인으로 경쟁을 통한 혁신은 커녕 확산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양인들이 신대륙에 발을 딛는다.
긴 시간 동안 농업과 축산으로 풍부한 식량을 얻어 쌓은 그들의 힘 - 병원균, (1차 대전에서야 트럭과 탱크로 대체), 문자(지식과 정보를 온전히 전달), 정치조직, 무기와 선박 제조술 등으로 무참히 원주민을 쓸어버린다.
그 과정에서 얻은 막강한 부는 지금까지도 그들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자본이라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읽고 나니 이렇게 간단한 것을...
아마 그 라디오 DJ도 다 읽고 나니 이런 거였구나. 개념을 잡았을 것이다.
아무튼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실 줄거리를 쓰라면 추천사나 옮긴이의 말을 빌리면 간단하다.
그래도 내가 한 장씩 다 읽고 거칠게나마 줄거리와 느낌을 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라는 영화를 보고 불평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거장이 만든 명작이라지만 관객입장에서 한편으론 불편한데도 수준 낮은 사람으로 여겨질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방향이지만, 책 처음 부분을 헤맬 땐 - 어떻게 해야 잘 읽었다고 할 수 있을지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했던 것 같다.

25년이나 된 책을 읽으면서도 25년이나 권위를 지킨 책이라는 틀에 갇혀,
내 머릿속에 남은 엉뚱한 자존심으로 자유롭게 읽어나가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을 읽게 자극을 준 최재천이라는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책이 책을 불러왔다.

코로나19 두번째 감염 ㅠㅠ
정신이 몽롱하다 주요내용 요약은 못하겠다.
그래도,
생각의 폭이 더 넓어졌음에 스스로에게 쓰담쓰담.

힘 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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